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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위협하는 파리바게뜨 불매운동, 누구를 위한 것인가 [최승근의 되짚기]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2.07.20 07:02
수정 2022.07.20 06:49

"회사 사라지면 노조도, 근로자도 설 곳 없어"

"전체 노동자 중 5%만 동조…나머지 4000여명의 목소리 누가 대변하나"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제빵기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민주노총 화섬노조 소속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자 이를 지지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불매운동에 나섰다.


제빵기사들이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회사가 급여 인상 등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다.


하지만 노동자를 지지한다는 시민단체가 벌이는 불매운동이 진정 노동자들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노동자들을 응원하겠다면서 그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터를 짓밟겠다는 모순된 행위 때문이다.


불매운동은 말 그대로 잘못한 회사를 망하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민감한 감정을 자극했던 일본의 기업이 그랬고, 과거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해친 페놀 방출 기업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 불매운동의 명분은 그 회사의 노동자를 돕겠다는 것이어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불매는 노동자를 돕는 일이 아니다. 해당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일이다.


회사 내에서 이러한 불매운동에 동조하는 노조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해당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권리와 처우 향상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회사가 어려워지고 없어진다면 노조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존재할 수도 없다.


불매운동으로 회사의 매출이 떨어진다면, 종국에는 노조에서 주장하는 급여 인상이나 휴식권 증대를 위한 채용도 불가능해진다.


더욱이 이들은 전체 5000여명의 노동자들 중 200여명에 불과한 소수노조원들이다. 나머지 4000명이 넘는 제빵기사들은 불매운동에 반대하고, 분노하고 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불매 운동을 무기 삼아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이들을 누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도 외부 세력과 결탁해서 말이다.


시민단체들은 정작 이들 4000여명 직원들의 아우성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다. 자신들의 불매운동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는데도 200여명의 특정 노조 주장에만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불매운동이 진정 노동자를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이 노동자 개개인을 위한 것보다 개별교섭권이나 전임자 확대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를 향한 시민단체들의 불매운동은 명분도 목적도 모두 방향을 잘못 잡았다. 회사의 명운을 담보로 한 이번 전략은 선량한 노동자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무지한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목적이 불순한 불매운동은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 오점만을 남길 뿐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순수하지 못한 의도에 동조할 만큼 무지하지 않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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