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다음은 오세훈? 장동혁의 속내는…
입력 2026.03.01 00:10
수정 2026.03.01 00:10
오세훈 공개적 압박 나선 장동혁
공천 심사 기준도 불리하게 설정
'노선 견지' 넘어 '대권 경쟁' 신호탄?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지난 달 18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공천 뇌물·통일교 게이트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방문 하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데 이어 다음 수순으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을 정조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 짙어지고 있다. 장 대표의 강경 노선으로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낸 오세훈 시장을 '분열 세력'으로 규정한 데 그치지 않고 급기야 '민주당 프레임'까지 덧씌우며 공개적으로 압박에 나선 점에서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단순한 노선 차이를 넘어 자신의 리더십에 비판적인 잠재적 경쟁자를 정면으로 솎아내는 작업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당권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대권 구도까지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오 시장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장동혁 체제 출범 이후 최저치인 17%를 기록하자 장 대표의 행보를 반(反)헌법으로 규정하며 거듭 노선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받아든 여론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사법 질서를 뒤흔드는 사실상의 입법 쿠데타가 벌어지는데도 국민은 우리를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며 "지금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역사의 변방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엄을 옹호하는 극단 세력까지 품고 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보수의 빛나는 역사와 정통성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라며 "반헌법은 결코 보수가 될 수 없다. 원칙을 잃은 보수는 모래 위에 세운 집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은 이전부터 장 대표의 강경 노선에 우려를 표하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서울시장직을 수행 중인데다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도 다시 나서야 하는 입장에서 민심과 괴리된 행보를 이어가는 당 지도부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실제 서울은 대구·경북(TK)과 같은 전통적 보수 지지 기반과는 결이 다른 정치 지형을 갖고 있다. 고정 지지층의 결집만으로 승부를 보기 어려운 구조로, 선거 때마다 중도·무당층의 향배가 당락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해 왔다. 특히 '행정가'를 뽑는 성격이 강한 만큼 강성 이미지를 앞세운 정치인보다는 합리성과 안정감을 강조하는 중도 성향 후보에게 표심이 쏠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선거판의 구조를 감안할 때 '윤어게인' 기조를 고수하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 방점을 찍는 장 대표의 노선이 서울 민심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오 시장 측 판단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강경 노선을 굳힐수록 서울 선거는 외연 확장이 아닌 지지층 방어전으로 축소될 우려가 있고, 이는 곧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는 별개로 불리한 구도를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른바 '이재명 픽'으로 불리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낮은 인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일찌감치 현장 행보를 강화하며 선거 채비에 나선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부 위기감도 커진 분위기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오 시장이 서울이라는 특수한 선거 지형을 의식해 전략적 문제 제기에 나섰단 진단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연합뉴스
'서울' 선거 지형 안중에 없나
"오세훈이 자신없다" 공세 확산
'한동훈 다음은 오세훈' 선동
반대로 당권파에서는 "오 시장이 선거에 자신이 없어서 장 대표를 비판한다"며 오 시장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당내 징계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권파 스피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고성국 박사는 한동훈 전 대표가 제명 당한 직후 '다음은 오세훈'이라는 발언을 한 데 이어 반복적으로 오세훈 시장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장 대표 또한 지난 24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오 시장이) 지금 위기와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을 표현하는 건 좋지만, 당원들에게 절망적인 말을 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민주당은 '대구·경북 빼고 다 승리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대구·경북 빼고 다 지겠다'면서 민주당의 선언에 호응해 주는 듯한 태도로 선거를 치러서 이길 수 있겠느냐"라며 "'우리는 진다'는 말을 반복하는 게 선거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경우 우리 당의 지지율이나 여론조사에서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견제론과 (함께) 지금 현역 단체장 지지율을 놓고 보면 어떤 부분이 우리가 미흡했기 때문에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지 고민을 함께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오 시장의 지지율을 되레 직격했다.
실제 한동훈 전 대표 사례와 마찬가지로 오 시장에게도 장 대표의 정치적 계산이 반영된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장 대표가 최근 선거 공천 과정에서 '새 얼굴'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이를 전면에 내세워 4선 경력의 오 시장에게 '구세대' 이미지를 덧씌우려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공천관리위원회가 확정한 공천 심사 기준 역시 이러한 전망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당 정체성과 당 기여도 평가 등 당권파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항목들이 포함된 데다, 정치 신인 가산점 제도도 신설됐다. 특히 가산점 적용 연령을 45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제한하면서 오 시장의 연령대를 비껴가도록 설계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오 시장이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상황을 둘러싸고 이를 명분 삼아 경선 과정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내에서는 공천룰과 사법 리스크를 동시에 지렛대로 삼아 경쟁 구도를 재편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혁신 서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래서 장동혁의 진짜 속내는
단순히 장동혁 대표의 행보만 놓고 보면 '윤어게인' 노선을 견지하며 강성 지지층의 결속을 한층 더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보다 복합적인 권력 구도의 맥락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 이후 열릴 전당대회에 오 시장이 등판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 대표가 일찌감치 흠집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오 시장이 연일 지도부를 직격하며 각을 세우는 배경 역시 단순한 노선 비판이 아니라 공천 배제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차기 당권 도전에 명분을 쌓으려는 포석이라는 억측을 당권파에서는 내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권을 겨냥한 장 대표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미 대권주자로 부상했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데 이어 오 시장의 역시 초반부터 눌러두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로 '여당 프리미엄'이 작동할 수 있는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전반적으로 고전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오 시장이 이러한 역풍을 뚫고 5선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힐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만큼 사전에 정치적 공간을 좁혀두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의 외연 확장이나 지방선거 승리 전략보다는 장 대표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순위에 놓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고개를 든다.
정치권 관계자는 "장동혁 대표의 최종 목표는 결국 대권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차피 패배가 확실한 당장의 지방선거보다도 2~3년 뒤 판을 어떻게 짜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미 한동훈 전 대표를 정리한 상황에서 오세훈 시장까지 잠재적 경쟁군에 들어갈 수 있기에 싹을 초기에 제거하겠다는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며 "지방선거 승리만을 목표로 했다면 이렇게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