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구나"…이재명 소환에 술렁이는 민주당
입력 2022.12.25 01:19
수정 2022.12.25 01:19
28일 소환 불응은 확실시되는 상황
호남행…對정권 대치 수위 높일 듯
박지원 "순순히 나갈 수 있겠느냐"
안민석 "야당 우습게 안다는 의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의 소환이 현실화됨에 따라 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 다수는 소환 불응을 주문하고 있으며, 비명(비이재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주말이자 성탄 전야인 24일 공식 일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검찰의 소환에 응할지 여부에 대해 이 대표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전날 강원 현장최고위 발언이 아직까지는 전부다.
이 대표는 "언론인들이 강원도까지 와서 내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해줘서 미리 입장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며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이냐 물을 게 아니라,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조사 받을 것이냐를 먼저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는 소환 불응에 무게중심이 실린 발언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이른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주동자들에 대한 구형 단계로 접어들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흔들면서 소환 불응의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 주변에서도 소환 불응에 무게를 싣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다수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소환 불응 방향으로 조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대표가 힘을 실어주는 가운데 민주당 복당에 성공했으며, 이 대표에게 정치적 자문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출두하느냐 안하느냐, 그것은 나는 모른다"면서도 "올 것이 왔구나 이렇게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3분의 2 의석에 가까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검찰에서 어떤 혐의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무혐의로 결정한 것을 다시 부른다면 순순히 나갈 수 있겠느냐"며 "잘 생각해볼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친명 성향의 5선 중진 안민석 의원도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당연히 소환에는 불응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의 수사의 본질인 야당 탄압에 맞서는 이재명의 길을 당당하게 가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다수 야당을 이렇게 탄압하는 것은 야당을 우습게 안다는 의미"라며 "당연히 이번 소환 건도 맞서야할 문제이지, 모양새 잡고 이런저런 정치적인 계산을 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단 적어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이 소환을 통보한 28일에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으리라는 점은 분명해보이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오는 27~28일에 호남행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저녁에 전남 신도청 소재지인 무안에서, 28일 저녁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국민보고회'를 연다.
민주당과 자신의 최대 지지 기반이자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강한 호남에서 현장최고위와 지지자 행사를 여는 한편 현 정권에 의해 상훈이 보류된 일제 강제동원 관계자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그림' 자체가 설계된 일정인데다 행사의 성격상 강경한 발언들이 나올 수밖에 없어 대치 수위를 끌어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환에 불응하게 되면 검찰은 영장을 청구할 명분을 얻게 된다. 결국 이 대표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 정국으로 가는 것도 불사하는 자세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며칠 사이에 급격히 '부결' 분위기가 굳어진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사안도 이 대표가 놓인 이러한 상황과 분리될 수 없는 문제라는 분석이다.
반면 비명계는 일단 목소리를 낮춘 채 상황의 전개와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에는 조심스런 분위기라는 것이다.
비명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언젠가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소환할 것이라는 것은 사실 다 예견됐던 일로, 새삼스런 상황은 아니다"며 "결국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이 대표 본인인데, 언제까지 남이 대신 무고함을 대변해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정권의 야당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수사와 압박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계파와 성향을 가리지 않고 적개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과 장단을 맞추는 듯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