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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픽] '하정우 독주' 깨진 부산 북갑…한동훈의 맹추격 배경은

데일리안 부산 =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6.05.27 05:00
수정 2026.05.27 05:00

'李·全' 후광 업은 하정우 초반 우세 흔들

하정우 '개인기 부족' 한계 노출 평가

박민식 '삭발 승부수' 판세 반전 역부족

한동훈 '이미지 전환'에 중도 표심 흡수 평가

(왼쪽부터)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하정우·국민의힘 박민식·무소속 한동훈 후보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1강 2중'의 구도에서 '2강 1중'으로 재편됐다.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이재명 대통령과 기존 지역구 의원이었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후광을 업은 하정우 후보가 초반 주도권을 쥐는 듯했지만, 선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민심의 바람은 무소속 한동훈 후보 쪽으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론조사 회사 에이스리서치가 부산일보 의뢰로 지난 23~24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동훈 후보는 38.2%의 지지를 얻으며 하정우 후보(34.0%)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 두 후보의 격차는 4.2%p로, 오차범위 내다.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23.3%로 뒤를 이었다.


이보다 앞서 같은 여론조사 기관인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의 의뢰로 지난 17~18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하정우 후보 40.4%, 박민식 후보 20.9%, 한동훈 후보 32.7%로 나타났다.


다른 조사에서도 한동훈 후보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12~13일 무선 100%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정우 후보가 39%로 한동훈 후보(29%)를 오차 범위 밖인 10%p 격차로 우위를 점했다. 박민식 후보는 21%였다.


하지만 9일 후인 지난 21~22일 한국갤럽이 세계일보의 의뢰로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된 조사에선 하정우 후보는 35%, 한동훈 후보는 36%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기관이지만 격차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이 조사에서 박민식 후보는 19%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하정우 후보의 '주식 파킹 의혹'이 확산되고 박민식 후보가 '삭발'로 승부수를 띄운 후 진행됐는데 결과적으로 하 후보의 각종 논란이 반감을 일으켰고, 박 후보의 삭발 효과는 유권자 표심을 결정적으로 흔들지는 못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후보가 25일 부산 고려당제과 삼거리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한동훈 후보의 추격세를 가속화한 배경으로는 선제적인 '밑바닥 민심 훑기'가 꼽힌다. 그는 약 한 달 반 전부터 부산 북구에 조용히 내려와 동네 곳곳을 훑으며 밑바닥 민심을 다져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천 작업이 늦어지면서 박민식 후보가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선에 섰고, 하정우 후보 역시 초반 이 대통령과 전재수 후보의 후광에 기대는 인상이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네 구석구석에서도 '한동훈 바람'은 실제로 감지되고 있다. 거리와 상가에서 시민들의 최근 화제는 단연 북구갑 선거다. 기존 전재수 후보를 지지했다는 일부 시민과 상인들 사이에서도 "부산시장은 전재수를 찍더라도, 북갑 국회의원은 한동훈을 찍겠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 후보가 지역을 자주 찾으면서 상권이 살아난 것은 사실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전재수보다 더 전재수답게'라는 한동훈 후보의 전략도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일부 상인들은 뉴스에서 접했던 한동훈 후보의 '까칠한 이미지'가 현장에서 완전히 깨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한동훈 후보가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시장과 골목에서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며 친근한 '동네 아저씨' 이미지를 쌓아온 점이 민심을 흔든 것으로 풀이된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후보가 25일 부산 덕천역 인근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반면 하정우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과 전재수 후보의 후광을 등에 업고 수월한 승리를 예상했지만, 공식 선거운동 초반부터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주춤했다. 첫 데뷔전부터 불거진 '손털기 논란',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의 동행 과정에서 나온 '오빠 논란', 여기에 주식 파킹 의혹까지 이어지며 후보 개인의 경쟁력을 보여줄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북구와 직접적인 접점이 뚜렷하지 않은 'AI'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점도 지역 민심에 깊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정우 후보와 박민식 후보 모두 표면적으로는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두 캠프의 속내는 보다 복잡한 분위기다. 위기감을 감지한 듯 하정우 후보는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는 한편 최근에는 진보 성향 유튜버 김어준 씨 방송에 잇따라 출연하며 이른바 '공중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또 지역 민심이 좋은 전재수 후보와 합동유세를 펼치며 활용 가능한 카드를 모두 꺼내 드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하정우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정체될 경우 또다시 '전재수 카드'에 기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 북구갑 후보가 24일 부산 만덕사지를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박민식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원유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 중진부터 '대학교 동창'인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김민전 의원, 부산이 지역구인 주진우 의원까지 잇따라 북구를 찾아 그에게 힘을 실었다.


다만 장동혁 대표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당시 지도부가 대거 출동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는 판단에서다. 박민식 후보가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에게는 북갑에 내려오지 말아 달라는 뜻을 중앙당에 전달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최대 변수는 여전히 '보수 단일화'가 꼽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 표가 갈라질 경우 하정우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 북구 현장에서도 3자 구도가 유지되더라도 한동훈 후보의 상승세를 쉽게 꺾긴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하정우 후보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던 중도·민주당 성향 표심의 10~15%가 한동훈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동훈 후보의 가장 큰 변화는 '이미지 전환'"이라며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전재수 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들 중에서도 북구갑 국회의원은 한동훈 후보를 찍겠다는 시민들이 많다"고 짚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하정우 후보는 전재수 후보의 후광과 이재명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출발했지만 정작 본인만의 개인기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북구와 직접 맞닿은 생활 의제보다 'AI'라는 다소 추상적인 메시지를 앞세운 것이 아쉽다"고 바라봤다.


이어 "연령대가 높은 지역인 만큼 박민식 후보에게 숨은 표가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지금의 흐름만 놓고 보면 한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 일부와 중도층, 보수층까지 동시에 흔들고 있다"며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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