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던지는 외인…코리아 디스카운트 어쩌나
입력 2026.05.21 09:43
수정 2026.05.21 09:47
순매도 상위권에 반도체·레버리지 ETF
파업 리스크에 증시 변동성 확대 우려
노사 갈등에 투자 신뢰도·경쟁력 ‘흔들’
최근 삼성전자 노조 사태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코스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를 견인하던 상황에서 성과급 기준·제도화를 둘러싼 노사 대립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 주가의 변동성 확대는 물론 증시 타격까지 불가피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따라가는 ‘KODEX 반도체레버리지’를 398억원어치 팔았다. 이는 외국인 순매도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152억원·5위)’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권에 올랐다.
반도체 ETF뿐 아니라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KODEX 레버리지(616억원·1위)’, ‘KODEX 코리아밸류업(153억원·4위)’, ‘TIGER 레버리지(145억원·6위)’ 등도 이름을 올렸다.
반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735억원·순매수 1위)’, ‘KODEX 인버스(145억원·4위)’, ‘TIGER 200선물인버스2X(90억원·8위)’ 등에는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
최근 삼성전자 사태로 ‘한국 반도체 사업의 노사 리스크’가 부각되자 반도체 ETF를 매도하며 국내 증시의 하락을 예상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파업·성과급 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반영되면서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반도체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컴퓨팅·자동차·에너지 산업 등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생산 차질 및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담과 가격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그동안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 15% 수준 지급의 제도화를 요구해왔다. 삼성전자가 예고한 파업을 약 1시간 앞둔 전날(20일) 밤,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18일간의 총파업을 유보하고,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돼야 2026년 임금협약이 최종 확정된다.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핵심 산업·기업의 노동 불확실성이 한국의 투자 신뢰도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암참은 “노동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한국이 구축한 글로벌 제조·기술·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에 영향이 있다”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 조성이 한국의 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 유지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사태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망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 전반적으로 근로자가 회사의 실적과 무관하게 성과급을 받게 되면, 구조적인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미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