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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과 신예 어우러진 나흘’ KPGA 선수권의 69번째 울림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6.08 14:44
수정 2026.06.08 14:44

전설과 신예들이 어우러진 69회 KPGA 선수권대회. ⓒ KPGA

한국 남자 골프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제69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가 나흘간의 뜨거웠던 대장정을 모두 마치고 막을 내렸다. 1958년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 골프 대회로 출범한 이래,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정통성이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다시 한번 찬란하게 빛났다.


이번 대회는 KPGA 투어 단독 주관 대회 중 최다 상금 규모인 총상금 16억원(우승상금 3억 2000만원)에 걸맞게,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역대급 ‘진흙탕 싸움’이 펼쳐졌다.


1라운드 김민준의 단독 선두를 시작으로, 2라운드 안지민·최찬의 공동 선두, 3라운드 김준형의 단독 선두까지 매일 리더보드 최상단이 바뀌는 치열한 격전이 이어졌다.


결정적인 승부처는 마의 15번홀(파4)이었다. 대회 기간 내내 평균 4.412타, 최종 라운드에서만 평균 4.578타를 기록하며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최종일에도 버디는 단 3개에 그친 반면, 보기 이상이 42개나 쏟아져 나오며 선두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 잔혹한 난코스 속에서 마지막에 웃은 주인공은 ‘20세 신성’ 문동현(우리금융그룹)이었다. 문동현은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로 생애 첫 K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20세 2개월 2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종전 제55회 이상희·20세 4개월 13일)까지 갈아치우며, 69년 대회 역사상 49번째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극적이었다. 16번홀(파4)에서 문동현의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로 향했고, 두 번째 샷마저 그린 주변 러프에 떨어지며 보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문동현은 홀까지 약 30야드를 남겨둔 상황에서 마법 같은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컵에 집어넣으며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다.


촘촘했던 공동 선두 균형을 단숨에 깨뜨린 ‘한 방’이었다. 기세를 잡은 문동현은 남은 두 홀을 차분하게 파로 막아내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경기 후 문동현은 “그 샷이 들어간 뒤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짜릿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문동현. ⓒ KPGA

이번 대회는 경기 내적인 재미뿐 아니라 품격과 흥행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KPGA는 출전 선수 전원에게 기념품을 지급하고, 2026시즌 도입된 ‘워킹 레프리’ 제도를 적용해 신속하고 공정한 판정으로 대회의 완성도를 높였다. 현장을 찾은 수많은 갤러리 역시 다양한 이벤트와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만끽하며 축제를 즐겼다.


가장 뜻깊은 장면은 최종일 명승부를 지켜본 한국 프로 골프 레전드들의 등장이었다. 한장상 KPGA 고문(86)을 비롯해 최윤수, 이강선, 이명하, 김종덕 등 한국 골프의 산증인들이 대거 참석해 후배들을 격려했다.


특히 현장을 찾은 한장상 고문은 “이번이 마지막으로 선수권대회 대회장에 오는 게 아닐까 싶어”라는 묵직한 한마디를 남겨, 이 대회가 단순한 승부를 넘어 한국 골프의 역사 그 자체임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역대 최연소 우승자 배출과 전설들의 발자취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KPGA 선수권대회는 이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70회 대회’를 향해 다시 달린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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