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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초유의 국정대혼란…개헌 물꼬 트일 수 있을까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4.12.30 05:00
수정 2024.12.30 05:00

국민 61.7% "현 대통령제 개헌해야"

권영세·권성동 與 '투톱', 최우선 과제로 '개헌' 꼽아

여권 대선주자들도 개헌 공감대

야당 "탄핵 국면 전환용…일고의 가치 없어"

국회의사당 전경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헌법 개정 논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유의 국정대혼란에도 불구하고 '조기 대선'을 둘러싼 당리당략과 셈법이 엇갈리는 탓에 '개헌론'은 좀처럼 불이 붙지 않는 모습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9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현행 대통령제 개헌의 필요성을 물은 결과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10명 중 6명(61.7%) 이상이었다. 구체적인 권력구조 개헌안에 대해서는 △4년 중임 대통령제가 45.9%로 가장 높았으며 △의원내각제와 책임총리제를 합한 이른바 '분권형 개헌'의 선호도도 10.3%에 달했다. △기타 다른 제도는 5.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치권에서도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와 권성동 대표권한대행은 최우선 과제로 '개헌'을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대행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22분간 예방하고 기자들과 만나 "의장이 중심이 돼서 헌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개헌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여러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권주자들도 잇따라 의견을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6일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지금 우리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많이 걱정하는데, 사실 지난 총선 이후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쭉 회고해보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정치적인 공세가 거의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화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각이 가지고 있는 의회해산권과 의회가 가지고 있는 내각불신임권, 이런 조항이 1987년 헌법에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면 아마 지금처럼 극단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87년 체제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개헌에 힘을 실으면서도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도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반드시 필수적"이라며 "그래야만 우리가 이 악마 같은 (줄탄핵) 악순환 고리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2일 MBN 방송에 출연해 "1987년 체제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대통령) 4년 중임으로 개헌해서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시정하되 (대통령이) 폭정으로 가지 못하도록 감시·견제하는 장치를 헌법안에 많이 도입하자"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선거구별로 국회의원 1명을 뽑아 다수의 사표(死票)가 발생하는 현행 소선거구제 대신, 선거구마다 의원을 2명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를 바꾸자는 입장이다.


이밖에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광역단체장들도 '내각제'를 주장하며 개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 내각제 주장의 원조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공주고 후배로, 그가 모셨던 김용환 전 자민련 수석부총재도 DJP연합에 내각제 개헌을 꼭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강경 내각제 개헌론자다.


야권도 일각에선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탄핵 이후'를 외치고 있어서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차기 대선은 여야 후보 모두 대통령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하는 장치를 두자고 약속할 것"이라며 "그 중 하나가 개헌"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야 한다"면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비롯해 내각제를 "좋은 선택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도 최근 외신기자회견에서 "개헌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나는 원래 개헌론자"라며 "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운 시기의 변화를 헌법에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 모두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계엄 사태 이후 '조기 대선'이 예상되면서 국면이 달라진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친명(친이재명)계는 개헌론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이 대표는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당장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과 여당의 갑작스러운 개헌 주장이 '국면 전환용 물타기'라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의 개헌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면 전환을 위해 개헌을 던진 것 아니냐"며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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