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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중매?…"이낙연·이재명 만남 주선하면 혁신위 존엄 높아질 것"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7.07 05:00
수정 2023.07.07 05:00

안민석 "두 분 만나야 하는데 중매

매칭 메이커가 있었으면…칼자루 쥔

김은경이 만남 주선하면 일타쌍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혁신위가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간의 '중매장이 매칭 메이커'가 되면 존엄이 높아질 것이라는 권유가 나왔다. 희화화 위기에 직면한 혁신위 스스로도 혁신 대상 중 하나인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는 쓴소리 한마디 못하고 있어 '절대존엄'을 따로 설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5선 중진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6일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이재명·이낙연 두 분도 만나야 되는데 누군가가 뺨을 때려주기를 원하는 심정 아니겠느냐. 누가 좀 중매장이 매칭 메이커가 있었으면 좋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으로는 혁신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두 분의 만남을 주선해서 회동이 성사되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1년여의 미국 외유를 마치고 귀국한 이래 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 전남 영광의 선친 묘소, 5·18 민주묘역,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등을 두루 돌아다니면서도 이재명 대표와는 만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에는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직후 "(민주)당이 진정한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말했다. "(호남) 지역민들의 절망과 화,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느껴졌다"고도 했다. 모두 장외에서 '이재명 체제'를 겨냥한 쓴소리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친명(친이재명)계 세력들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이재명 대표부터 만나라'고 압박 작전으로 맞불을 놓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의 장외 여론전이 이 대표의 구심력 유지에 부담이 되자, 이 대표와의 회동 압박을 통해 '분열 프레임'을 걸려는 전술이다. 급기야 이같은 회동 주선에 혁신위까지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안민석 의원은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이낙연·이재명 두 분의 만남을 주선하시라. 그렇게 하면 일타쌍피"라며 "김 위원장의 존엄과 권위와 위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제안과 관련해서는 살가죽을 벗겨 면모를 새로이 한다는 혁신(革新)위원회의 역할이 과연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앙금을 쌓았던 전직 대표와 현 대표 사이의 만남을 '중매'하는 것이어야 하는지, 이런 '중매'를 통해 혁신위의 존엄과 권위와 위신이 실제로 높아질지 의문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재명 언급 회피에 혁신위 위상·역할
관련 혼란 지속…6일 공개 모두발언선
김영주·송영길·이상민 '작심비판' 나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혁신위원회 제6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처럼 혁신위의 역할과 관련해 중구난방의 제안이 쏟아지다가 급기야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회동을 '중매'하면 권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제안이 나오기까지에 이른 것에는 혁신위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혁신위의 최우선 혁신 대상은 지난해 8·28 전당대회로 당권을 잡은 이래 1년 가까이 당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재명 체제'에 대한 평가와, 지금의 당 위기를 초래한 지난해 3·9 대선 및 6·1 지방선거 패인 평가, 나아가 '맹목적 팬덤 현상'에 관한 분석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음에도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에 관한 평가는 고사하고 언급조차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이례적으로 모두발언을 공개했다. 그간 혁신위가 첫 회의를 제외하고는 모두발언 없이 전면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이날의 회의 형식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니나다를까 혁신위원들은 간만의 공개 모두발언 기회를 활용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은경 위원장은 "당의 일부 인사들이 탈당·신당·분당 등을 언급하며 분열을 조장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의원들은 입법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본회의장에서 안이하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구설에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 당과 대한민국의 운명보다는 자기정치에 급한 자중지란의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의 '우회 질타'에 이어 서복경 혁신위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실명까지 지목했다. 서 위원은 "김영주 국회부의장, 그것 (일본 여행 문자메시지 논란) 사과하는데 며칠이나 걸릴 일이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송영길 전 대표, 검찰과 싸움은 법정에서 하라. 조율되지 않은 말로 당 내외의 혼란을 초래하는 일 없이 자중하라" "이상민 의원, 옆집 불구경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 말씀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강이나 규율이 없는 조직을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하지 않는다. 오합지졸이나 '콩가루 집안'이라고 한다"며 "최근의 민주당을 보면 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왜 그러나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날 혁신위에서 나온 작심 비판은 나름 시의성과 일리가 있다는 지적이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김영주 부의장, 송영길 전 대표, 이상민 의원 등을 두루 실명까지 지목해 비판했지만, 주요 혁신 대상 중 하나인 이재명 대표를 향한 쓴소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혁신위가 제안한 첫 번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도 결국 이재명 대표와 직결된 것이고, 두 번째로 논의한다는 '꼼수탈당'도 이 대표 측근의 탈·복당과 관련된 문제"라며 "주위를 빙빙 둘러가며 주변만 쿡쿡 찌를 일이 아니다. 이 대표에 대한 평가와 논의가 없어서는 '절대존엄'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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