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속도전'…안착·지속 여부 주목
입력 2026.05.27 07:07
수정 2026.05.27 07:07
3차례 상법 개정…내년 본격 시행
與 안팎서 구속력 요구하는 목소리
해외 기관 투자자는 우려 표해
중복상장 금지 등 추가 제도개선 주목
지난해 5월 2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코스피 5000 시대' 팻말을 들고 경제회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걸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8000시대를 맞아 코리아 프리미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출범 1년 만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3차례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자 국내외 투자자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상법 개정을 포괄하는 거버넌스 개선 등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 곡선을 그리던 코스피는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사이클을 만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8000피 성과를 앞세워 코리아 프리미엄을 언급하기 시작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실질적 성과에 따라 시장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의 경우 정부 출범 초부터 주가조작 근절, 주주 보호 등을 위한 제도 개혁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정책적 노력을 집중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적 박스피에 갇혀있던 코스피가 1년도 안 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전환의 전기를 마련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주주 보호 강화 차원에서 진행된 상법 개정 영향으로 지주사주, 금융주 등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기대감이 일찍이 주가에 반영된 상황이지만, 시행 시기 등으로 인해 개정 상법의 실질적 파급력은 내년부터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 중인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 관련 3%룰,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승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개정안 시행과 스튜어드십 코드 개선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주주 제안 등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 법 시행을 앞두고 국민연금과 일부 행동주의 펀드들은 "개정 상법 취지가 형해화됐다"며 여당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개정 상법에 대한 기업 대응이 부적절하다며 구속력 높은 추가 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의 이 같은 움직임에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기업을 '파트너'로 대우하지 않고 '계도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인 기관 투자자는 "거버넌스의 목표는 서로 소송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사회로 하여금 우리(투자자)가 왜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는지 이해하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꼬집었다.
경영권 침해 우려를 덜고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에서 동참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여를 모색해야 하지만, 한국은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가 장중 81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개정 상법 안착과 별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중복상장 제도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기조에 투자자들은 일단 환호하고 있지만, 관련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측면이 있어 기업 입장에선 어려움이 예상된다.
꼼수 논란에도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방안에 족쇄가 채워질 경우,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주주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손해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분법적 접근보다 어떤 유형의 중복상장이 문제인지, 어떤 경우에 일반 주주 이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지 정교하게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중복상장을 일률적·부정적 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선적인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늦어도 6월 초까지 거래소 세부 규정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공개하고 이르면 7월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미래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중복상장 허용 등 명시적으로 예외를 정하는 방식보다 이사회의 주주 보호 의무 구체화, 주주 보호 노력의 충분성에 대한 판단기준 설정 등을 통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절차와 기준 위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중복상장 제도개선 외에도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일컬어지는 상속·증여세법 개정, 의무공개매수를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관련 추가 제도개선도 모색할 전망이다.
다만 지방선거 이후 국회 하반기 원 구성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거란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