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다운’ 안세영, 천적 아닌 천위페이 완파...4강서 야마구치에 설욕?
입력 2025.03.15 09:17
수정 2025.03.15 09:24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이 세계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에서 4강에 안착했다.
안세영은 14일(현지시각) 영국 버밍엄에서 펼쳐진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랭킹 13위’ 천위페이(중국)를 43분 만에 2-0(21-9 21-14) 완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1게임 초반 접전 양상을 띠었지만 탄탄한 수비와 코트 양쪽을 찌르는 안세영 공격 앞에 천위페이는 또 무너졌다. 안세영은 10-4 리드를 잡은 뒤 일방적인 흐름으로 1게임을 21-9로 따냈다. 2게임을 보면 천위페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큰 실력 차가 드러났다. 10-1까지 달아난 안세영은 여유 있게 20점 고지에 먼저 도달한 뒤 4강 티켓을 확보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 결승 무대에서 자주 격돌했던 천위페이는 더 이상 안세영의 천적이 아니다. 여전히 상대전적에서는 11승12패로 밀리지만, 최근 9차례 맞대결에서 7승을 챙겼다. 안세영은 지난주 프랑스에서 치른 ‘2025 오를레앙 마스터스’ 결승에서도 천위페이를 완파했다. 최근 대결만 놓고 보면 안세영을 천위페이 킬러로 불러도 손색없다.
최근 안세영의 기세는 가공할 만하다. 올해 치른 3개 국제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 사이 17연승을 달렸다. 접전도 찾아보기 어렵다. 주무기 대각선 하프 스매시, 드롭샷과 하이클리어로 상대 범실을 유도하는 지능적 플레이, 상대를 질리게 하는 묘기에 가까운 수비까지. 가히 배드민턴 여제다운 행보다.
전문가들은 “2년 전 전영오픈 우승을 차지했을 때보다 더 강한 것 같다”며 감탄. 한때 천적이었던 천위페이도 9일 결승전 패배 뒤 “가장 강했을 때의 모습이었다”고 인정했다.

2024 파리올림픽 이후 어수선했던 이슈들이 하나씩 정리되고, 그간 안세영을 괴롭혔던 무릎 부상 여파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심신을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완전한 안세영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금의 기세라면 전영오픈 정상 등극 가능성도 높다.
안세영은 2년 전 전영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무려 27년 만에 여자 단식 정상에 등극했다. 1996년 방수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우승을 시작으로 이어진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차지했고,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그해 8월에는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는 무릎 부상 여파로 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랭킹 3위·일본)에 져 준우승에 만족했다. 이번에는 4강 무대에서 야마구치를 만난다. 반드시 설욕해야 결승에 오를 수 있다. 현재의 기량과 기세만 놓고 보면 우승이 유력하지만,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