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 반발에도 결국 장외로…"이재명 지키자" 2만명 집결
입력 2023.02.05 00:30
수정 2023.02.05 00:30
'방탄' 우려에도 169석 의석수 무기로 대규모 여론전
李, 연단 올라 檢 수사 부당함 주장…"검사독재 정권"
지도부도 "김건희 수사 받아야" "민주주의 퇴행" 주장
더불어민주당이 4일 서울 한복판에서 장외투쟁을 벌였다. 당내에서 이번 장외투쟁이 자칫 이 대표에 대한 '방탄'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결국 169석의 '거대 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대규모 여론전에 나서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 파탄, 검사 독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인 건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약 6년 만이며, 윤석열 정권 출범 후로는 처음이다.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물론 100명 안팎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주최 측에서는 당원과 시민을 합쳐 약 3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에서 내놓은 추정치는 이보다 적은 2만명 가량이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을 '검사독재 정권'으로 규정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이태원 참사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추진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유신독재 정권이 물러난 자리에 검사독재 정권이 똬리를 틀고 있다"며 "유신 사무관 대신 검찰들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고, 군인의 총칼 대신 검찰들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 출범 9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단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느냐"며 "전진은 커녕 그 짧은 시간에 상상도 못할 퇴행과 퇴보가 이뤄졌다. 오늘 우리는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를 묻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해 "패장인데, 전쟁에 졌는데 삼족 멸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위로로 삼겠다"며 "국민의 피눈물에 그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는 어려움이 무슨 대수겠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에 경고한다"며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 이재명을 부숴도 민주주의를 훼손하지는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위원들도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저는 ('빈곤 포르노' 발언으로) 대통령실의 고발 1호가 됐다"며 "수사받고 싶다. 검찰이 기소하면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고 싶다. 김 여사를 꼭 수사받도록 재판에서 이기겠다"고 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국민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대통령을 못하겠다면 그만두는 게 맞다"며 "이 대표를 지키고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확실하게 제압하자"고 외쳤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국민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윤석열 정권은 정적 제거, 야당 탄압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집권 9개월 만에 경제는 추락하고, 민생은 답이 없고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단에는 우상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 송기헌 김건희여사주가조작진상조사TF 단장, 고민정 윤석열정권외교참사·거짓말대책 위원장 등도 올라 규탄 발언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과 '이상민 문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는 "첫 번째 '김건희 특검'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반대해도 반드시 김건희 특검 관철을 통해 성역 없이 수사하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반드시 무고한 159명의 생명을 잃게 한 이 정부 책임과 재난 주무 장관 이 장관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서로 손 붙잡고 이 위기를 이겨내고 국민을 대신해 민주주의와 민생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는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한다' '내려와라 윤석열' '이재명과 나는 동지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과 파란색 풍선이 물결을 이뤘다. 전국 17개 시·도당에서 동원한 깃발도 곳곳에 걸렸다.
지도부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자 자리를 마련하고,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린 바 있어 '방탄'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총동원령'을 두고 일각에서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비이재명)계 조응천 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에서 "(장외투쟁) 명분으로는 김건희 특검·이상민 탄핵을 내세우지만, 시기나 맥락상으로 검찰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해가는 상황에서 맞불 성격이 있다"며 "국민이 보기에는 결국은 맞불을 놓고 방탄하기 위한 거 아니냐. 민주당 전체가 똘똘 뭉쳐서 또 방탄을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볼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두고 "이 대표 방탄을 위해 민생을 포기한 것"이라며 맹공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는 국민포기대회"라며 "그야말로 이성도, 양심도 상실한 민주당이다. 이 대표 지키자고 국민들을 포기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국민을 만나겠다고 한다. 마치 마음이 돌아선 애인을 찾아 탈영한 병사를 보는 것 같다"며 "국민의 마음은 돌아선 지 이미 오래다. 윤석열 정부를 뒤집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광분에 국민들의 속만 뒤집어졌다"고 했다.
한편, 현장에는 보수 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고, 이 대표의 이름과 '감방가자' 등의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