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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만들면 된다며"…현대차·기아, '美 최후의 보루' 픽업 시장 뚫는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4.13 14:49
수정 2026.04.13 14:50

현대차·기아, 미국서 나란히 픽업 시장 진출 알려

'관세' 부딪혔던 美 픽업 시장, 현지 생산으로 돌파

하이브리드 및 주행거리 연장형 픽업트럭으로 '틈새' 돌파

현대차그룹이 지난 1일(현지시간) '2026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공개한 중형 픽업트럭 콘셉트 '볼더' ⓒ현대차

현대차·기아가 '관세를 내기 싫으면 미국에서 만들면 된다'는 트럼프의 해법을 역이용한다. 그동안 사실상 '금지된 시장'에 가까웠던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하면서다. 관세 장벽에 막혀 발을 들이지 못했던 영역을 현지 생산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는 지난 9일 진행한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중형 전기 픽업트럭과 주행거리 연장형(EREV) 모델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역시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2026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콘셉트 모델 '볼더'를 최초로 공개했다. 차세대 중형 픽업트럭 방향성을 제시하는 콘셉트카로, 이를 바탕으로 2029년 미국 시장에 중형 픽업트럭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그간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사실상 주변부에 머물러왔다. 북미 전략 차종으로 현대차가 '싼타크루즈'를 내놓긴 했지만 미국 내 소형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은데다, 전통적인 바디온 프레임 기반이 아닌 모노코크 구조를 채택하면서 주류로 자리잡지 못했다. 기아 역시 중형 픽업 '타스만'을 일부 신흥 시장에 출시했지만, 미국 시장엔 진입하지 못했다.


이번 중형 픽업트럭 시장 진출은 단순 라인업 확대가 아니라, 미국 시장 공략의 '마지막 퍼즐'과 같단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세단, SUV, 전기차에 이어 픽업트럭까지 라인업을 갖추게 되면 풀라인업 경쟁이 가능해지지만, 픽업은 미국에서 가장 폐쇄적인 영역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미국 픽업 시장은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빅3'가 장악한 시장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진입 장벽도 높다. 여기에 1960년대 도입된 이른바 '치킨세'로 불리는 25% 수입 픽업트럭 관세가 더해지며 해외 업체들의 진입을 구조적으로 차단해왔다. 그간 현대차·기아가 미국픽업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자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최근 역설적이게도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가속화하면서 픽업 시장 진출의 길이 열린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월 5000대 수준인 HMGMA의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2028년에는 연간 30만대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연간 37만대 생산이 가능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연간 36만대를 생산하는 기아 조지아 공장의 물량을 합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에서만 연간 100만대 이상의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능력은 78만2320대로, 전년 대비 9.3% 증가햇다.


늦어진 미국의 전동화 전환 흐름도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내연기관차 수명이 길어지고, 하이브리드 인기가 여전히 치솟고 있어서다.


기아가 언급한 EREV 픽업트럭은 연료비 부담이 큰 내연기관 픽업트럭 시장에서 틈새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현대차 역시 내연기관 픽업과 전기 픽업 사이의 중간 지점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충성도가 크게 작용하는 시장인 만큼 넘어야 할 장벽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싼타크루즈가 이미 한차례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고 단종 수순을 밟게 된 데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형 픽업트럭 간 차별점도 명확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픽업트럭은 단순한 판매 차종이 아니라 브랜드의 상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좌우하는 시장"이라며 "현대차·기아로선 마지막 미개척지였는데, 현지 생산을 기반으로 진출이 가능해졌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점유율을 키울 수 있다면, 미국 내 입지를 더욱 탄타히 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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