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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마주보고 앉은 PBV, 뒤집히면 어쩌나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9.22 06:00
수정 2024.09.22 06:00

현대모비스, PBV 시대 대응해 다양한 첨단 에어백 개발

PBV 탑승 이미지. ⓒ현대모비스

목적에 따라 실내 공간을 자유롭게 변형 가능한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는 전동화, 자율주행화, SDV(소프트웨어 기반 차량)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트렌드로 꼽힌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모빌리티 활용의 확장성을 제공해 줌과 동시에 제조사에게는 여러 숙제를 안겨준다. 무엇보다 큰 숙제는 승객의 안전 보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이자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제공자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PBV 시대에 대응해 충돌이나 전복 사고에도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에어백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실내 구성이 가능한 PBV는 승객의 탑승 위치나 방향도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다. 좌석이 2열 종대로 정면을 바라보고 일정 간격으로 배치된 기존 자동차와 달리 PBV는 승객들이 서로 마주 앉거나, 테이블을 중심으로 둘러앉을 수도 있다. 사고시 승객 보호를 위한 에어백의 배치와 기능도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교통관제시스템과 각 모빌리티별 자율주행기능을 통해 모든 모빌리티의 운행이 빈틈없이 통제되면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제로(0)까지 낮추지 않는 이상, 에어백 안전장치의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PBV의 안전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자립형 에어백 전개 장면.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지난 7월 공개한 ‘자립형(Self-Support) 동승석 에어백’과 ‘도어 장착형(Door Mounted) 커튼 에어백’은 PBV에 특화된, 충돌시 상해 저감과 전복시 승객 이탈을 방지하는 데 최적화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자립형 에어백은 전면 유리창(윈드실드)과 에어백 사이가 먼 원박스형 차체인 PBV의 특성을 고려해 개발됐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동승석 에어백 전개시 전면 유리창이 팽창한 쿠션을 지지해 탑승자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역할을 하지만, 원박스형 차체에서는 별도의 지지대가 필요하다.


자립형 에어백은 사고시 팽창한 에어백 하부 구조만으로 지지력을 확보해 승객을 보호해준다. 쿠션을 크래시패드와 밀착시키고 에어백 하우징에 고정시켜 들림 현상을 방지함으로써 사고 충격으로 급격하게 쏠린 승객의 신체를 받쳐주는 것이다.


쿠션이 팽창시 전면 유리창에 닿을 필요가 없으니 에어백 크기도 줄일 수 있다. 대형 차량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에어백은 쿠션의 크기가 150ℓ에 달하지만, 자립형 에어백 기술을 적용할 경우 30ℓ 이상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도어장착형 에어백 전개 장면. ⓒ현대모비스

승하차 및 공간활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슬라이딩 도어와 넓은 면적의 측면 유리창을 설치하는 PBV의 특성 역시 사고시 안전 측면에서 불리한 부분이다. 측면 에어백의 존재가 절실하지만, 슬라이딩 도어는 개폐를 돕는 무빙 파츠가 천장에 부착돼 커튼형 에어백 설치가 까다롭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아와 공동 개발한 도어 장착형 커튼 에어백은 이런 PBV 차체 구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에어백 좌우에 설치된 와이어를 따라 쿠션이 펼쳐지도록 한 기술로 정확한 위치에 쿠션을 고정하는 것은 물론, 넓은 유리창 너머로 탑승자가 이탈하는 것도 막아준다.


PBV용 도어 장착형 커튼 에어백에 적용된 주요 기술로는 에어백 전개 시 발생하는 강한 응력에도 버티는 강건한 구조 설계를 꼽을 수 있다. 도어 장착형 커튼 에어백에서는 전개시 최고 압력 350kPa의 인플레이터가 쿠션을 부풀린다. 팽창 시간은 단 0.03초에 불과하다. 승용차 타이어의 압력인 250kPa(약 36psi)보다 강한 힘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소재 선택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와이어는 강도가 높은 고탄소강의 소재를, 와이어를 따라 전개되는 쿠션의 가이드 링에는 스틸 합금 소재를 각각 사용했고, 장착부에도 힘을 견딜 수 있도록 강건한 설계를 적용했다.


도어 장착형 커튼 에어백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되는 PBV에 대응할 수 있다. 창문 너비에 맞춰 쿠션을 맞춤 설계하고, 조립 시에는 와이어에 가이드 링을 맞춰 끼워주면 되는 간결한 구조를 채택한 덕이다.


현대모비스의 에어백 토탈 패키지 기술.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자립형 동승석 에어백과 도어 장착형 커튼 에어백 외에도 다양한 에어백을 개발하며 PBV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CES 2023에서 PBV 컨셉트 엠비전 HI와 함께 공개된 ‘에어백 토탈 패키지’는 차량 유리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투사되고, 그에 따라 좌석이 회전하는 가변형 실내에 맞춰 대면 착좌 에어백, 전방위 에어백, 커튼 에어백 등을 이용해 탑승자를 안전하게 지키는 구성을 보여준다.


나아가 현대모비스는 탑승자가 눕거나 뒤를 돌아보는 상태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에어백과 탑승자를 감싸는 에어백도 개발하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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