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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략공천에…하남갑 與당원들 '反철새 릴레이' 돌입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4.03.05 05:15
수정 2024.03.05 05:15

하남 '원도심'에 연고 없는 후보 공천되자

"하남은 철새가 싫다" "낙하산 OUT"…

지역 민주당 인사조차 "돌고돌아 내려와

하남을 철새 도래지 만들어버렸다" 개탄

이창근 국민의힘 경기 하남 예비후보(사진 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 ⓒ데일리안

더불어민주당이 대구 출신으로 서울 광진을에서 5선을 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경기 하남의 '원도심' 지역구인 하남갑에 전략공천하자, 하남갑 지역의 국민의힘 당원·지지자들이 '반(反)철새 릴레이'에 돌입하는 등 벌써부터 전의를 다지고 있다.


4일 하남 지역 정가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일 추미애 전 장관을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하자 직후부터 지역의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反)철새 릴레이' 인증 운동이 시작됐다고 한다.


실제로 SNS를 통해 '반(反)철새 릴레이'에 동참한 지지자들의 인증샷을 보면 '하남을 사랑하는 시민 분들, 하남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릴레이에 동참해달라'는 호소와 함께 "하남을 아는 사람이 하남을 발전시킬 수 있다" "하남은 호구가 아니다" "하남은 철새가 싫다" 등의 문구를 내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또 "하남시민 무시하는 낙하산 반대" "뜬금없는 낙하산 OUT" "하남은 철새정치인을 원하지 않는다" 등의 문구를 든 지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는 경기 하남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추미애 전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낙점되자,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토박이 대 철새' 구도를 자진해서 조성해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지인 많은 미사신도시도 아니고…하남
'원도심'에 無연고자 전략공천에 '술렁'
민주당 인사들도 중앙당사 앞에서 집회
국민의힘, 절로 만들어진 '구도' 살릴까


경기 하남 지역의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을 계기로 하남에 연고가 없는 '철새' 후보의 '낙하산' 공천을 반대하는 스케치북 릴레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당원·지지자 SNS

실제로 추 전 장관이 하남과 이렇다할 관계가 없는 인사라는 점은 지역의 민주당 진영에서조차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강병덕·오수봉·추민규 민주당 경기 하남 예비후보 3인과 이교범·김상호 전 하남시장, 방미숙 전 하남시의장 등은 최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추미애 전 장관의 전략공천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규탄 집회에서 "도대체 돌고돌아 하남으로 내려온 추미애 전 장관이 우리 하남시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이냐"며 "하남시를 이렇게 철새 도래지로 만들어버린 이번 하남 전략공천에 33만 하남시민과 목숨을 건 결사 항쟁을 시작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실책'에 따라 저절로 만들어진 '토박이 대 철새' 구도는 국민의힘으로서는 하남 탈환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지인이 많은 미사신도시가 중심인 경기 하남을도 아니고, '원도심'인 하남갑에 추 전 장관이 전략공천 되면서 국민의힘은 '토박이 대 철새' 프레임으로 총선의 승부를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반(反)철새 릴레이'에 나선 것도 그러한 요구의 일환이라는 관측이다.


'철새 대 토박이' 구도, 2014년 경기 김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효용성 입증돼…
이창근 "하남서 26년째 살아온 후보로서
철새처럼 날아온 후보를 이겨보이겠다"


경기 하남 지역의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을 계기로 하남에 연고가 없는 '철새' 후보의 '낙하산' 공천을 반대하는 스케치북 릴레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당원·지지자 SNS

이같은 구도는 지난 2014년 경기 김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효용성이 입증됐던 바 있다. 민주당이 당시까지 김포와 이렇다할 연고가 없던 김두관 후보를 공천하자, 국민의힘은 '정치 신인'이지만 임진왜란 이래로 김포 통진읍에 400여 년에 걸쳐 14대째 거주한 '토박이' 홍철호 후보를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김두관 후보는 직전에 치러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대권주자였고 홍철호 후보는 새롭게 정계에 발탁된 신인이라 후보 간의 인지도 격차가 컸지만, 지역구 선거에서는 '철새 대 토박이'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했다.


윤상현 당시 사무총장은 "김포는 멀리 낙동강에서 400㎞ 날아온 후보가 일할 곳이 아니다"라고 공격했으며,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김두관 후보에게) 김포 지역의 12개 읍면을 그려놓으라 하면 제 위치에 몇 개나 그릴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구도에 갇힌 김두관 후보 측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홍철호 후보가 토박이론을 내세우며 선거판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방어에 급급하다가 결국 10.4%p 차로 대패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조차 하남 원도심 지역구에 하남과 연고가 분명치 않은 후보를 공천하게 되면 선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과 '구도'에 있어서 각이 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저절로 제공해준 기회를 국민의힘이 스스로 날려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근 국민의힘 경기 하남 예비후보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하남을 철새 도래지로 전락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스케치북 릴레이가 오늘 하남의 국민의힘 당원·지지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여망에 부응해 하남에서만 26년째 살아온 후보로서 철새처럼 날아온 추미애 전 장관을 반드시 이겨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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