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이 “촉법소년 연령 낮춰야”…콘텐츠 속 잔혹한 ‘소년범들’, ‘현실’에서는? [콘텐츠 속 촉법소년②]
입력 2026.04.15 11:01
수정 2026.04.15 11:01
‘소년심판’ 속 잔혹한 소년범죄
현실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둘러싼 토론 이어져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은 소년범에 대한 혐오를 대놓고 드러내는 판사의 강렬한 대사로 전개를 시작한다.
'소년심판' 스틸, '소년심판'을 촬영한 전주지법ⓒ넷플릭스·뉴시스
2022년 공개된 이 드라마에서는 살인사건부터 성폭행, 입시 비리 등 소년범들이 저지르는 다양하고, 잔혹한 범죄들이 등장한다. 법정 안팎의 에피소드를 10회에 걸쳐 펼쳐내며 소년범들의 면면을 디테일하게 포착한 것이 이 시리즈물의 강점이었다. 특히 첫 회에서 만 13살 백성우가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라는 대사를 내뱉어 반향을 일으켰다.
드라마 속 이야기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첫 회에서 촉법소년을 향한 분노를 끌어낸 해당 에피소드는 인천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김양이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유괴 및 살인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로, 현실에서는 김양이 촉법소년이 아닌 미성년자였다. 이 외에도 2018년 숙명여고 쌍둥이자매의 시험지 유출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입시 비리 문제 등 ‘현실’을 경유하며 ‘리얼리티’를 배가했다.
드라마 공개 후 촉법소년을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자신들이 겪은 일들이 사실 여부 확인도 없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물론 ‘소년심판’은 소년범죄를 ‘혐오’하는 작품은 아니다. 10회에 걸쳐 다양한 소년범죄를 다루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는 데 소홀함은 없다. 가정과 학교, 나아가 어른들에게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짚는가 하면, 법정에서 소년범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극히 짧은 법정의 일상을 조명하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 그들을 둘러싼 주변까지 폭넓게 다뤘다.
이 작품을 쓴 김민석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감정을 배제하고, 균형을 지키며, 다양한 면을 보여야 본질적인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4명의 판사를 통해 ‘다양한’ 시선을 포착한 이유를 설명했다. 소년범의 악랄함을 강조한 것이 아닌, “사회 시스템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가정환경일 수도 있고, 다양한 부분에 여지가 있지 않은가. 의도는 있으나, 결국 그 해석은 시청자들의 몫”이라고 이 작품의 치열했던 고민의 ‘과정’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소년범죄를 다룬 다수 작품은 ‘다양한’ 시선을 통해 ‘열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해 호평받은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은 지방의 한 마을과 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범죄가 결코 ‘먼’ 일이 아님을 시사한다. 서울을 떠나 낯선 소도시로 이사 온 초등학생 기준과 그 가족의 시선을 통해, 부모 없이 자라는 초·중학생 형제가 ‘범죄자’로 내몰리는 현실을 담았다.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어른들의 손가락이 형제를 향하는 과정을 담아 소년범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지 질문한다.
이러한 소년범을 향한 관심은 고스란히 현실에도 반영됐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이 지난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법무부 역시 촉법소년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소년법 및 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 만 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로 흉포화된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953년 형법 제정 후 70년간 촉법소년 연령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에서,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 결과다.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은 결국 콘텐츠다. ‘현실’을 반영한 콘텐츠는 결국 ‘사유’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작품들 역시 ‘달라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촉법소년의 허점을 파고든 백성우는 물론, ‘여름이 지나가면’ 속 물리적인 힘과 부모의 경제력 사이, 더 치열해진 초등학생의 권력 다툼까지. 분노와 안타까운 감정을 오가며 ‘깊이 있는’ 고민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는 평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