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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위원 바꿔달라" 요구 직후 이재용 직접 등판...이제 노조의 답은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16 15:28
수정 2026.05.16 15:59

"노동조합 여러분" 사장단 넘어 이재용까지 직접 나섰다

"왜 같은 말 반복하냐"던 노조, 정작 15% 요구안 그대로

사실상 협상판 키운 삼성전자, 이제 노조 출구 전략 주목

이재용 회장이 16일 김포비즈니스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노조 파업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좌)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우).ⓒ연합뉴스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입니다."


16일 해외 출장 일정을 조정해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메시지는 단순한 사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파업을 닷새 앞둔 상황에서 사장단에 이어 오너까지 직접 등판하면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협상 수위를 최고 단계까지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메시지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삼성이 대화에 소극적'이라는 프레임이 있었다면, 이제는 '노조 역시 출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 아니냐'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측교섭위원 바꿔달라"…사장단 넘어 오너까지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노조가 전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면담하면서 요구했던 '사측 대표교섭위원 교체' 문제다.


노조는 2차 사후조정 과정에서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을 향해 "반도체를 모른다", "실적 규모를 왜곡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실제 공개된 중노위 사후조정 녹취록에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왜 자꾸 같은 말만 반복하느냐"며 사측 태도를 문제 삼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이후 삼성 움직임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강했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DS 사장단 7명이 직접 평택 노조 사무실을 찾았고, 삼성전자 사장단은 별도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여기에 하루 만에 이재용 회장까지 직접 귀국해 "노동조합 여러분"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갈등 봉합 메시지를 낸 것이다.

"노동조합 여러분" 정면으로 노조 마주한 이재용

재계에서는 형식상 교섭위원 교체는 아니지만, 사실상 삼성 스스로 협상판의 급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무진 중심 교섭에서 사장단, 나아가 그룹 최고위층이 직접 책임지는 국면으로 격상됐다는 의미다. 특히 이 회장이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고 말한 부분 역시 주목된다. 삼성 특유의 위기관리 화법을 감안하면, 총파업 위기를 그룹 최고 수준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의 '노동조합 여러분'이라는 표현 자체도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과거 삼성은 노조를 직접 호명하기보다 '임직원', '구성원'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조를 공개적으로 삼성 가족, 운명 공동체라고 부른 것 자체가 상당히 강한 시그널"이라며 "삼성이 이제 노조를 배제 대상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할 공식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는 메시지를 낸 셈"이라고 말했다.

"왜 같은 말 반복하냐"던 노조…정작 평행선 이어간 협상

반면 노조는 기존 요구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초기업노조는 DS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 배분하고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 및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상한 없는 특별보상 제도 신설과 성과급 산정 방식 투명화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전날에도 "6월 7일 이후 협상 가능" 취지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총파업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다. 공개된 사후조정 녹취록도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 위원장은 사측을 향해 "왜 같은 말만 반복하느냐"고 비판했지만, 정작 노조 역시 협상 과정 내내 기존 요구안을 유지하며 평행선을 이어갔다.

"이제는 노조 차례"…커지는 출구전략 압박

다만 업계에서는 노조 역시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총파업 일정과 5만명 참여 가능성 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며 내부 결집 수위를 끌어올린 만큼, 지도부 입장에서도 별다른 성과 없이 협상 기조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제 협상 국면의 무게 중심이 점차 노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부 중재와 사장단 면담, 오너 메시지까지 나온 상황에서 노조가 여전히 기존 요구만 반복할 경우 '파업 명분'보다 '협상 거부' 이미지가 더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 이후 초기업노조는 "회장님의 사과 내용을 확인했다. 직원들이 회사와의 신뢰가 깨지고 조합에 가입했고, DS 부문의 경우 85% 가입으로 사실상 모두 노조원"이라며 "신뢰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는 입장 전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초기업노조는 오는 18일 오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측과 교섭을 재개한다. 노조 요구대로 사측 교섭위원은 여명구 DS부문 피플팀장으로 교체됐다. 다만 기존 김형로 부사장도 발언없이 조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교섭에는 중노위 위원장이 직접 조정에 참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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