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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5편 중 1편은 ‘청불’…‘표현의 자유’ 외치지만 ‘보완’ 필요한 OTT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9.22 14:01
수정 2022.09.23 20:32

자율등급제 길 열리면서 더욱 커지는 우려

“기준 구체화·모니터링 강화 필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비롯해 각종 OTT들이 콘텐츠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장르나 표현 방식 등이 한층 다채로워졌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즐거움이 커진 것도 사실이지만, 때로는 수위 높은 표현들도 과감하게 이뤄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외 OTT의 등급분류 심의를 진행한 콘텐츠 7149편 가운데 1517편(21.2%)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넷플릭스
OTT 시대 이후…꾸준히 불거지는 폭력성·잔혹성 문제

이 가운데 66.8%에 이르는 1014편이 넷플릭스 콘텐츠였다. 청불 콘텐츠 3건 중 1건이 넷플릭스에서 제공된 셈이다. 같은 기간 디즈니+에서는 153편, 티빙에서는 111편, 웨이브 98편, 왓챠 50편, 쿠팡플레이 48편, 애플TV+ 43편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실제로 많은 콘텐츠들이 공개가 될 때마다 선정성, 폭력성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또한 표현 방식과 수위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앞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일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드라마 속 놀이를 모방하다가 폭력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던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OTT 시장이 급성장을 하면서 몇 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즐거움이 커진 것은 물론,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등 글로벌 차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한국 콘텐츠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오징어 게임’ 외에도 앞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 폭력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노출 등으로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다수의 콘텐츠들이 소재, 주제 등을 직접적이면서 과감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호불호를 유발하고 있다.


OTT 시대 이후 청불 콘텐츠는 더 많아지고, 표현 수위도 높아진 가운데, 유튜브, SNS 등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유튜브, SNS 등을 통해 편집 영상, 요약본을 쉽게 접하게 된 것은 물론, 콘텐츠를 활용한 패러디, 챌린지 영상도 쏟아지면서 청소년들이 해당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게 될 가능성도 더욱 늘어난 것이다.

“모니터링 등을 통해 시청자 인식과 괴리 좁히는 것 필요 ”

이러한 상황에서 OTT 자체등급분류제도를 도입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면서 더욱 큰 걱정을 유발 중이다.


그간 OTT 사업자들은 콘텐츠 공개에 앞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해 신규 콘텐츠 수급이 지연되는 등의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자체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을 받은 뒤 자율적으로 콘텐츠 등급을 분류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 청불 콘텐츠들이 제대로 관리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의 시선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 또한 이러한 우려에 대해 공감하면서 ‘기준’ 마련과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성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이상호 교수는 “자체 심의를 하더라도 기준이나 이런 것들을 구체화 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라면서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일반 지상파는 시청자위원회를 비롯해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데, OTT 또한 시청자위원회나 모니터링을 통해 자체적으로 결정한 등급과 모니터링 등을 통해 결과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자체 심의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혀가는 것이니, 되돌릴 순 없겠지만 보완을 통해 시청자 보호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OTT 관련해선 정부에서도 계속 신경을 쓰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니터링이라는 게 돈과 시간이 꽤 들어가게 될 텐데, 정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시청자 보호와 관련해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분들이 지금까지는 신생이니까 감안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젠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OTT의 자율등급분류가 가능해지더라도, 시행령에 따라 자체등급분류가 가능한 사업자로 지정이 돼야 이것이 가능해진다. 지정이 된 이후에도 일정 기준에 따라 등급과 정보 등을 표시하고, 이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후 심사도 받게 된다. 각종 안전장치 등이 마련이 돼 있다는 것.


이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기준이 마련되겠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더욱 엄격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이성엽 교수는 “초기에는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사업자와 정부가 합의하는 기준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른 집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사후규제가 정착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도록 지정 심사를 엄격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TT 측에서도 또한 시청자들이 느낄 불안감이나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자율등급제 시행 이후에도 안전장치들도 있지만, OTT 사업자들은 우선적으로 시청자들의 인식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등급 분류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 등급 관련 가이드라인도 분명 있겠지만, OTT 인력들이 기존 방송, 영화 인력과도 다르지 않다. 방송 등이 쌓아온 시스템과 크게 달라 우려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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