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면 함께해야 하는데…민주당 전대, 돌아갈 다리까지 끊나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6.07.27 07:00
수정 2026.07.27 07:00
집권여당답지 못한 이전투구만
경쟁 이후까지 생각하는 정치 필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김민석, 송영길 당대표 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발표에서 본경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꽃다발을 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얼마 전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 일이 있었다.
한때는 내가 옳다면 끝까지 따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잘못했다면 관계가 상하더라도 날 선 말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지금도 잘못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과 상대에게 돌아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특히 앞으로도 계속 마주하고 함께해야 할 관계라면 더욱 그랬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지켜보며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
집권여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직 선거가 아니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 2기를 함께 이끌 지도부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국민 앞에서는 국정 운영의 방향과 철학을 보여주고 당원 앞에서는 누가 더 나은 리더인지 경쟁하는 자리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정책도, 비전도 아니다. 신천지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과 적통 논란, 계파 공방, 징계 요구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정청래 당대표 후보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천지 집단 입당 의혹을 제기한 김민석 후보 측을 향해 "당을 파산시킬지도 모를 의혹 제기"라며 진상규명과 중징계를 요구했다. 같은 날 김 후보는 광주과학기술원 강연에서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후보들을 겨냥해 "몽땅 떨어뜨리고 5대 0으로 가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상대의 문제 제기는 해당 행위가 되고 상대 진영 후보들은 모두 낙마시켜야 할 대상으로 규정됐다.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의 정치적 기반까지 무너뜨리겠다는 듯한 언어다.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송영길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을 흔드는 세력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의 쟁점을 "대통령을 지키며 개혁을 완성할 것인가, 개혁의 도그마에 빠져 대통령을 흔들다 개혁까지 실패할 것인가"라고 규정했다.
정책과 개혁 노선을 둘러싼 차이마저 대통령을 지키는 세력과 흔드는 세력의 대결로 바꼈다. 상대의 주장을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당을 맡겨서는 안 될 세력으로 규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외부 조직의 경선 개입 의혹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개혁의 방향과 당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쟁도 필요하다. 그러나 검증과 봉합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누군가는 당대표가 되고, 누군가는 최고위원이 되며 누군가는 고배를 마신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이들은 같은 집권여당 안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할 동료다.
며칠 전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을 읽었다. 사단칠정을 둘러싼 논쟁은 수년에 걸쳐 치열하게 이어졌다. 서로의 견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지만, 상대를 대하는 방식만큼은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견해가 혹 그릇되었을까 두렵습니다", "다시 가르침을 바랍니다"라는 문장들이 이를 보여준다. 두 사람은 자신의 학설을 쉽게 굽히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꺾거나 논쟁의 장에서 몰아내려 하지 않았다. 의견이 달라도 논쟁 이후까지 함께 학문을 이어가야 할 상대라는 점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가 조선시대 선비의 토론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함께 국정을 책임질 사람들이라면 돌아갈 다리만큼은 스스로 끊지 말아야 한다.
정당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고 정부도 계속된다. 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쉽게 거둬지지 않는다. 서로를 징계하고 낙마시키겠다는 말을 쏟아낸 뒤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나의 지도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상대를 끝까지 무너뜨릴 의도가 아니라면 왜 봉합이 어려울 만큼 서로를 공격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