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 기업 총수들 이끌고 부산 달려간 尹, 엑스포 불발 민심 달래기 총력
입력 2023.12.07 01:00
수정 2023.12.07 06:51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 참석…정재계 총출동
부산허브도시특별법·가덕신공항·산은 부산 이전 등 신속 추진 약속
이재용 등 재계 총수들과 국제시장서 떡복이 시식 후 돼지국밥 오찬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자칫 흔들릴 수 있는 'PK 표심 다잡기' 행보 해석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주요 대통령실 참모, 여당 지도부, 핵심 부처 장관, 대기업 총수들을 대동한 채로 부산을 전격 방문해 '부산 글로벌 거점화'를 약속했다.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전통시장을 찾아 떡볶이 등을 먹으며 상인들과 소탈하게 스킨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에 따른 부산 시민들의 실망감을 달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칫 흔들릴 수 있는 'PK(부산·울산·경남) 표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가 결정된 지난달 29일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날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그간 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끌어 주신 각계 시민 대표님과 기업인 여러분, 누구보다 엑스포 유치를 뜨겁게 열망했던 부산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를 위해 추진한 지역 현안 사업은 그대로 더 완벽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이를 추진할 범정부 거버넌스를 신속히 만들고, 획기적인 규제 혁신 특례 지원으로 부산의 글로벌 거점화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은 반드시 계획대로 제대로 개항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공항과 연계된 철도, 항만 등 트라이포트 물류 플랫폼도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며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도 조속히 마무리 짓고 북항 재개발 사업도 예정대로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인프라 구축은 부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전국 균형 발전을 통한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한 것"이라며 "부산은 다시 시작한다. '부산 이즈 비기닝(Busan is beginning)'"이라고 했다.
관계 부처 장관과 대기업 총수들도 부산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산 발전) 사업들을 한 톨도 놓치지 않고 차질 없이 다 추진할 것"이라며 "(각종 사업들이) 도루묵 안 되게 만들려고 대통령 모시고 지금 핵심 장관들이 여기에 대거 출동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덕도 신공항을 적기에 개항시키고 교통망도 함께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 북항 재개발에 더해 부산 신항을 글로벌 물류 클러스터로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부산시와 주요 부처 등이 참여하는 '정책추진협의체'를 만들고, 부산·울산·경남 경제 동맹 및 부산·경남 행정 통합 논의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부산을 전기차, 로봇, 전력 반도체 등 첨단 산업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과 부산을 기회 발전 특구로 지정할 계획을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부산은 희망을 보고 비전을 얻었다"며 "세계 여러나라에 글로벌 도시 부산의 역량과 잠재력을 알리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바로 지금이 부산이 도약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했다.
박 시장은 "부산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도시로 내실을 갖추기 위한 실질적이고 확장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한다. 그 첫 단추가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 특별법 제정"이라며 "범정부 추진 체계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특벌법 제정과 세부 정책을 신속히 구상하고 실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산은 수출 강국을 이끌어낸 제1의 경제 관문이자, 대한민국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줬다"며 "부산의 도전에 삼성도 늘 함께하겠다"고 했다. 해외 일정으로 불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신에 참석한 최재원 SK수석부회장도 "부산 발전에 최대한 참여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서병수·장제원 등 부산 지역 의원들, 박 시장,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추경호 부총리, 원희룡 국토부·방문규 산업부·이상민 행안부·조승환 해수부·이영 중기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이 함께했다.
간담회를 마친 윤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 등과 함께 부산의 대표 전통시장인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을 찾아 떡볶이, 빈대떡, 비빔당면 등을 먹으며 시민들과 소통하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시장 한복판에서 마이크를 잡고 즉석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을 세계적인 도시로 더 발전시키겠다"며 "엑스포 전시장 들어올 자리에 외국 투자기업들을 더 많이 유치해 부산을 더 발전시키고,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를 더 만들겠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시민들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보내준 환호에 화답한 뒤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간담회 참석자 일부와 함께 부산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으로 오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