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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김건희 악마화…한판 붙자" 이재명 "어린애도 아니고" (종합)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3.07.07 00:00
수정 2023.07.07 00:00

野 '김건희 양평땅' 공세…원희룡 "정치생명 건다" 초강수

국민의힘-국토부 긴급 당정…원희룡 "사업 전면 백지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김건희 양평땅' 공세에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전격 발표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통과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원 장관은 민주당을 향해 '김건희 악마화' 프레임을 멈추라고 반격하며, 노선 변경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면 장관직은 물론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선 "한 판 붙자"며 정치공세를 멈추라고 압박했다.


이에 이 대표는 원 장관을 향해 "도박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민주당은 "국책사업이 장난이냐"며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 등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총공세를 예고했다.


원희룡 "김건희 악마 만들기…민주당 프레임 말릴 방법 없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연합뉴스

원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당정 협의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리 팩트를 이야기하고 아무리 노선 설명을 하더라도 이번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말릴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토부 장관 자격으로 이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서 노선 검토뿐만 아니라 도로 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한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실과 국토부, 여당과도 사전에 논의하지 않은 깜짝 발표였다고 한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도 걸었다. "권력층이든 의원이든 민간이든 연락이나 청탁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내 휘하 업무 관여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보고받거나 지시받은 게 있다면 나는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그는 사업 백지화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원 장관은 "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고 최종 노선이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노선 결정 과정에 관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사업은 서울에서 양평까지 1시간 30분∼2시간 남짓 걸리던 차량 이동시간이 15분대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10여년 동안 사업을 기다리고 있던 양평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에는 "주민 피해를 염려하는 집단은 이런 식으로 사태를 몰고가지 않는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을 향해 주무부처 장관인 자신을 고발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민주당은 더 이상 추측과 정황만으로 찔끔찔끔 소설쓰기로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정식으로 국토부 장관인 나를 고발하라. 수사에 응하겠다"고 했다.


브리핑을 마치고 이동하면서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데에 국력을 낭비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 민주당 간판을 걸고 한 판 붙자"고 했다.


이재명, 김건희 향해 "양평땅 사업폐지라니…내가 못가지면 부셔버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기술탈취 해결사례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원 장관을 향해 "장관직을 걸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현 정부에 참여하는 분들은 도박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강상면으로 고속도로 위치를 옮기는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면 그냥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원안대로 시행하면 된다"며 "화난다고 수년간 논의해 결정한 수조원짜리 국책사업을 아예 안 하겠다니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는 "양평고속도로 종점 이전 안되면 사업폐지라니…내가 못가지면 부셔버려?"라는 글을 올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나섰다. 그는 이날 "의혹이 제기됐으면 밝히면 되지 왜 백지화하느냐"라며 "대통령 처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야당 핑계를 대며 한순간에 사업 백지화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개탄스럽다"고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주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의혹 제기에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는 식으로 사업을 없었던 일로 만들겠다니 정말 황당무계하다"며 "사업에 의혹이 있다고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이어 "원 장관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야말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권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김 여사 땅 관련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민주당은 이날 양평 현지를 방문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예타를 통과한 종점 노선이 왜 바뀌었는지 많은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 상식적이지 않고, 선례가 없는 게이트성 의혹이 제기됐는지 끝까지 추적하겠다" 예고했다.


고속도로 종점 양평 상서면→강상면 변경…왜 문제되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백원국 제2차관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한 실무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지켜보며 대화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논란이 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지난 2021년 4월 예타를 통과했다. 그러나 예타까지 통과한 고속도로 종점은 지난 5월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김 여사 일가 땅이 강상면에 있어, 땅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의혹 핵심이다.


당정은 대안노선의 종점부가 나들목(IC)가 아닌 분기점(JC)이라 지가 상승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원국 국토교통부 2차관은 "만에 하나 지가 상승을 생각했다면 현재 제시된 대안 노선이 아니라 실제로 IC가 설치되는 다른 노선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여기 이런 땅이 있다는 걸 (정부가) 어떻게 알겠나. 특혜를 줬다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예타 제도는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다. 예타를 통과한 사업이 변경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이에 백 차관은 "예타 이후 여러 제반여건과 경제성, 교통수요 분석을 정밀하게 하는 타당성 조사가 있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안이 생기면 조정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예타 통과한 사업 변경 사례가 몇 건 있느냐'는 질문엔 "함양-울산 고속도로, 세종-청주 고속도로, 목포-광양 고속도로 등 예타 이후 사업 내용이 달라진 사례가 꽤 있다"고 했다.


예타 통과 여부는 기재부에서 결정한다. 백 차관은 '예타 변경 내용을 왜 기재부와 공유하지 않았냐'는 질문엔 "공유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의 문제로, 관련 용역이 종료되고 나면 추후 기재부와 총사업비를 협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양평군에 먼저 대안 노선(양서면→강상면)을 제안한 것이 아니며, 양평군이 건의한 3가지 노선중 하나가 대안과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대안 노선도 확정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거짓 선동의 썩은내가 진동하고 있다"며 "'뇌송송 구멍탁' 쇠고기 괴담, 사드 전자파 참외로 재미 본 민주당이 후쿠시마 처리수 괴담에 이어 2만명의 국민이 이용할 도로를 볼모로 또 가짜뉴스 선동에 열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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