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공정위, 20조원 담합 적발…역대급 제재로 물가 압박 대응
입력 2026.05.27 12:00
수정 2026.05.27 12:01
밀가루 6710억원 등 과징금 부과
하도급대금 229억원 지급 유도
가맹점주 권익 보호 제도 확대해
대기업집단, 우회 지원·일감 몰아주기 적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정부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국민주권정부 1주년 공정위 핵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공정거래위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년 간의 성과로 역대급 담합 제재를 통한 가격 정상화, 과징금 상한 상향 및 부과기준 개편, 경제적 약자의 권리·협상력 강화, 하도급 분야 거래관행 개선 등을 꼽았다. 아울러 총수일가 사익편취, 쿠팡 동일인 변경 등도 1년 성과로 봤다.
공정위는 27일 이같은 내용의 ‘국민주권정부 1주년 공정위 핵심 성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민생 회복을 위한 공정경쟁 확산 ▲경제적 약자의 권리·협상력 강화 ▲생활밀접 분야 소비자 불편 해소 및 디지털 혁신 생태계 구축 ▲대기업집단 반칙행위에 대한 감시·제재 강화 등을 핵심성과로 발표했다.
설탕·밀가루 등 담합 제재…라면·과자 가격 인하 효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공정위는 20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민생 분야 담합 사건을 적발해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설탕·돼지고기·계란·밀가루 담합 등을 제재했으며, 전분당 담합 사건도 조사를 마무리했다.
앞서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에 6710억원, 설탕 담합에 3960억원, 돼지고기 담합에 32억원, 계란 담합에 5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인쇄·출판 비용 상승을 유발한 인쇄용지 담합에 대해서는 3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담합 이전 수준의 경쟁 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가격 재결정 명령도 함께 내렸다.
교복 담합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광주 지역 136개교를 대상으로 한 교복 담합 행위를 적발해 3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현재 4대 교복 제조사와 전국 40여개 대리점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담합 조사 과정에서 설탕 26.5%, 밀가루 최대 8.1%, 전분당 최대 20.5% 등의 출고가 인하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산빵은 최대 6%, 라면은 14.6%, 과자는 6.7%, 아이스크림은 13.4% 가격이 인하됐다고 덧붙였다.
과징금 제도도 대폭 강화했다. 공정위는 ▲부과기준율 하한 상향 ▲반복 법 위반에 대한 가중처벌 강화 ▲감경 규정 축소 등을 중심으로 과징금 부과 기준을 개편했다. 특히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하한은 기존 0.5%에서 10%로 20배 상향했다.
공정위는 역대급 과징금 부과와 동시에 다수의 사건을 신고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과징금은 약 2조원으로 직전 3개년 평균 대비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 거래관행 개선 체감도 54%…乙 보호 확대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 모습.ⓒ뉴시스
하도급·가맹·유통 분야에서는 이른바 ‘을’ 사업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데 정책을 집중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하도급대금 지급안정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지급보증 대상 확대 ▲대금 관련 정보 요구권 신설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 의무화 등 3중 보호장치를 구축했다. 아울러 하도급대금 연동제 적용 대상을 에너지 비용까지 확대하는 법 개정도 완료했다.
피해 구제와 법 집행도 강화했다. 공정위는 익명제보센터를 통해 중소기업 피해를 접수·구제하고, 산업재해가 빈발한 업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집중 점검했다. 이를 통해 미지급 하도급대금 229억원의 자진 지급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하도급 분야 거래관행 개선 체감도는 2024년 49%에서 2025년 54%로 상승했다. 특히 현금결제 비율은 88.6%에서 91.2%로, 지급기일 내 대금 수령 비율은 90.1%에서 93.1%로 각각 높아졌다.
연동계약 반영 비율도 70.3%에서 73.5%로 상승하는 등 하도급대금 지급 관행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기술탈취 감시 체계도 확대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민간 전문가 12명을 기술보호 감시관으로 위촉해 대기업의 기술탈취 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전문 조사 인력을 기존 10명에서 24명으로 늘려 기술탈취 사건처리의 전문성과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가맹 분야에서는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했다. 가맹점주가 단체협의를 요구할 경우 가맹본부가 이에 반드시 응하도록 의무화했으며, 고금리 대출을 운영하는 가맹본부의 정책자금 이용 제한, 계약 체결 전 본부 대출 정보 제공 확대, 필수품목 강제 행위에 대한 3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추진했다.
대표 사례로는 점주 동의 없는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전가한 메가커피와 고금리 대부 관련 불공정 행위를 한 명륜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감시 강화…쿠팡 동일인 변경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뉴시스
대기업집단에 대한 감시와 제재도 한층 강화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중흥건설 총수 2세 회사에 대한 대규모 무상 신용보강과 우미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적발해 각각 180억원, 4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우회적 지원 행위에 대한 제재도 이어졌다. 공정위는 CJ의 TRS(총수익스와프) 파생상품 거래와 HDC의 임대차 거래 위장 수법을 통한 자금 지원을 적발해 각각 65억원, 171억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갈수록 지능화하는 편법 지원 수단까지 정조준했다는 평가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누락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도 높였다. 공정위는 10년 넘게 위장 계열사를 은폐한 DB, 간소화된 지정 절차를 악용한 영원, 총수 및 총수 자녀 회사를 누락한 HDC와 농심 등을 제재하고 총수 4명을 고발했다.
기업집단 쿠팡의 동일인도 변경했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과 대기업집단 규제의 최종 책임자인 동일인을 일치시켜 권한과 책임 간 괴리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주병기 위원장은 “경제적 제재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조사권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한편, 경제주체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설계했다”며 “이외에도 온라인플랫폼에서 착취적 관행을 효과적으로 규율하고, 생활밀접 분야 법안 마련, 불공정거래 관행 감시, 제도개선 등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