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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드디어 연니버스"…지창욱이 말한 '군체'와 연상호의 세계 [칸 리포트]

데일리안(프랑스, 칸) =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5.17 15:29
수정 2026.05.17 15:30

'군체' 지창욱 "실상 내가 업고 다닌 김신록 누나, 오히려 내가 업혀 있는 느낌"

영화 '군체'에서 다리가 불편한 누나를 등에 업은 채 밀려드는 좀비 떼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경비업체 직원 ‘최현석’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지창욱. 스크린 속 처절하고 묵직했던 모습과 달리, 생애 처음으로 찾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그는 축제 그 자체를 온몸으로 느끼며 그 누구보다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쇼박스

사실 처음에는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는 사실이 그저 얼떨떨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곳이 아무나 쉽게 올 수 없는 무대라는 것을 주변을 통해 절실히 체감하면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의 무게와 가치가 비로소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현실적이었던 감각은 뤼미에르 대극장의 불이 꺼지고, 전 세계 영화인들 앞에 마침내 '군체'가 상영되던 순간 최고조에 달했다. 극장 안을 가득 채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자신의 영화를 처음 마주한 그는 온몸이 짜릿해지는 전율과 감격을 동시에 느꼈다.


"저는 이 곳에서 어제 영화를 처음 봤어요. 처음 봤는데 굉장히 긴장 반, 약간 알 수 없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 반, 그런 상태였던 것 같아요. 땀 흘리면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요. 생각해 보면 제가 언제 또 칸에 올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보려고 했던 것 같고, 수많은 관객들이 저희 영화를 봐주시고 박수를 쳐주시는 게 너무 감격스러웠어요."


실제로 칸 현장에서는 지창욱을 향한 글로벌 팬들의 높은 관심도 곳곳에서 체감됐다. ‘군체’ 팀 내부에서는 “두유노 지창욱?”이라는 말이 하나의 밈처럼 자리 잡았다고.


"처음에 연상호 감독님이 잠깐 혼자 계셨는데 어떤 외국인 두 분이 오셔서, 포스터를 보시더니 '지창욱 어디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그게 시작이 돼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지창욱은 자신이 연기한 최현석을 단순한 생존형 인물이 아닌, 누구나 현실에서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가장 보통의 인간으로 바라봤다.


"저는 현석이라는 캐릭터에 굉장히 많은 공감을 했어요. 글을 읽자마자 가장 이해가 되고 공감이 많이 됐던 인물이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될까’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사실 이 안에 있는 모습들이 다 우리 같잖아요. 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본능이고요. 결국 어떻게 살아남느냐의 문제인 것 같았어요. 근데 생각보다 현석은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거든요. 누나가 남을 위해 뭔가 하려고 하면 '왜 그래, 하지 마, 가만히 있어' 하는 모습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저 같았어요. 저도 어디 가면 약간 '가만히 있어야겠다, 튀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현석도 그런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그는 평소 독창적인 세계관과 강렬한 상상력이 강점인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을 인상 깊게 본 만큼, '연니버스'에 합류하게 된 순간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연상호 감독님 작품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는 진짜 너무 기뻤어요. '나도 드디어' 이런 느낌이었달까요. 감독님 작품들을 원래 너무 흥미롭게 봤거든요. 소재나 아이디어, 기획, 작품 안에서의 표현들까지 다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작품이 저한테까지 오게 되니까 너무 기뻤고, 현석이라는 인물에도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리고 누나가 누나라는 존재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든든한 힘이 됐고요."


처음 마주한 연상호 감독의 연출 방식은 예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선명했다. 지창욱은 배우로서 스스로 채워 넣을 여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디테일한 디렉션에 초반에는 낯설고 긴장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막상 같이 작업하면서는 오히려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감독님이 굉장히 명확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도요. 처음에는 그 명확함이 되게 낯설었어요. 제가 표현할 여지가 없는 느낌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게 조금 당황스럽고 무섭기도 했어요. 근데 감독님의 색깔을 이해하는 순간 오히려 훨씬 편해졌어요. 그리고 ‘이걸 더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감독님이 다시 같이 작업하자고 하시면 너무 재미있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쇼박스

극 중 다리가 불편한 누나를 끝까지 책임지며 진한 가족애를 그려낸 만큼, 상대 배우인 김신록과의 호흡 역시 남달랐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현장을 떠올리며, 그는 김신록을 향한 깊은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김신록 누나와의 호흡이요? 안 좋을 수가 있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선배이자 누나이기도 해서 안 좋을 수가 없었어요. 실상은 제가 업고 다녔지만 오히려 제가 업혀 있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어요. 계속 붙어 있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파이팅이 있었어요. 촬영할 때도 세트에 지게 하나 놓고 계속 같이 붙어 있었거든요. 거기서 오는 의지하게 되는 마음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칸을 통해 처음 공개된 ‘군체’가 강렬한 세계관과 메시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지창욱이 가장 바라는 지점은 의외로 단순했다. 거창한 해석이나 의미보다도 관객들이 극장 안에서만큼은 작품 자체를 온전히 즐기고 몰입해주길 바란다는 마음이었다.


"관객분들이 그냥 정말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게 다인 것 같아요. 그냥 이 두 시간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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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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