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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수정' 강경파 반발 계속…정청래 리더십에 영향 미칠까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02.27 00:05
수정 2026.02.27 00:05

강경파, 표결 전 '재수정' 요구에도

與 "당론 그대로 따라야" 일축

'합당' 여파로 불안정한 鄭 리더십

강경파보단 '리더십 안정' 택한 듯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 총회 도중 이날 6300 포인트를 넘긴 코스피 종가 소식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 수정안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분위기다. 당 안팎 위헌 우려를 감안해 지도부가 수정안을 도출했지만, 원안을 고집한 강경파는 여전히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강성 지지층 역시 원안 수정에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잡았던 정청래 대표 리더십에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26일 법왜곡죄와 관련해 본회의 표결 전 재수정할 수 없다는 명확히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이 재수정 주장을 했지만, 특정 조항을 수정한 법왜곡죄를 처리하기로 한 당론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고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주장하며 재수정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한 것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적의원 296명 중 170명이 참여해 찬성 163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의결됐다. 다만 법안 수정에 반발한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과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지도부에 항의 표시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민주당은 사법개혁 3법 중 하나인 '법왜곡죄'를 두고 이례적으로 내부 이견이 노출됐다. 사법개혁은 정 대표의 대표 공약으로서 "타협 없이 반드시 처리해 내겠다"고 강조할 정도로 당이 심혈을 기울인 사안이다. 여기에 맞춰 법사위도 신속하게 이 법안을 처리했고,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선 법사위를 통과한 원안을 처리하기로 중론을 모았다. 그러나 전날 돌연 지도부 주도로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이 이뤄졌고, 본회의 상정 30분 전 수정안이 제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당 정책위원회와 법사위원 간 법왜곡죄 위헌 소지를 두고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정책위는 법왜곡죄 수정안 제출을 검토했고 법사위 여당 의원들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방식의 법안 처리가 반복되는 것은 법사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법사위가 강경파가 아니라 법원이 막가파이고 법사위는 이를 합헌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이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자 김 의원은 "당 지도부의 시간"이라며 압박했고, 지도부도 법사위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 도중 심각히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지도부가 강경파인 법사위의 손을 들어준 셈이지만, 본격적인 법안 처리를 앞두고 대법원은 물론 당내에서까지 위헌 우려가 분출되자 지도부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5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법사위원 등 강경파와 보완해야 한다는 온건파 간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이에 한병도 원내대표가 제안한 거수 표결에 따라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됐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는 "법사위 의견을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세 차례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 원안 처리 결정을 번복한 것과 당론 채택 과정을 문제 삼으며 "당지도부와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모두 중론이 모이지 않자 거수 표결을 거치는 데 동의했지만, 그동안 "사법개혁안을 흔들림 없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정 대표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법사위 원안대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이 당초 분위기였지만, 당 지도부가 당 안팎 우려에 고심을 한 것으로 안다"며 "수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정 대표가 한 차례 리더십 위기를 겪은 이후 자세를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당대표 취임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사태로 리더십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반청'(반정청래)계가 수면 위로 올라와 정 대표와 각을 세웠고, 친청(친정청래)계가 반발하면서 권력다툼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합당 논의를 중단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세력화 의심 속에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를 위한 의원 모임'(공취모)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는 등 리더십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리더십을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은 정 대표 입장에선 당내 위헌 우려가 터져 나온 '법왜곡죄'를 법사위 원안대로 처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혁 당대표'를 표방한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임기 초반 사법부 견제에 사활을 걸었는데,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지난해 9월 강행한 청문회로서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한 탓에 당내 반발이 거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여당 법사위원들을 만나 응원하며 힘을 실었다. 당내 일부에선 정 대표의 행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 대표는 "국민의 뜻에 따라 사법개혁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법부 개혁을 원하는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해 지지 기반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이번 '법왜곡죄' 역시 일부 강성 지지층이 지지하는 법안이다. 당장 유튜버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반명'(반이재명) 성격이 짙은 인터넷 매체·커뮤니티 딴지일보에선 당이 법왜곡죄를 수정하자 "매번 이런 식으로 하니까 법안이 누더기가 된다" "매번 당원을 물 먹이는 일만 만들어낸다" "이러니 민주당을 누가 무서워하겠느냐" 등 반응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법사위 등 강경파와 각을 세울 수 있는 상황임에도 리더십 안정을 위해 법안 수정 결정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과거 행보와 달리 (의원총회에서) 법사위원들에게 사과까지 하면서 의견 수렴에 나선 것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며 "정 대표가 선명성을 강하게 드러내다가 비판에 직면했는데, 이번에 집권여당 대표로서 당연히 보여줬어야 했던 행동을 한 것은 합당 사태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왜곡죄 내용을 보면 이상과 현실 사이 괴리감이 큰 법인데, 국민 다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현되기 어려운 법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정 대표가 그동안 강경한 행보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이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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