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프로젝트Y’, 극장 외면·OTT 1위…엇갈린 두 개의 성적표 [D:영화 뷰]
입력 2026.04.25 14:01
수정 2026.04.25 14:01
고관여 소비 환경인 극장보다 저관여 소비 구조인 OTT 선호
영화 단체들, 홀드백 6개월 의무화 반대
극장에서 외면받은 영화들이 OTT 플랫폼으로 이동하자마자 1위를 기록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휴민트'는 지난 4월 1일 넷플릭스 공개 이후 단 5일 만에 누적 시청 수 1100만을 돌파하며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영어권 영화 1위 수치까지 넘어선 성적으로, 사실상 글로벌 전체 1위에 해당한다. 한국을 포함해 대만, 베트남,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 1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67개국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극장에서는 190만 관객에 머물며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에 크게 못 미쳤던 성적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
‘프로젝트 Y’는 극장에서 14만 명, ‘하트맨’은 2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OTT 공개 직후 각각 대한민국 TOP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단순히 뒤늦은 재평가나 역주행으로 묶어 설명하기에는 결이 다르다. 이 현상의 핵심은 극장과 OTT가 애초에 서로 다른 기준과 방식으로 작동하는 별개의 시장이라는 데 있다.
극장은 고관여 소비 환경이다. 관객은 티켓값을 지불하고 이동 시간을 감수하며 특정 시간대에 특정 공간으로 향한다. 선택 이전에 이미 상당한 비용을 치른 셈이다. 이 구조 안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신중해지고, 완성도와 평판, 검증된 흥행 요소를 기준으로 관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개봉 초반의 흥행 곡선이 작품의 수명 대부분을 결정하고, 입소문이 퍼지기 전에 관객이 이탈하면 회복은 어렵다.
반면 OTT는 월정액 기반의 저관여 소비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추가 비용 없이, 이동 없이, 언제든 선택을 변경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시청자는 훨씬 가벼운 판단으로 재생 버튼을 누른다. 극장에서의 혹평이나 논란이 OTT에서는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하는 유입 요인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여기에 알고리즘이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OTT 플랫폼은 작품의 완성도보다 클릭률, 체류 시간, 화제성 등 데이터를 중심으로 노출을 확대한다. 논쟁적인 반응이 클수록 유입이 늘고 순위가 올라가는 구조다. 극장 흥행 실패 자체가 하나의 화제성으로 기능하며 알고리즘 노출을 끌어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OTT 1위라는 결과는 작품의 평가 변화만으로 설명되기보다, 플랫폼의 추천 구조와 소비 방식이 결합해 만들어낸 수치에 가깝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적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지점이다.
이 흐름은 현재 한국 영화산업을 달구고 있는 홀드백 의무화 논쟁을 재점화 시킨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은 극장 상영 종료 후 6개월간 어떤 플랫폼에도 영화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3개 단체는 이를 정상적인 홀드백이 아닌 '블랙아웃' 법안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영화를 못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상영 기간 보호가 중요하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최휘영 장관은 "국회 논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민관협의체 구성을 통해 영화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 단체들이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일률적인 6개월 제한이 중·저예산 영화의 회수 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Y'나 '하트맨'처럼 극장에서 흥행 동력을 잃은 작품들이 OTT를 통해 새로운 관객과 수익을 확보하는 흐름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이 경로를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비판이다.
반면 극장 측은 OTT 공개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관람 유인이 약화된다는 점을 들어 일정 수준의 보호 장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휴민트’와 ‘프로젝트 Y’, ‘하트맨’의 성적표는 특정 작품의 흥행 성패를 넘어, 극장과 OTT가 병렬적으로 작동하는 현재의 산업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작품의 규모와 장르, 시장 반응에 따라 창구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홀드백 논의 역시 이러한 변화된 유통 환경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