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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재정준칙 내놓은 기재부, 예외사유는 ‘구멍’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09.14 14:36 수정 2022.09.14 14:37

정부, 건전 나라살림 위한 재정준칙 발표

관리재정수지 적자 GDP 3% 이내 관리

전쟁·천재지변·경제위기 등은 적용 예외

연례적 ‘추경’ 상황에 제도 효과 우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가 국가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재정준칙안을 내놓은 가운데 특수한 상황을 위해 열어둔 ‘적용 예외 기준’이 자칫 제도 기능을 무력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확정했다.


기재부는 이번 발표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우리나라 경제 규모(GDP) 3% 이내로 관리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해외 사례와 중기 채무전망 등을 고려해 국가채무가 GDP 대비 60%를 넘어서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더불어 재정준칙 법적 근거도 기존 시행령보다 격상한 법률(국가재정법)에 담기로 했다. 재정준칙 구속력이 강해지는 셈이다. 시행 시기는 유예기간 없이 법 통과 이듬해 예산안 편성 때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국정과제 소요를 담으면서도 강력한 지출 효율화와 세입확충 등 각고의 재정건전화 노력을 통해 달성 가능한 적자 규모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건전한 재정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한 경제 운용 첫 단추”라면서 “건전 재정 기조 확립을 위해 재정 총량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강력한 재정준칙을 통해 국가 재정을 통제·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재정의 기본 역할을 고려해 ‘예외사유’를 두기로 했다. 전쟁과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등에서는 재정준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재정법상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과 같다. 국가재정법 89조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재정준칙 적용 예외사유가 추경 편성 사유와 같다 보니 전문가들은 제도 남발 가능성을 지적한다. 지난 1998년부터 올해까지 25년 동안 추경을 편성하지 않은 해는 다섯 차례(2007·2010·2011·2012·2014년)뿐이다. 한 해 두 번 이상 추경을 편성한 사례도 여러 번이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이유로 무려 4차례나 편성했다.


이처럼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등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만 편성하도록 한 추경마저 정부와 정치권 판단에 따라 연례적으로 반복하는 상황인 만큼 재정준칙 적용 예외 또한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전임 정부보다 더 강도 높은 (재정)준칙안을 마련한 건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면서도 “다만 (재정준칙 적용) 예외상황을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매우 보수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제도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추경만 보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데 실제로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그냥 편성하지 않냐”며 “제도라는 건 어떤 형태로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걸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외사유를 둘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이라는 게 위기 때는 돈을 풀기도 하고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경제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추경을 편성하면서도 재정준칙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그런 때는 재정준칙을 예외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해 이달 안으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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