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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㊽] 투뿔보다 부드럽다…이제 2등급 한우 프리미엄 시대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2.09.29 06:30
수정 2022.09.28 17:28

농진청, 건식숙성 기술 개발로 식감 개선

버려지는 2등급 한우…저렴하게 식탁에 올라

부위별 균형소비 촉진 등 한우산업 발전 기대


마블링이 적고 질기다는 이유로 버려진 2등급 한우가 건조숙성을 만나 환골탈태했다. 건조숙성 30일을 거친 한우는 육질과 풍미 등 모든 부분에서 최상급 한우고기와 견줄만큼 뛰어났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졸업・생일・승진・취업…. 무엇인가 기념할 자리가 있을때, 비싼 음식을 먹어야 하는 기분 좋은 날일때 생각나는 건 단연 한우지. 부드러운 육질에 살살 녹는 식감까지 나무랄데 없는 최고의 만찬이야. 그런데 이렇게 좋은 투뿔(A++) 최고급 한우를 제외하고 다른 부위는 사실상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지. 그래서 농촌진흥청이 최상급 한우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2등급 한우를 위한 숙성기술을 개발했어. 이제 저렴한 비용으로 한우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거지. 오늘 저녁은 2등급 프리미엄 한우 어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농업기술. 농촌진흥청이 또 하나 큰 일을 냈다. 최상급 쇠고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2등급 구이용 쇠고기를 탄생시키며 침체된 한우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한우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수입산 쇠고기 등장으로 설 자리가 좁아졌다.


농진청에 따르면 쇠고기 소비량을 증가하고 있지만 자급률은 감소하고 수입쇠고기 물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1인당 쇠고기 소비량(kg)은 2010년 8.83kg에서 2017년 11.5kg, 올해 12.3kg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량은 2010년 24만5000t에서 2017년 34만4000t, 올해 38만2000t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한우 소비문화는 마블링이 많은 구이용 부위에 치중돼 있따. 지방이 적은 부위는 아예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우 생산여건과 수요에 적합한 숙성기술 보급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조수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농업연구관은 “한우고기 저지방부위는 도체중량의 약 48%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질기고 맛이 없어 시장수요가 낮고 구이용 부위와 가격차가 크다”며 “부위별 육질 향상 및 균형소비 유도를 위한 숙성기술 개발을 서두르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건식숙성을 통한 2등급 암소육 부위별 관능특성 변화. ⓒ농촌진흥청
◆건식숙성으로 찾은 2등급 한우의 맛…비밀의 열쇠는 ‘미생물’


국거리나 전으로 사용되던 2등급 한우가 어떻게 최상급 한우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이 비밀의 열쇠는 ‘숙성’ 방법에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건식숙성은 미생물을 사용한다. 효모와 곰팡이 각 1종이 그 주인공이다. 건식숙성 과정에서 이 미생물을 도포해 잡균오염 방지, 맛(연도)과 기호도 향상, 제조기간 단축 등 세토끼를 잡았다.


특히 제조기간은 기존 60일에서 40일로 크게 단축됐다. 미생물이 도포된 건식숙성으로 2등급 한우는 육질, 맛, 안전성이 모두 개선됐다. 실제로 2등급 구이용 쇠고기를 판매하는 곳에서 최상급 한우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많았다.


농진청은 이 기술을 홍천, 청주, 정읍, 강진, 영덕 등 지역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이전과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홍천사랑말한우는 지난 2020년 이 기술을 이전 받아 2등급 구이용 쇠고기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조 연구관은 “건식숙성으로 2등급 한우의 풍미가 좋아지면서 부위별 균형소비 촉진 등 안정적인 한우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건식숙성육 생산가이드 책자 발간 등 한우 농가에 건식숙성 기술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우숙성은 대부분 습식 방식으로 이뤄졌다. 부분육을 진공포장해서 냉장보관해 숙성하기 때문에 보관이 용이다. 쇠고기향과 감칠맛이 뛰어나다. 건식에 비해 고기수축 및 중량감소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녔다. 주로 최고급 한우가 이런 습식숙성을 선호한다.


반면 건식숙성은 숙성하면서 수분이 증발하고 건조해진 표면을 잘라내야 한다. 당연히 중량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습식숙성에 비해 식감이 찰지고 탄력이 있다. 더 진하고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2등급 한우와 같이 저지방 부위도 구이용으로 심폐소생이 가능한 비결이다.


조 연구관은 “건식숙성은 중량 감소라는 단점 때문에 소수의 고기유통업자가 고급호텔에 납품하거나 미식가들을 위한 한정상품으로 소량만 유통했었다”며 “이런 건식숙성의 단점을 보완해 미생물을 활용한 숙성방법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식숙성된 한우(왼쪽)은 표피가 검은색이다. 이 검은색 표피를 겉어내면 미생물로 숙성된 부드럽고 풍미 가득한 쇠고기가 자리 잡고 있다. ⓒ배군득 기자
◆저지방 부위도 살리는 마법의 ‘건식숙성’


건식숙성은 다양한 요인들이 관여한다. 숙성온도, 습도, 공기흐름, 숙성기간, 미생물 오염 등이다. 건식숙성에 소요되는 기간은 상품에 따라 14~90일로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약 30~50일이면 우수한 건식숙성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단백질 분해효소 작용과 미생물에 의한 변패 위험성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온도조절장치가 필요하다. 가능한 저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상대습도는 높은 경우 미생물 오염과 성장으로 이상취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조절이 아주 중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낮으면 급속한 수분증발로 중량손실이 많아진다.


공기의 원활한 순환과 상호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고기는 충분한 간격을 두고 숙성돼야 한다. 미생물 오염 및 성장을 막기 위해서 자외선 등과 공기정화 필터를 갖추는 것도 좋다.


부위는 주로 등심과 채끝육을 사용한다. 한우의 경우 앞다리, 목심, 보섭, 우둔, 도가니살과 같은 저지방 부위도 가능하다. 저지방 부위는 질기고 맛이 없어 인기가 많지 않다. 건식숙성을 활용하면 연도, 맛, 풍미를 향상시켜 구이용으로 적합하다.


한 외식조사 업체에서 우리나라 건식숙성육 취급업체 43곳을 조사한 결과 구이전문 식당이 18개소(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식업체 14개소(33%), 정육점 또는 정육식당이 7개소(16%), 전문건식숙성업체 4개소(9%) 순이었다.


미국에서 발표한 숙성방법별 경제적인 효과를 비교해 보면 채끝등심육의 숙성 21일째 정형손실이 건식숙성의 경우 약 5.06~6.55%인 반면 습식숙성은 약 0.55~1.17%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마진율은 습식숙성(14~35일)이 35~37%였고 건식숙성이 14일에 29%, 35일에 23%로 숙성기간이 연장될수록 마진율은 낮았다.


조 연구관은 “이 결과를 볼 때 습식숙성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건식숙성이 소수업체에서 비싸게 유통된 이유”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농진청에서는 이런 건식숙성 유통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경제성도 향상 시켰다”고 말했다.


조 연구관은 이어 ‘건식숙성기술 도입으로 선호도가 낮은 한우육 부가가치 향상과 저지방육 소비촉진이 가능해졌다”며 “국내 선호부위에 치중된 소비문화 개선과 유통업계의 효율적인 제고관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0월 6일 [新농사직썰㊾]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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