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싸움에 아이만 멍드나…'아동학대 논란' 손흥민父 손웅정 [뉴스속인물]
입력 2024.07.04 04:48
수정 2024.07.04 04:48
손웅정, 지난 3월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고소인 측 "아이, 종아리 폭행당하고 욕 들어"
손웅정 "제 방식으로 아이들 지도한 점 반성하지만…고소인 주장, 사실과 다른 부분 많아"
고소인 측, 손웅정 변호인과 통화에서 5억원 요구…"5억 받아주면 비밀리에 1억원 주겠다" 제안도
춘천지검, 2일 손웅정 등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검찰, 기소 결정하면 치열한 법정공방 예상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SON 축구아카데미 감독(62)의 아동학대 논란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손 감독은 일부 욕설 및 체벌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고소인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부분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손 감독 등 피의자들을 불러 첫 조사를 벌였다.
이번 아동학대 논란은 지난 3월 19일 피해 아동 A군 측 부모가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이던 지난 3월 9일 B 코치가 아이의 허벅지 부위를 코너킥 봉으로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고 고소하며 불거졌다. 고소인 측은 경찰 조사에서 당시 경기에서 진 A군 팀 선수들이 패배했다는 이유로 B 코치로부터 정해진 시간 내에 골대에서 중앙선까지 20초 안에 뛰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군을 비롯한 4명이 제시간에 들어오지 못하자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를 코너킥 봉으로 맞았다고 진술했다.
또한 손 감독에게서도 오키나와 훈련기간 때 훈련 중 실수를 하고 경기 등을 못했다는 이유로 수시로 욕을 들었다는 내용이 진술에 포함됐다. 아울러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함께 사는 숙소에서 또다른 코치에게 엉덩이와 종아리를 여러 차례 맞았다는 주장도 담겼다.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은 손 감독 등 3명을 지난 4월 중순께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손 감독은 입장문을 통해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가 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며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을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고소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카데미 측은 사실 관계를 왜곡하거나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밝혀주길 원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28일 손 감독의 법률대리인 김형우 변호사는 A군 아버지와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A군 아버지는 김 변호사에게 "변호사랑 얘기를 했더니 변호사가 '20억원을 부르고 5억원 밑으로는 합의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하려고 하면 돈이 중요한 건데 자기들의 이미지 실추 등을 다 하면 5억원의 가치도 안 되나. 20억원을 안 부른 게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고소인은 또한 김 변호사가 합의금이 과도하다며 거절하자 "5억원 받아주면 내가 비밀리에 1억원을 현금으로 주겠다"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군 측은 "마치 본인들은 잘못이 없고 피해자 측을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모함하고 있다. 이는 2차 가해"라며 "녹취록은 불법으로 녹취된 대화이며 아동학대라는 본질에선 벗어난 여론몰이다. 집사람과 저는 지금 파렴치한 부모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감독이) 욕을 할 때 왜 용기 내서 그 자리에서 얘기하고 따지지 못했나 땅을 치고 후회한다"라며 "팬심으로 무작정 ‘손흥민 가르쳤으면 잘 가르치겠지’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아카데미에) 합격했다고 좋아하며 보낸 게 잘못됐다. 진짜 저희 같은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춘천지검은 2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손 감독과 B 코치, C 코치 등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 첫 소환조사이다. 검찰은 고소 내용과 함께 경찰이 수사해 넘긴 전반적인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감독 등은 검찰 조사에서 기존 입장문 내용과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면 추후 재판에서 치열 양측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1962년생인 손 감독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1985년~1990년까지 프로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선수 시절 공격수로 뛰었던 그는 1986년 대한민국 U-23 브라질 순회 축구대회 등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현역 시절 국내 무대에서 기량을 펼쳤지만 아킬레스건 파열 등 부상으로 28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37경기 7득점이다.
손 감독은 "그저 그랬던 삼류 선수였다"며 자평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활동했다. 특히 본인의 이름을 딴 'SON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해 축구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주력했다. 그의 유소년 훈련법은 아들 손흥민의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