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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가 된 삼성③] '나라가 휘청'…국가대표 기업의 역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15 15:33
수정 2026.05.15 17:06

정부·금융당국까지 "파업 막아야"…기업 넘은 국가 핵심 자산

국가 전략자산이라더니…호황 오자 "더 내놔라" 압박도 커져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삼성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도 흔들린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 국면에서 정부와 금융당국, 산업계 안팎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둘러싼 정부 대응은 일반적인 민간기업 노사 분쟁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반도체 경쟁이 국가 전략산업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삼성전자가 단순 대기업을 넘어 사실상 국가 핵심 자산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5일 현재 삼성전자 노사 진통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사측은 이례적으로 사장단까지 나서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사측은 "성취가 커질수록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하고 더 커지는데,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반도체는 다른 산업과 달리 24시간 쉼 없이 공정이 돌아가야하는 장치 산업이므로 결코 파업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뢰 자산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국민 호소문이었지만 사실상 노조를 향해 사측의 절박한 심경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조는 여전히 "6월 이후에 대화하겠다"며 파업 강행을 고집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이와 관련해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멈추면 안돼" 정부까지 나선 이유

그럼에도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 기업 노사 갈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의 거의 유일한 핵심 전략자산"이라며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생존이 어렵게 돼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삼성전자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하루 최대 1조원 규모 생산 차질과 최대 100조원 수준 피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협력업체만 1700여곳에 달하는 만큼 장비·부품·소재·물류·건설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경제·금융 정책 컨트롤타워까지 공개적으로 "파업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경제 수장들이 특정 민간기업 파업 가능성에 대해 동시에 우려를 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시총, 코스피 20% 차지... 민간기업 넘어선 '국가 인프라'

재계에서는 정부가 특정 민간기업 파업 가능성에 이처럼 공개적으로 반응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삼성전자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본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수출과 증시를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반도체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약 20% 수준에 달하며, 국민연금과 국내 증시 흐름, 외국인 자금 유입 역시 반도체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과 주주뿐 아니라 협력사, 지역경제, 국민연금 가입자, 정부 재정, 금융시장까지 모두 삼성과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업계 일각에서 긴급조정권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일리안AI 이미지
정작 지켜야 될 경쟁력은

문제는 삼성이 한국 경제의 핵심 축으로 떠오를수록, 기업을 향한 사회적 요구 역시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및 사회에선 "반도체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AI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이익을 사회 환원에 대한 요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미 논쟁은 노사 갈등을 넘어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체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 배분하고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AI 인프라 기업의 초과 세수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구상을 언급했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삼성 반도체는 공공재가 됐다"며 초과이익 재분배 필요성을 거론했다.


재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두고 '국가대표 기업이 된 순간 나타나는 역설'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자산이라 부르면서도, 정작 호황기 수익이 발생하자 기업을 사실상 '공공재'처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번 밀리면 끝" 승자독식 구조 간과한다면...

특히 업계는 "반도체 산업 특유의 구조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는 수년간의 적자와 수십조원 규모 선행투자를 감수한 뒤, 호황기에 이를 회수하는 대표적 장치 산업이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 한파가 덮친 2023년 연간 14조880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해 7조730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는 한번 생산라인이 멈추면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려운 대표적 연속공정 산업이다. 웨이퍼 공정은 24시간 멈춤 없이 돌아가야 하고, 수개월에 걸쳐 생산이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일부 라인 차질만으로도 공급 일정과 고객 신뢰에 큰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특유의 '승자독식 구조'를 주목해야 한다. 메모리와 AI 반도체 시장은 한번 주도권이 넘어가면 이를 다시 되찾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구조다. 실제 HBM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한 이후 삼성전자가 추격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지 않느냐. 한번 밀리면 다시 따라잡는 데는 상상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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