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글로벌 해운사 6곳 줄줄이 고소…이번엔 완하이
입력 2026.05.23 14:01
수정 2026.05.23 14:16
ZIM·SM라인·HMM 이어 대만 완하이까지…4년째 체선료·억류료 소송전
팬데믹 물류대란 후유증 현재 진행형…미 FMC서 해운사와 법정 공방
대만 해운사 완하이 라인의 컨테이너선 전경ⓒ완하이 라인 홈페이지 캡처
팬데믹 당시 항만 대란 속에서 불어난 억류료·체선료 청구서.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4년간 해운사들에 그냥 내지 않았다. 법정으로 끌고 갔고 첫 사건에서는 배상 명령까지 받아냈다.
미국 연방관보 문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Samsung Electronics America)은 지난 18일 대만계 해운사 완하이 라인(Wan Hai Lines)을 상대로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건번호 26-06으로 배정된 이 사건은 오는 26일 연방관보에 공식 게재된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완하이가 이른바 '스토어 도어(store door)' 배송 건에서 체선료(Demurrage)·억류료(Detention)를 부당하게 전가하고, 이에 대한 분쟁 해결 절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완하이가 미국 해운법을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체선료·억류료는 컨테이너를 지정 기간 내에 반납하지 못하거나 선박이 항구에 예정보다 오래 머물 경우 화주에게 부과하는 비용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소송에 나선 배경에는 팬데믹 물류대란이 있다. 2020년 이후 컨테이너 물량이 폭증하면서 해운사들이 항만 적체 상황을 이용해 체선료·억류료를 과도하게 부과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실제로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HMM을 상대로 한 고소장에서 2020년 중반부터 HMM이 반복적으로 내륙 운송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미국 터미널에서 컨테이너를 제때 반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22년 해운개혁법(OSRA) 통과 이후 삼성전자는 FMC를 적극 활용해 해운사들을 상대로 연쇄 제소에 나섰다.
완하이는 삼성의 제소 이전에도 FMC와 체선료·억류료 분쟁 전력이 있다. 팬데믹 당시 빈 컨테이너 반납과 관련한 억류료 부과 관행으로 FMC 조사를 받았고, 2023년 FMC와 합의해 95만 달러의 민사 제재금을 지급하고 관련 화주들에게 억류료를 환급했다.
완하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여섯 번째 FMC 제소 사례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2022년 10월 ZIM을 시작으로 2023년 SM라인, 2024년 COSCO·OOCL·HMM을 상대로 잇따라 FMC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모두 체선료·억류료 부당 청구가 핵심 쟁점이다.
각 사건의 청구 건수만 봐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COSCO 건에서 삼성은 5000건 이상의 체선료와 1만7000건 이상의 억류료를, HMM 건에서는 9만6000건의 부당 청구를 문제 삼았다.
소송 성과도 나오고 있다. FMC 판결문에 따르면 ZIM 사건에서 에린 워스 수석행정판사는 초기 결정에서 ZIM이 화물 억류 조치를 통해 미국 해운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삼성전자 미국법인에 약 368만 달러(약 50억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삼성 측이 청구한 1220만 달러 중 ZIM의 위법한 화물 억류로 발생한 손해액으로 입증된 부분만 인용된 결과다.
현재 위원회 최종 확정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SM라인 사건 역시 행정법원의 초기 결정 이후 위원회 최종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다.
FMC는 미국 해운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연방 독립 규제 기관으로 화주와 해운사 간 분쟁에서 준사법적 권한을 행사한다. 이번 완하이 사건의 초기 결정은 2027년 5월, 최종 결정은 같은 해 12월 나올 예정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반복적으로 FMC 절차를 활용해 체선료·억류료 분쟁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OSRA 개정 이후 FMC의 억류료·체선료 규제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는 잇따른 제소를 통해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물류비 분쟁에 정면 대응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