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조선, 추적기 끄고 호르무즈 돌파”… 장금상선 “우리 소유 아냐”
입력 2026.05.12 15:45
수정 2026.05.12 15:45
초대형 유조선 3척 호르무즈 빠져나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에 원유·화학제품 운반선 ‘발드 맨’(Bald Man)이 정박해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해운사가 운영하는 초대형 유조선(VLCC)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들은 이달 초 선박 위치추적 장치를 완전히 끄고 이란이 펼친 해상 봉쇄망을 뚫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해운 데이터 분석 업체 케이플러(Kpler)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를 인용해 이달 초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영문명 시노코)이 관리하는 바스라 에너지를 비롯한 유조선 3척이 600만 배럴에 달하는 걸프산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바스라 에너지 외에 ‘아기오스파누리오스 Ⅰ’ ‘키아라 M’으로 모두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이다. 이 선박들은 이란 측 나포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완전히 끈 이른바 ‘깜깜이’ 상태로 운항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지르쿠 원유 터미널에서 200만 배럴을 실은 바스라 에너지는 지난 1일 출항해 6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 이후 8일 해협 외부인 UAE 푸자이라 터미널에 도착해 화물을 내렸다. 글로벌 에너지 요충지인 해협 통행이 막혀 고립됐던 원유를 우회로 없이 정면으로 빼냈다.
그러나 장금상선은 해당 유조선이 자사 소유·운용 선박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장금상선 측은 “해당 선박은 장금상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통제하는 선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금상선 측에 따르면 해당 유조선은 계열사인 장금마리타임이 특수목적법인(SPC)으로부터 단기 용선한 뒤 이를 다시 제3 선주에게 재용선해준 선박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SPC는 장금상선 소유가 아니며 지분 관계도 없다”며 “현재 장금상선이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선박으로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금상선 선박 외에 또 다른 유조선인 ‘아기오스파누리오스 I’와 ‘키아라 M’도 10일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갔다. 앞서 아기오스파누리오스 I는 지난달 17일 선적을 마친 뒤 최소 두 차례나 진입을 시도하다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통행에 성공했다. 이 선박은 오는 26일 베트남 응이선 정유시설에 도착할 예정이다. 목적지가 불분명한 키아라 M은 산마리노 선적으로 추정되며, 현재 중국 상하이 법인이 관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위치 추적기를 끄고 항로를 숨긴 채 운항하는 선박들이 해협을 통과하면서, 완전히 봉쇄된 것으로 알려졌던 호르무즈 해협 내 실제 물동량은 지표보다 활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치추적기를 끄는 운항 방식은 공식 항로 모니터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로이터는 이들 세 척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소식을 전하면서 중동산 원유 수출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