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에 최상목 탄핵 "좀 기다려보겠다"…민주당 '신중론' [정국 기상대]
입력 2024.12.30 06:00
수정 2024.12.30 14:48
권한대행 '줄탄핵' 일단은 스톱모드
이재명, 참사 벌어졌는데 '윤석열 발포'
풍자글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됐다가
이후 무안行도…당 사고대책위 설치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정치 현안과 관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탄핵 추진'까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정국이 더욱 혼란해지고, 우선순위가 사고 수습이 된 점이 영향을 미친 상황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직전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즉시 책임을 묻겠다'던 '최후통첩'부터 날리고 실제 탄핵소추안을 국회서 통과시켰던 것과 달리, 최상목 권한대행을 향해선 한발 물러난 모습으로 선회했다.
이날도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한 최상목 대행을 향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즉각 임명해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내란·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해야 한다는 점도 압박했다. 하지만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줬던 강공 드라이브가 아닌 최 대행에 대한 신뢰의 뜻과 함께 '기다려보겠다'는 입장부터 표출했다.
먼저 민주당은 강유정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임명, 특검 추천의 지연은 내란의 종식을 미루는 지속가담"이라며 "하루하루의 지연이 만들어낸 국민 불안과 경제 부채는 대체 무슨 수로 회복하려는 것이냐"라고 비판을 가했다.
이어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고 조속히 수습해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게 권한대행의 첫째 의무"라며 "최 대행은 즉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내란 특검을 공포해 12월 3일에 막지 못했던 참극의 도미노를 막아야 한다. 내란공범의 길과 구국의 길 사이엔 중재나 지연이 있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윤덕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파면을 위한 헌법적 절차에 조금의 차질이 없도록 해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에 대해선 그동안 민주당이 보였던 입장들과 달리 말을 아꼈다.
김 총장은 "(헌법재판관 임명 및 특검법 수용 시기에 대한) 마지노선을 설정한 바는 없다"며 "너무나도 당연히 최 대행이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란·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수용 여부에 따라 권한대행 추가 탄핵을 추진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좀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반응했다. 김 총장은 "좀 신중하게, 인내심 있게 기다리면서 설득과 대화도 하고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여러가지 과정을 통해 진행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덕수 총리 외에도 장관 5명을 추가 탄핵해 국무회의 개의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하는 '국무회의 무력화'시나리오가 고개를 들던 상황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한덕수 총리·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탄핵으로 직무정지가 됐다. 행정안전부·국방부·여성가족부 장관도 공석이다. 이제 국무회의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15명에 불과한 상황인데, 국무회의 의결정족수는 11명이다. '국무위원 5명 추가 탄핵 시나리오'는 국무회의가 붕괴될 수준으로 국무위원 수를 줄인다는 의미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고개를 든 배경에는 국무회의가 무력화되면 헌법 제53조 6항에 따라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을 국회의장이 대신 공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깔려 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조속한 임명을 압박하고 나서는 방편이기도 하기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속도전에 협조적이지 않은 입장을 보이는 국무위원들의 연쇄 탄핵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받은 경제부총리마저 업무에서 배제될 시 '국가재난 상황에서 마저 정쟁에 몰입해 국정마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고 보도가 된 이후임에도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포 지시를 풍자한 게시물을 올리면서 큰 논란을 빚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내일을 향해 쏴라!-부치 & 선댄스. 국민을 향해 쏴라! -윤 & 한"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해당 글은 1969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등장인물인 부치와 선댄스를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에 빗대 풍자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당시 발포 지시 논란을 빗댔다는 것이다. 영화는 미국 서부에서 은행강도단을 이끌었던 부치와 선댄스가 볼리비아로 도망간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이날 오전 9시 3분에 발생했다. 이후 SBS가 오전 9시 30분에 광고 송출 도중 자막으로 속보를 타전했으며, MBC도 오전 9시 39분 드라마 '친절한 선주씨' 방송 도중 속보 자막을 내보냈다. KBS 1TV는 오전 9시 57분부터 정규방송도 중단하고 뉴스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해당 페이스북 글을 올린 시점은 이보다 늦은 오전 10시 7분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 대표는 해당 글을 지우고 무안공항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업로드했다. 이어 이 대표는 긴급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바로 무안공항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민주당은 이날 참사를 계기로 정쟁보다는 사고 수습을 중심에 둬야한다는 입장도 보였다. 민주당은 '비상설특별위원회(항공사고대책위원회)도 설치·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표면상으론 정쟁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음에도, 정국이 또다시 탄핵의 소용돌이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결국 최 대행이 두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탄핵 논의가 조만간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특히 내란·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할지, 국회로 돌려보내 재표결을 할지를 정해야 하는 법정시한은 국회가 법안을 정부로 이송한 지난 17일로부터 보름이 되는 내년 1월 1일까지다. 권한대행인 최 대행은 이때까지 특검법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