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저축은행의 위기와 대응 방안
입력 2026.04.27 07:01
수정 2026.04.27 07:01
저축은행 흑자 전환은 부실 정리로 얻은 '관리형 회복'
수도권 대형사 중심 회복 속에 지방 저축은행 영업력은 오히려 위축
미국의 지역재투자 평가 도입해 지방 저축은행 '지역경제 안전망'으로 설계
저축은행 업권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수도권과 지방 간 실적 격차가 확대되며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저축은행중앙회
2025년 결산 기준 저축은행 업권은 2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흑자 기조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와 대손충당금 축소가 반영되면서 BIS 비율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표면만 보면 '위기 탈출'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 회복은 이자이익 확충과 영업 확장의 결과라기보다는 대출과 자산을 줄이고 위험을 정리한 끝에 얻어낸 '관리형 흑자'에 가깝다.
해당 과정에서 지방 저축은행의 외형 축소와 영업 위축이 두드러졌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흑자 전환 이후에도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줄어들고 있다. 가계·기업 대출이 모두 감소했고, 부실 위험이 큰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는 공격적으로 정리됐다.
숫자상 건전성은 좋아졌지만, 이는 곧 자금 공급의 축소를 의미한다.
자금이 잘 돌지 않는 곳은 항상 주변부다. 영세 자영업자와 지역 중소법인이 그 타격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회복의 과실이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저축은행들은 이미 실적 반등 국면에 올라섰다.
브랜드 인지도와 디지털 채널을 기반으로 전국에서 우량 고객을 흡수하면서 이익 규모와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지방 저축은행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상권 위축의 삼중고 속에서 영업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업권 전체로 보면 흑자이지만, "서울은 회복, 지방은 침식"이라는 양극화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원인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째, 영업권역 자체의 구조가 다르다.
수도권은 인구와 소득, 상권이 밀집해 있어 신용도와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소매영업 대상 금융소비자군이 두텁다.
카드론 대체 중금리 상품, 온라인 개인신용대출, 직장인 대상 대출 등 디지털 기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좋다.
하지만, 지방은 다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상권 축소가 겹친 상태에서 자금 수요가 영세 자영업자, 지역 중소기업,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
둘째, 자금조달과 브랜드 파워의 차이가 크다. 대형 저축은행은 TV 광고, 대규모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전국 단위 브랜드를 구축했고, 비대면 채널로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의 우량 고객까지 흡수한다.
반면 지방 저축은행은 특정 시·군을 넘어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고, 지점과 지역 예금에 의존한 탓에 조달 비용은 크고, 수신 기반은 좁다.
셋째, 위험 포트폴리오가 다르다. 수도권 대형사는 부동산 의존도를 줄이고, 개인신용·중금리·온라인 상품 비중을 늘리며 위험을 분산해왔다.
지방 저축은행은 지역 상권과 부동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부동산 PF와 상가·오피스텔 담보대출, 자영업 운영자금 대출 비중이 여전히 높다.
부동산 경기와 지역 상권이 흔들리면 곧바로 자산 건전성이 타격을 받는 구조다.
문제는 지방 저축은행이 흔들릴 경우, 그 여파가 개별 금융회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방 저축은행은 많은 지역에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서민금융 창구' 역할을 한다.
시중은행과 카드사, 캐피탈사 문턱을 넘지 못한 신용 취약계층, 소득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 담보가 부족한 소상공인은 저축은행 창구를 찾는다.
이들이 문을 닫거나 영업을 축소하면 대안은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높고 규제·감독은 약한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위험이 커진다.
선진국의 지역은행 정책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커뮤니티 은행에 적용되는 커뮤니티 재투자법(CRA)은 지역 기반 금융기관에게 ‘지역에 대한 책임’을 명시적으로 부과한다.
은행이 자신이 영업하는 저·중소득 지역의 신용 수요를 얼마나 충실히 충족했는지를 규제당국이 평가한다. 그리고, 당국은 해당 결과를 지점 신설과 합병·M&A 인가에 반영한다.
또 미국은 연방 예금보험제도와 중앙은행, 각종 정리금융 기구를 통해 위기 시 커뮤니티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부실 발생 시에도 예금자 보호와 함께 해당 지역의 금융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점포와 고객을 다른 지역은행에 승계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국내 지방 저축은행 정책도 이 방향에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역에 기여하는 정도를 제도적으로 측정하고 해당 평가가 영업 구역 확대, 점포 이전·통폐합, 인가·M&A 심사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부동산 PF 정리 과정에서 지방 저축은행의 자본이 과도하게 훼손될 경우, 선택적이고 조건부인 공적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펀드, 보증 확대, 자본성 자금 지원, 규제 완충장치 등을 활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금융당국은 지방 저축은행을 '지역경제의 마지막 안전망이자 정책금융의 보완재'로 재정의하고, 선별적 공적 지원과 강도 높은 구조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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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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