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통일하지 말고 통일부 정리하자"…文도 '평화담론 재검토' 언급
입력 2024.09.20 00:20
수정 2024.09.20 00:20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문재인 "北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기존 평화·통일 담론, 재검토 필요"
이재명 "文 혜안, 尹이 되새기길"
범야권 인사들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 정책 노선을 맹비난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과의 이른바 화해·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남북관계가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가 아닌 '2국가론'이 돼야한다고 제시했다. 임 전 실장은 "통일하지 말고 (남북이)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 남북한이 두 개의 국가란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평화·통일담론의 전면적 재검토'를 언급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라며 반(反)통일 정책을 밝혔는데, 이러한 김 위원장의 교시가 우리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범야권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평화, 가야 할 그날'을 주제로 9·19 평양공동선언 기념식이 열렸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선언이다. 선언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철도·도로 구축 등 남북경제협력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이날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말자"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헌법 3조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이자, 반미 자주통일을 추구했던 민족해방(NL) 계열 대표 인물로 꼽혀왔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냈음에도 그간 걸어왔던 길과는 전혀 상반되는 발언을 쏟아냈다.
임 전 실장은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면서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분명히 말한다"며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 관계는 있을 수 없다.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한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두자.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다. 급기야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우선 현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라며 "신뢰 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과 다름없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연초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공식 규정했다"는 점도 소환했다.
임 전 실장은 "남쪽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남사업기구들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조국통일 3대 원칙을 폐지하고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통일 지우기에 나섰고 남북이 맺은 모든 합의들을 사실상 무효화 선언했다"면서 "남조선이라는 호칭 대신 대한민국이라 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대남 노선에 대한 근본적 변화이며, 연방제 통일론 등을 폐기한 것으로 해석하기에도 충분해 보인다"라며 "남북 모두에게 거부감이 높은 '통일'을 유보함으로써 (우리가) 평화에 대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행사의 마지막 축사자로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북 강경정책을 자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가 폐기됐고 남북간의 오물풍선과 대북확성기 방송 같은 비군사적 형태의 충돌이 시작돼 위험한 상황"이라며 "남북한 당국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또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함에 따라 기존 평화담론과 통일담론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나, 현 정부는 그럴 의지도 역량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과 시민들이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우리가 오늘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 있다"며 "그럴 때 우리가 과거처럼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소외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대화를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정부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관철을 위해선 한미 간에 보다 긴밀한 협상전략 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이날 현장 참석 대신 영상 축사를 보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남북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런 식의 강경대응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냉전시절로 퇴행했다"며 "남과 북 사이에 대화와 협력은 고사하고 오물풍선과 대북전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는 이 시대착오적인 진영외교 또한 중단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에 새 지평을 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혜안을 윤석열 정권이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