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덮친 노조 파업…같은 ‘성과급’, 다른 ‘속사정’
입력 2026.07.15 14:44
수정 2026.07.15 14:45
현대차 노조 13일부터 사흘간
한국GM 15일부터 이틀간 부분파업
교섭 핵심 쟁점에 온도차
현대차는 성과 배분, 한국GM은 생존 문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5월13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올해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전체 조합원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완성차 업계가 노조의 부분파업에 휩싸였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13일부터 생산라인 가동 시간을 줄인 데 이어 한국GM 노조도 15일부터 이틀간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하면서다.
두 노조 모두 월 기본급 인상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지만, 이면에 파업을 선택한 배경은 상당히 다르다. 현대차 노사는 실적의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와 미래 생산환경에서 임금을 어떻게 보장할지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면, 한국GM에서는 국내 공장의 미래 생산물량과 고용 안정이 더 무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이날부터 16일까지 전반조와 후반조, 고정 주간조가 각각 하루 4시간씩 작업을 중단한다. 앞서 지난 13일부터는 조기 출근과 잔업, 특근도 거부하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한국GM 노사는 전날 열린 14차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월 기본급 8만1000원 인상과 성과급 1150만원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조합원 1인당 약 3000만원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도 사흘째 부분파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울산·아산·전주공장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매일 2시간씩 근무를 단축하는 방식으로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여금 확대와 정년 연장, 신규 인원 충원,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고용·노동조건 보장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사측은 월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급 350%에 1000만원, 자사주 15주 지급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조합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추가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현대차와 한국GM 노조의 요구안은 매우 닮아있다. 기본급 인상 요구액은 14만9600원으로 같고, 회사가 제시한 기본급 인상 폭도 현대차 8만9000원, 한국GM 8만1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다만, 파업의 무게중심은 다르다. 현대차 교섭에서는 회사가 거둔 이익을 임직원에게 얼마나 배분할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노조는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계한 정년 연장과 상여금 확대 등 근로조건 개선 요구가 더해졌다.
올해 처음 전면에 등장한 완전월급제도 현대차 노조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현재 현대차 생산직 임금은 시급제를 바탕으로 산정돼 연장근로와 특근 등 실제 근무시간에 따라 월별 수령액이 달라질 수 있다. 완전월급제는 근무시간이 줄어들더라도 매달 일정한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고정급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노조가 완전월급제를 요구한 배경에는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현장에 본격 도입되면 노동시간과 잔업·특근이 줄고, 결과적으로 조합원 소득도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가 당장의 기본급과 성과급뿐 아니라 자동화 이후의 임금체계까지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넘어 로봇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인공지능 기반 공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조 요구에는 두 가지 성격이 동시에 담겨 있다. 현재의 높은 실적을 구성원과 나누라는 성과 배분 요구와 함께, 자동화가 확대되더라도 임금과 일자리를 지켜달라는 미래 고용 요구다.
반면 한국GM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에는 단순한 실적 배분 이상의 불안감이 깔려 있다. 노조가 임금 못지않게 강조하는 핵심은 신규 차종 배정과 국내 투자 계획이다.
한국GM 노조는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들의 생산 종료 이후를 대비해 후속 차종과 미래차 생산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후 국내 공장을 책임질 뚜렷한 신규 차종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의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앞으로 무엇을 생산할지를 보장받는 게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후속 모델과 미래차, 차세대 엔진의 국내 생산 배정도 요구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의 일정 부분을 국내 투자에 활용하고 회사 합병이나 공장 이전·폐쇄, 외주 전환 때 노조와 합의하도록 하는 내용도 요구안에 담았다.
한국GM 노조가 성과급과 함께 신규 차종 배정을 전면에 세운 데는 과거 군산공장 폐쇄를 경험한 데 따른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더라도 후속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 생산기지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업에 따른 충격의 양상도 다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국내 생산 규모가 큰 만큼 부분파업이 길어질 경우 인기 차종의 출고 적체와 협력업체 생산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 임금과 성과급 수준을 높이고 향후 임금체계 개편 절차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을 여지가 있다.
반면 한국GM은 당장의 생산차질 규모보다 노사 갈등이 미국 제너럴모터스 본사의 차기 생산물량 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더 중요하다.
게다가 국내 투자와 신규 차종 배정이라는 본사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대차보다 해법이 더 복잡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를 다투는 교섭이라면, 한국GM은 앞으로도 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할지를 확인받는 교섭에 가깝다“며 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