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퍼펙트스톰-금융]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4고 악재’ 금융시장 덮쳤다
입력 2026.04.08 09:13
수정 2026.04.08 10:20
원·달러 환율 1500원대 ‘뉴노멀’
국제유가 들썩, 서울 휘발윳값 2000원선 돌파
금리인하 기대감 ‘뚝’…연내 인상 전망 ‘솔솔’
실물경제 위축 불가피…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지난 7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64.72원으로 하루 전보다 6.4원 올랐고, 서울은 같은 기준 2000.3원으로 9.9원 크게 상승하며 2000원선을 뚫었다.ⓒ뉴시스
중동 전쟁이 40일을 넘기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중동전쟁 장기화 여파로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악재가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외 변수로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 역시 짙어지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4원 오른 1508.7원에 출발했다. 개장 후 오름폭을 키우며 151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제유가도 상승세다.
지난 6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9.7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2.41달러로 각각 전날보다 0.7%, 0.8% 올랐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앞서 7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64.72원으로 하루 전보다 6.4원 올랐고, 서울은 같은 기준 2000.3원으로 9.9원 크게 상승하며 2000원선을 뚫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에 따라 일각에선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될 거란 기대도 나오지만, 한 달 넘게 이어진 전쟁의 여파가 옅어지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들썩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어 금리인하 기대감은 온데간데없고 연내 인상 전망이 짙어졌다.
국제금융센터 ‘중동 전쟁 시나리오별 미 달러화 향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지난 2월 42.7%에서 한 달 새 92.2%까지 급등했다. 올해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다.
금리 격차는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당장은 전쟁 여파로 관망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고유가와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물가 안정을 위해 한은이 결국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국내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올 1월 기준 4.1%로 지난해 말(3.2%)보다 0.9%p 올랐다.ⓒ뉴시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고유가 지속으로 인플레이션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높으나, 우선은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금융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대인플레이션이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고 전쟁이 장기화되는 만큼 선제 대응 관점에서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상 의견을 제시한 위원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시장 금리는 한발 앞서 반응하고 있다.
회사채 금리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말 3.6%까지 치솟으며 3개월 새 0.5%포인트(p)가량 널뛰었다.
정부가 25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비상경제상황실을 통해 복합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르게 되면 실물경제 부담 가중은 불가피하다.
경기는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투자 위축은 물론 가계 소비도 꺾이게 된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유지로 일명 ‘영끌족’, ‘빚투족’을 포함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영세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
이는 결국 금융지주와 은행의 건전성·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연체율이 상승하게 된다.
실제 국내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올 1월 기준 4.1%로 지난해 말(3.2%)보다 0.9%p 올랐다.
카드대출로 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었단 의미다. 이는 2005년 5월(5.0%) 카드사태 이후 약 2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이어질 경우 손쓸 방법을 찾기가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면 경기침체 해소는 더 힘들어지고, 반대로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을 이끌면 물가 상승 압력은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정부 정책으로 버틸지 모르나, 가계와 기업은 높은 금융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며 “금융시장 전반에 연쇄 충격이 오기 전에 전쟁이 종식되는 방향이 가장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