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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퀴어 판타지 아닌 현실 부각…예능이 던지는 화두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7.13 16:08
수정 2022.07.14 07:30

일반인 성소수자 커플 일상 다루는 ‘메리 퀴어’, 웨이브 통해 공개

레즈비언들의 사랑이 주말 프라임 시간대의 드라마에 등장하는가 하면, 남성들 간의 사랑을 다룬 BL(boys love) 드라마가 뜨거운 반응을 이끌며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점차 자연스러워지는 상황에서, 그들의 리얼한 현실을 다루는 일반인 성소수자들이 예능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속 소재가 아닌, 그들의 진짜 일상을 포착하는 만큼 한층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가고, 이 과정에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질문거리들이 나오기도 한다.


ⓒ웨이브

웨이브는 최근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예능프로그램 두 편을 예고했다. 그중 연애와 결혼을 항한 다양성(性) 커플들의 도전기를 다룬 국내 최초 커밍아웃 로맨스 ‘메리 퀴어’가 지난 8일부터 공개를 시작했다.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 커플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솔로지옥’을 비롯해 ‘체인지 데이즈’, ‘나는 솔로’, ‘에덴’ 등 다수의 연애 예능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이혼 경험이 있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돌싱글즈’ 시리즈까지 나온 상황. 이 같은 다양한 차별화 시도에도 이성애 커플의 틀에서 벗어나는 연애 프로그램은 등장하지 않았었다.


이 가운데 웨이브가 ‘메리 퀴어’에 이어 남자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의 진솔한 마음을 확인하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 ‘남의 연애’까지. 무려 두 편의 성소수자 연애 이야기를 다루면서 소재의 폭을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성소수자가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내밀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은 처음으로, 이에 좀 더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길 것이란 기대를 하게 했었다.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다뤄 성소수자 커플을 향한 편견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최근 일부 연애 프로그램들이 출연자들의 노출을 강조하고, 스킨십을 유도하는 게임을 진행하는 등 선정적인 연출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콘텐츠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다소 무리한 시도를 하는 프로그램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웨이브 역시도 무리한 차별화 시도로 안 하느니만 못한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샀던 것이다.


다행인 점은 지금까지 공개된 1, 2회에서는 기존에는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질문거리들을 던지며 기존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고 있다. 첫 회에서는 세 커플들의 달달한 연애 이야기가 설렘을 자아내다가도, 자신들의 연애를 반대하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결혼 이야기를 털어놓자 ‘용기 있다’는 반응에 씁쓸함을 느낀 일화나, 혼인신고를 하러 가 접수만 한 뒤 돌아서는 커플들의 허무함을 담아내면서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한 커플이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뒤 접수를 시도하자, 그곳에서 해당 직원이 “접수만 넣어드릴 수 있고, 그 이후 절차는 진행을 할 수 없다”라는 설명을 전달한 것. 이 직원은 “원래는 접수조차도 안 됐는데, 바뀐 지가 한 달도 안 됐다. 이것이 바뀌면서 신고서를 전산에 넣을 수가 있다. 서로를 배우자 분으로 올려드리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을 했다. 접수만이라도 마친 뒤 구청을 나눈 커플들은 이 과정에 대한 소회를 나눴고, 이를 지켜보던 MC 홍석천은 “옛날에는 미친놈이란 소리를 들으며 쫓겨났을 것이다. 뭔가 바뀌었다”고 남다른 감회를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전개들을 통해 ‘메리 퀴어’가 성소수자 커플들의 결혼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최근 드라마들도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등장시키면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마인’에서는 동성애자라는 비밀을 숨기고 있던 주인공 서현(김서형 분)이 알을 깨고 나오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과정이 전개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알고있지만’에서도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 동성애를 특별한 것이 아닌 사랑의 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다뤄내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었다. 왓챠의 ‘시멘틱 에러’ 이후 ‘너의 별에게2’, ‘블루밍’, 내 최초 BL 시트콤 ‘하숙집 오!번지’ 등이 시청자들을 만났거나 만나고 있다. 동성 간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소재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은 어느 정도 한계를 지니기도 한다. ‘마인’, ‘알고있지만’ 모두 동성 커플들의 사랑을 전면에서 다루는 작품은 아니었다. BL 드라마 또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파헤치는 것이 아닌, 두 사람의 달달한 멜로 감성에 집중을 하는 만큼 그들의 진짜 고민과 현실을 다루는 등의 의미 있는 확장까진 이뤄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 출연자, 특히 그들의 일상을 포착하는 관찰 예능 형태의 퀴어 콘텐츠들이 시청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현실과 밀접한 고민들이 담기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메시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출연자들은 자신들의 속내와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놓고, MC들은 ‘재미’보다는 그들을 향한 공감의 리액션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그들을 향한 편견을 걷어내고, 때로는 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그들의 사랑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중인 웨이브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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