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암'이라더니…의사들이 경고한 이유 [김효경의 데일리 헬스]
입력 2026.05.28 04:34
수정 2026.05.28 04:34
건강검진 활성화로 조기 진단 환자 증가 추세
갑상선암 90% 이상 유두암…조기 치료 시 생존율 높아
“암 종류·위치 따라 위험도 달라 맞춤 치료 필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후가 좋아 흔히 ‘착한 암’으로 불리지만, 암 종류와 진행 양상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시점 판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태가 악화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갑상선암 환자 수는 41만3573명으로 2020년(36만6145명)보다 12.9% 증가했다. 2023년에는 전체 암 발생의 12.3%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으며, 여성에서는 두 번째로 흔한 암으로 나타났다.
갑상선암은 세포의 형태와 특성에 따라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유두암은 성장 속도가 비교적 느리고 예후가 양호한 편으로, 조기에 치료할 경우 10년 생존율이 99%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착한 암이라는 표현만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부는 림프절 전이나 주변 조직 침범을 동반하거나 공격적인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형권 순천향대 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실제로 림프절 전이나 주변 조직 침범이 동반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드물지만 예후가 좋지 않은 수질암이나 역형성암과 같은 유형도 존재한다”며 “암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처음에는 진행이 느렸더라도 점차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포암은 전체의 10% 미만을 차지하며 유두암보다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림프절 전이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혈액을 통해 폐·간·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
수질암은 갑상선의 부여포세포(C세포)에서 발생하며 다른 내분비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정밀검사가 권장된다. 미분화암은 전체의 약 1% 수준으로 드물지만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발견되지만, 목 앞쪽에 만져지는 혹이나 쉰 목소리, 삼킴 곤란, 지속적인 기침, 목 이물감 등이 나타난다면 정밀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초음파 검사다. 초음파는 방사선 노출이 없고 비교적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어 결절의 형태와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필요할 경우 초음파 유도하 세침흡인검사를 통해 양성과 악성을 구분하며, 이후 CT·MRI·PET-CT 등을 통해 병기와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치료는 암의 종류와 크기, 위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수술 후 종양 크기가 크거나 주변 조직 침범, 림프절 전이 등이 확인될 경우에는 재발과 전이 위험을 낮추기 위해 방사성 물질을 입힌 요오드를 경구 복용하는 ‘방사성 요오드 동위원소 치료’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림프절 전이가 없는 1cm 이하 미세 유두암 환자를 대상으로 즉시 수술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는 ‘능동감시’도 시행되고 있다.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로 종양 크기 변화를 확인하며 필요 시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갑상선암 수술에서는 로봇수술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종양학적 안전성과 기능 보존, 미용적 만족도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목 부위 흉터를 줄이고 음성·삼킴 기능을 보다 정교하게 보존해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빠른 일상 복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허성모 순천향대 부천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이 진행이 느리고 예후가 좋은 암이라는 사실이 ‘천천히 치료해도 된다’는 오해로 이어지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막연한 불안이나 낙관보다 객관적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신속하게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