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같은 오빠? 이제는 명장’ KCC서 농구 인생 완성한 이상민
입력 2026.05.14 08:59
수정 2026.05.14 09:06
선수-코치-감독으로 한 팀에서 ‘트리플 크라운’
소통과 자율로 빚어낸 ‘슈퍼팀’의 하모니
선수, 코치, 감독으로 우승을 모두 이뤄낸 이상민 감독. ⓒ 연합뉴스
‘영원한 오빠’. ‘산소 같은 오빠’가 결국 해냈다.
선수 시절 코트를 지배했던 최고의 스타였고, 지도자로서는 긴 실패와 좌절을 견뎌야 했던 이상민 감독이 마침내 가장 원했던 순간에 도달했다. 선수로 우승했고, 코치로 우승했고, 그리고 이제 감독으로도 정상에 섰다. 그것도 자신의 농구 인생이 시작되고 완성된 팀인 부산 KCC 이지스에서 말이다.
KCC는 13일 열린 2025-202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통산 우승 역사를 새로 썼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이상민 감독에게 향했다.
한국 농구 역사에서 이상민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은 독보적이다. 연세대 시절부터 그는 이미 하나의 문화였다.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컴퓨터 가드’라 불렸고, 부드러운 외모와 스타성으로는 ‘영원한 오빠’, ‘산소 같은 남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농구장이 아닌 공연장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팬덤은 프로농구 흥행을 이끈 결정적 원동력이었다.
프로 무대에서도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현대와 KCC의 황금기를 이끈 그는 1997-1998시즌부터 1999-2000시즌까지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지휘했고, 1997-1998시즌과 1998-1999시즌에는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궈냈다. 2003-2004시즌에도 다시 정상에 서며 왕조의 핵심으로 군림했다.
개인 커리어 역시 화려했다. 그는 1997-1998시즌과 1998-1999시즌 정규리그 MVP를 연이어 수상했고, 2003-2004시즌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프로농구 올스타 팬 투표가 시작된 2001-2002시즌부터 은퇴 직전인 2010년까지 단 한 번도 인기 투표 1위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상민이라는 브랜드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등번호 11번이 KCC의 영구결번으로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민 감독. ⓒ 연합뉴스
하지만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 달리 지도자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0년 은퇴 후 미국 연수를 거쳐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2012년 서울 삼성 썬더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4년 감독으로 승격됐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그리고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성과도 있었지만, 이후 삼성은 긴 침체기에 빠졌다. 성적 부진은 반복됐고, 결국 2021-2022시즌에는 팀 최하위 추락과 선수단 악재까지 겹치며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당시 농구계 안팎에서는 ‘스타 선수 출신 감독의 한계’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뛰어난 선수였던 이들이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오랜 속설 속에서 이상민 감독 역시 실패한 지도자로 분류되는 분위기였다.
그랬기에 2023년 KCC 코치 부임은 더욱 의미가 컸다. 자신의 농구 인생 대부분을 함께한 팀으로 돌아온 그는 조용히 다시 시작했다. 코치로 우승을 경험하며 지도자로서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고, 이후 팀이 흔들리자 KCC는 전창진 감독 후임으로 이상민 감독을 선택했다.
사실 모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지난 시즌 하위권 부진 속에서 내부 분위기는 무거웠고, 팀에는 허웅, 허훈, 송교창, 최준용, 숀 롱 등 개성이 강한 스타 선수들이 즐비했다. 자칫 충돌이 발생하면 팀은 더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상민 감독은 달랐다. 권위 대신 소통을 택했다.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었고, 일방적인 지시보다 공감과 설득에 집중했다. 실제 KCC의 작전 타임은 감독 혼자 이야기하는 장면보다 선수들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며 화제가 됐다.
이는 스타 선수 출신이기에 가능한 리더십이었다. 누구보다 선수의 마음을 잘 아는 감독이었다.
팀의 대표적인 스타 플레이어인 허훈 역시 우승 직후 이상민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개성 강한 선수들을 컨트롤하는 건 쉽지 않다”며 “저희는 억누르려 하면 더 엇나갈 수도 있는데 감독님은 소통과 배려로 팀을 하나로 만드셨다. 정말 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상민 감독은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프로농구 챔피언에 오른 역대 네 번째 인물이 됐다. 여기에 한 팀에서 이 모든 업적을 달성한 최초의 사례라는 특별한 역사까지 남겼다.
이상민 감독. ⓒ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