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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이어도 괜찮아”…우리가 사랑한 ‘K군이 탈퇴한대!’ [쇼트 시네마(15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5.25 14:00
수정 2026.05.25 14:00

정은수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아이돌 산업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사랑을 소비해온 팬들은, 자신이 믿어온 존재의 진실을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단편영화 ‘K군이 탈퇴한대!’는 한 톱 아이돌의 탈퇴설을 둘러싼 팬덤의 혼란과 광기를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따라가면서도, 그 안에 존재하는 순수한 애정을 함께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영화는 아이돌 K군(이로운 분)의 생일카페를 준비하는 홈마 은조(백진연 분)와, 영상통화 팬사인회와 공항 출석까지 따라다니는 개인팬 수인(인하령 분)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은조는 대출까지 받아가며 K군의 생일 광고와 카페 이벤트를 준비하는 인물이다. 반면 수인은 K군의 논란을 무조건 감싸는 팬덤 문화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며 끊임없이 경계한다.


사랑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두 팬이 함께 생일카페를 준비하면서 영화는 팬덤 내부의 미묘한 균열과 감정들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는 두 사람의 친구 정이(김정식 분) 역시 함께한다.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면서도 왜 서로 싸우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정이의 존재는, 팬덤 바깥의 시선을 보여준다.


버블 메시지, 영상통화 팬사인회, 공항 출석, 사생 문화, 팬덤 내 친목 분위기 등 실제 K팝 팬덤의 디테일 역시 생생하게 녹아든다. 여기에 K군의 탈퇴설이 퍼지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 사옥 앞을 지키는 사생팬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퍼나르는 사이버 렉카, 국민의 알 권리를 명분으로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는 유튜버들의 모습은 현실의 온라인 팬덤 생태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사이버 렉카는 K군의 탈퇴설을 취재 중인 다큐멘터리 PD(이승민 분)에게 “마크 저커버그처럼 K군 역시 돌아갈 행성을 찾는 랩틸리언(파충류 외계인)이다”라는 황당한 제보까지 던진다.


영화는 극 중 다큐멘터리 촬영이라는 액자식 구조를 활용해 탈퇴한 멤버, 팬들의 인터뷰와 루머, 반응을 교차시키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린다.


그러나 정작 K군 본인의 목소리는 끝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추측만 무성한 카메라 앞에서 은조와 수인은 깊은 상실감과 혼란 속에 놓인다.


하지만 작품의 시선은 팬덤의 내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조롱하거나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치열하고 간절한지, 그리고 그 감정이 때로는 삶을 버티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 더 가까이 다가선다.


탈퇴가 공식화된 순간에도 은조와 수인은 K군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멈추지 못한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K군은 인간이 아닌 외계 존재였다는 황당한 진실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두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 여부가 아니다. 그가 우주인이든, 아이돌을 그만두든 상관없다. 자신을 기쁘게 해주었고, 그 마음에 고마워할 줄 알았던 소중한 최애를 위해 은조와 수인은 K군의 비밀이 담긴 메모리카드를 직접 없애버린다. 폭로나 진실 규명보다, 좋아했던 시간과 마음을 지키고 싶은 애정이 담긴 선택인 셈이다.


‘K군이 탈퇴한대!’는 팬덤 문화를 날카롭게 관찰하면서도,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영화다. 냉소적으로 보이는 순간들 사이에서도 작품이 끝내 붙드는 건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과 진심이다. 서투르고 치열했던 한여름의 기억은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비밀로 남았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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