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쌍특검법 강행 처리, 尹 거부권 예고…정국 경색 절정 [정국 기상대]
입력 2023.12.29 00:10
수정 2023.12.29 00:10
대장동·김건희 특검법,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통과
與 "총선용 악법" 반발…대통령실도 "즉각 거부권 행사"
'金 방탄 프레임' 후폭풍 불가피…尹 여론 설득 나서나
한동훈, 특별감찰관·제2부속실 협상안 제시 여부 주목
정국 경색이 절정을 맞을 전망이다. 야당이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정국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이른바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면서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그간 쌍특검법을 '총선용 국면 교란 악법'으로 규정하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온 만큼, 쌍특검법, 특히 김 여사 문제가 총선의 주요 변수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28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수정안'과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표결 처리했다. '대장동 특검법'은 재석 181명 전원 찬성으로, '김건희 특검법'은 재석 18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대장동 특검법'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전직 법조계 고위 인사들에게 50억원씩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밝혀내는 게 골자로, 수사를 특검에 넘기는 내용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2009~2012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김 여사가 가담했는지 여부를 특검을 통해 규명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두 법안 모두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240일(8개월)간의 숙려기간을 거쳐 이날 본회의에 자동상정됐다.
'대장동 특검법'의 경우 특검 추천 권한을 비교섭단체가 갖도록 했으나 '해당 법안을 발의했거나 신속처리안건 지정 동의에 참여한 정당'으로 수정했다. 수정안에 따라 대장동 특검 추천 권한을 갖는 정당은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이다. 여권 성향의 비교섭 원내 정당 출현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김건희 특검법'의 특검 추천권은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에 있지만 이를 '대통령이 소속됐거나 소속된 적이 있는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 중 최다 의석 정당'에 부여하기로 막판 수정됐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사실상 김 여사 관련 의혹의 특검 추천 주체를 민주당과 정의당으로 정한 것이다.
입법 강행 처리 저지선을 구축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쌍특검법 반대 의사를 '표결 불참'으로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에 대해 반대 토론을 한 후 전원 퇴장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김 여사에 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움에도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을 흠집 내서 총선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윤희석 선임대변인도 "없는 혐의도 만들어 낼 심산이 아니라면 이미 진행 중인 수사를 특검의 이름으로 멈춰세워서는 안 된다. 사법리스크에 맞대응하려 '한풀이'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라면 원칙과 상식의 선에서 그쳤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무도한 입법 폭주에 국민은 엄중히 경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시기'로 옮겨졌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전임 문재인정권 시절 검찰이 2년 가까이 수사했지만, 기소는커녕 소환조사도 하지 못한 바 있다.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명난 사건에 민주당이 다시 특검을 적용하는 건 헌법 정신에 어긋난 정쟁용 악법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이미 대통령실은 쌍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자마자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면 그로부터 15일 이내 공포 여부를 정해야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가장 주된 이유에 대해 "법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특검은 여야 합의로 처리했고, 야당이 (특별검사를) 임명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경우에도 여야의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통령 거부권이 현실화될 경우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쌍특검법의 적법성과 쟁점을 떠나, 거부권 행사가 계속되는 것 자체가 부담인 상황인데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현직 대통령이 배우자의 의혹을 방탄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20%)을 크게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주당이 이날 역대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여론전을 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김영삼 대통령도 (아들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김대중 대통령도 (아들 관련) 수사를 받았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본인의 가족과 관련된,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되니까 특검을 받았다"면서 "역대 대통령이 본인의 가족과 관련된 특검을 거부한 적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쌍특검법의 국회 통과 직후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적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말이냐"며 "이해충돌 여부를 떠나 '살아있는 권력'에 맞선 성역 없는 수사를 외쳐 대통령이 된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과정에서 직접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쌍특검법 정국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첫 정치적 시험대가 된 만큼,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 등의 협상안을 제시해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는 기자들의 말에 "여러 논의는 있었지만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했다"며 "필요한 메시지가 있으면 추가로 검토해서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