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은 없다?…'당권 결단' 원희룡, 발빠른 행보
입력 2024.06.22 01:32
수정 2024.06.25 08:30
당권주자 중 처음으로 의원회관 순회
김기현과 환담하며 다선 지지 기대감
인요한과 만남서는 '헌신' 상기시켜
"친윤·반윤 문제 아냐…한맘 한뜻으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유력 당권주자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의원회관 사무실과 국회 소통관을 일일이 돌며 의원들과 보좌진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기자들에게 당권 도전 결심을 알렸다. 당권주자 중 의원회관과 소통관 순회를 한 것은 원 전 장관이 처음이다. 결단은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이를 만회하는 발빠른 행보로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원희룡 전 장관은 21일 오후 의원회관을 찾아 전직 당대표인 김기현 의원, 혁신위원장이었던 인요한 의원 등을 직접 찾아가 지지를 요청했다. 또 윤상현·김재섭·정희용·박수영·송언석·조정훈 의원실 등을 차례로 돌며 인사를 나눴다. 유용원 의원과는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의원회관 순회 도중 기자들과 만난 원 전 장관은 최근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지지세 확산의 기반이 되고 있는 '헌신'에 방점을 찍었다.
원 전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도 가장 어려운 데 가서 희생한다는 각오로 (총선에) 나서지 않았느냐"라며 "지금 상황에서 어쩌면 더 큰 희생이 따르더라도 나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해서 (출마에)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패배 이후에 자숙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면서도 "자칫 (집권여당 내에서) 싸우다가 불행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는 당원들의 걱정을 절박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만들고 지켜온 당인데, 국민들에게 그런 불안감을 남겨두고 남은 3년 동안 어떻게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고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겠느냐"라며 "당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막바지까지 최종 결심을 해달라고 호소했던 것"이라고 당권 도전 결단의 배경을 부연했다.
의원회관 순회 중 원 전 장관은 특히 김기현 의원, 그리고 인요한 의원과의 만남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5선 중진 김기현 의원은 최근 몇몇 소장개혁파 출신 다선 의원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 당시 식사 자리에 동석한 의원들은 16대 국회 '미래연대', 17대 국회 '새정치 수요모임', 18대 국회 '민본 21' 등 소장파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이제는 다선이 된 의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조찬 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당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려면, 많은 지도자들이 전당대회에 참여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어대한' 기류가 만연한 가운데, 이들의 이러한 논의는 이를 향한 견제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던 바 있다.
'어대한'에 균열을 내는 당권주자로 전당대회에 뛰어든 원 전 장관이 김 의원과 회동하면서 이들 소장개혁파 출신 다선 의원들의 '물밑 지원'을 얻어내는 것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희생과 헌신'으로 당원·지지자에 어필
"계양을도 가장 어려운데 가서 희생"
'단결과 통합'으로 '당정일체' 우회 방점
"힘을 합쳐도 무도한 야당 상대 버거워"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인요한 의원은 원 전 장관을 반갑게 맞이하며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제일 어려울 때 도와줘서 눈물 나게 고마운 분이다. 하는 일이야 성공할 것"이라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원 전 장관은 인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아들여 인천 계양을에 투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기꺼이 사투를 벌인 바 있다. 인 의원 또한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총선 기간 중 수 차례 계양을을 찾아 원 전 장관을 지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은 인 의원이 원 전 장관의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원 전 장관의 이날 인 의원과의 회동은 더욱 의미심장한 만남이 된다는 관측이다.
이날 원 전 장관은 '친윤 후보' 프레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대신 단결과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단결과 통합은 훨씬 긍정적인 뉘앙스이면서도 집권여당의 입장에서는 '원만한 당정 관계'가 전제가 돼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원 전 장관이 실제 전달하고자 하는 주장은 우회적으로 다 전달할 수 있는 셈이라는 분석이다.
원 전 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 당과 정부는 친윤(친윤석열)·반윤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 "힘을 합쳐서 국민의 생활을 낫게 하는 정치를 펼쳐나가기에도 버겁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무도한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한동훈 전 위원장,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과도) 다 통화했다. 정치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덧셈을 찾아가는 것이지, 다르다고 적으로 만드는 것은 국민과 당이 바라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낙점'을 받아 급히 전당대회에 나서는 결단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에는 "(19일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나에 대해서는 나간다 안 나간다 (얘기가) 없었다. 남 이야기만 하고 왔다"며 "출마 결정은 별개로 해서 대통령께 전화상으로 구두 보고를 드린 것은 사실이다. 다른 주자들에게 했던 것과 동일하게 의례적인 덕담을 듣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