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 알아듣는 그랜저…포티투닷이 심은 ‘글레오 AI’ 뭐길래
입력 2026.05.21 09:45
수정 2026.05.21 09:45
차량용 음성 AI 에이전트 ‘글레오 AI’ 기술 공개
명령어 입력 넘어 맥락·좌석 위치·주행 상황 반영
내비·공조·차량 설정까지 제어…SDV 전환 핵심 축으로
현대차 그랜저에 탑재된 포티투닷의 '글레오 AI' ⓒ포티투닷
자동차 음성인식이 단순 명령어를 알아듣는 수준을 넘어,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차량 기능까지 직접 제어하는 단계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차량용 음성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를 공개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티투닷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차량용 음성 AI 에이전트 글레오 AI 개발을 완료하고 관련 기술을 21일 공개했다고 밝혔다. 글레오 AI는 포티투닷이 2024년 개발에 착수한 기술로, 이달 출시된 현대차 ‘더 뉴 그랜저’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이번 기술 공개의 핵심은 차량 음성비서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차량 음성인식은 “온도 올려줘”, “목적지 설정해줘”처럼 정해진 명령어를 인식해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글레오 AI는 사용자의 발화 내용뿐 아니라 이전 대화 흐름, 발화자의 좌석 위치, 차량 상태, 주행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의도를 판단한다.
예컨대 운전자가 “좀 답답한데”라고 말했을 때 단순 잡담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공조 설정이나 창문 제어 등 차량 기능과 연결해 해석할 수 있는 구조다. 뒷좌석 탑승자가 말한 요청은 해당 좌석 기준으로 공조나 열선 기능을 조정하는 식의 맞춤형 제어도 가능하다.
글레오 AI는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 공조 제어, 미디어 실행, 차량 설정 변경 등 다양한 기능을 대화 흐름 안에서 처리한다. 단순히 정보를 검색해 답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 내 시스템과 앱을 직접 제어하는 ‘실행형 AI’에 가깝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전략과도 맞물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공개하면서 이를 SDV 전환의 첫 양산형 결과물로 제시했다. 해당 시스템은 더 뉴 그랜저에 먼저 적용되며,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약 2000만대에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레오 AI는 이 플레오스 커넥트 안에서 차량과 사용자를 연결하는 핵심 인터페이스 역할을 맡는다. 화면을 누르거나 버튼을 찾는 대신 말로 차량 기능을 호출하고, 여러 요청을 한 번에 처리하며, 외부 정보 검색까지 이어가는 방식이다.
기술 구조는 차량용 AI의 특성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설계됐다. 저지연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차량 제어 및 시스템 작업은 온디바이스에서 처리하고,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작업은 클라우드에서 수행한다. 빠른 응답과 연산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구조다.
포티투닷은 글레오 AI가 ▲LLM 인텔리전스 ▲하이브리드 AI 아키텍처 ▲스피치 인텔리전스 ▲글레오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인지-판단-실행’ 전 과정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말을 인식하는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요청인지 이해하고, 어떤 에이전트를 활용할지 판단한 뒤, 실제 차량 기능 실행과 응답 생성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포티투닷은 차량 환경에 맞춘 음성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주행 중에는 엔진·노면·바람 소리, 동승자 대화 등 복합적인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스마트폰 음성비서보다 까다로운 환경이다. 글레오 AI에는 음성 전처리, 언어별 음성 인식, 자연스러운 음성 합성 기술이 적용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도 차량용 AI 비서 경쟁은 빨라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미 다수 모델에 챗GPT 기반 기능을 적용해 자연어 질의응답과 음성 제어 기능을 확장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온디바이스 기반 차량 내 AI 고도화를 위해 리퀴드 AI와 협력하고 있다. 차량 안의 AI가 단순 부가 기능이 아니라 브랜드별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전면에 서고 있는 셈이다.
다만 차량용 AI는 스마트폰 AI보다 책임의 무게가 크다. 잘못된 답변이 불편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전 집중도, 차량 제어, 안전 문제와 연결될 수 있어서다. 포티투닷이 자체 개발한 ‘가드레일 에이전트’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험 발화를 감지하고, 법규 위반이나 부적절한 요청은 제한하며, 차량 제어 요청은 안전 상황을 확인한 뒤 실행하도록 구조화했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 관리도 과제다. 차량 내 음성 데이터는 단순 대화 정보가 아니라 위치, 이동 패턴, 주행 맥락, 선호 기능 등 민감한 정보와 결합될 수 있다. 포티투닷은 글레오 AI를 독자 기술로 개발해 데이터 수집부터 저장, 활용까지 전 과정의 거버넌스를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글레오 AI는 향후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능과 품질이 지속 개선될 예정이다. 포티투닷은 실제 주행 데이터와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자체 LLM 비중을 확대하고, 온디바이스 AI 적용 범위를 넓히며, 개인화 및 추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민우 포티투닷 대표는 “글레오 AI는 나의 수고를 덜어주는 이동 동반자로서, 앞으로 더 많은 기능을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맥락을 이해하도록 고도화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사용자 행동과 선호를 이해해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돕는 개인화 AI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