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26th BIFAN' 특별전 통해 배우 인생 30년 점검한 설경구 "앞으로가 더 중요"
입력 2022.07.08 15:47
수정 2022.07.08 15:48
대표작 7편 선정
메가토크·전시회·기념책자 발간
"부담스럽고도 영광스러운 자리"
설경구가 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이 돼 배우 인생 30년을 되짚는다.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 기자회견이 진행돼 배우 설경구, 정지영 조직위원장이 참석했다.
배우 특별전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가 걸어온 흔적을 통해 한국영화의 현재를 조명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에 이어 3년 만에 재개되는 네 번째 배우 특별전 주인공은 설경구가 선정됐다.
설경구는 "몇 달 전 배장수 부집행위원장과 통화하면서 제가 특별전을 하게 됐다. 끊고 나서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란 생각에 깜짝 놀랐다. 회사 마케팅 팀에 급하게 전화를 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하니 하라고 하더라"라고 특별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는 이어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이면서도 부담스러운 자리다. 좋은 시간, 좋은 공간, 좋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선정된 소감을 밝히며 "배우 일을 하면서도 나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성격상 특별한 주리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어색하다. 결정을 하고 난 뒤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봤다. 제가 올해로 연기를 한 지 30년이 됐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제 연기 인생을 점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원래 이번 특별전 소개를 신철 집행위원장이 하기로 했는데 내가 더 설경구를 잘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처했다"라며 "최근에 '소년들'이란 작품을 함께 했고 제가 겪은 설경구 에피소드를 꼭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설경구는 대한민국 배우계에 변화를 가져온 인물이다. 설경구 이전 스타급 배우는 안성기가 있었다. 안성기는 어려서부터 연기를 해온 케이스다. 설경구는 연기를 공부하고 훈련을 통해 나온 최초의 스타다. 이후 연극 출신 배우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설경구를 보며 그들도 도전한게 아닌가 싶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배우"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조직위원장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촬영현장에서 설경구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응원차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이창동 감독이 주연 배우라고 신인이었던 설경구를 소개시켜줬다. 그래서 내가 인사를 건넸는데 안받고 멀뚱하게 쳐다보다 가버렸다. 그 때는 내가 지금보다 더 유명한 감독이었는데 무례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 조직위원장은 "나중에 이창동 감독에게 물어보니 역할에 빠져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이후에 '영화판'이라는 한국 영화의 현대사를 압축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설경구를 다시 만났다. 그 때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직도 그러냐고 물어보니 이젠 요령이 생겼다고 하더라. 이번에 같이 작품을 하면서 보니 요령을 보여주면서도 역할에 함몰되는 건 여전했다"라며 설경구를 소개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실미도', '감시자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자산어보' 등 설경구가 직접 선택한 7편의 대표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또한 설경구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메가 토크도 열린다.
설경구는 7편 대표작 상영 이유에 대해 "'박하사탕'은 말초신경까지 끌어와 연기했던 작품이었고,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님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공공의 적'은 '박하사탕' 이후 상업적으로 나를 알린 작품이었다. '실미도'는 천만 영화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감시자들'의 경우에는 평범한 책을 템포와 리듬만으로도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구나 싶었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박하사탕' 이후 저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자산어보'는 촬영하는 과정이 너무 힐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주어진 일을 하나씩 풀어가다보니 30년이란 시간이 된 것 같다. 제가 느끼기엔 좋지 않은 작품도 있었고 굴곡이 많았다. 그래서 절 버텼다라고 말하고 싶다. 특별전 이후에 앞으로 어떤 영화와 무슨 역할을 해야할지란 생각이 더 깊어졌다"라며 "앞으로 저의 숙제는 연기다. 영원히 풀지 못할 것이란 걸 알지만 해야하는 숙제인셈"이라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향후 배우로서 고민해야 할 지점을 밝혔다.
설경구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 얻은 '지천명 아이돌'이란 수식어에 대한 기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개봉 할 때 제 나이가 50살이었다. 최초의 아이돌로서 기분이 좋고 즐거운 별명이다"라면서도 "개막식 때 '지천명 아이돌'이라고 하셨는데 제 앞에 진짜 아이돌인 샤이니 민호가 있었다. 부끄럽고 쑥쓰러웠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설경구는 앞으로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저도 이제 나이가 중견을 넘어가고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나이를 잘 먹어가고 있구나란 말을 듣고 싶다"라면서 "30년 후 회고전을 한다면 '그럼에도 삶은 아름답다'라는 제목을 짓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30년 후 설경구의 회고전은 틀림없이 열린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 설경구란 배우는 어디에 써도 잘 어울린다. 송강호, 최민식이 해야 할 역할에 설경구를 대입해도 잘 해낼 것 같다. 나이를 먹어도 끊임없이 찾게 되는 배우다. 30년 후 회고전을 기대해본다"라고 전했다.
한편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는 대표작 상영과 메가 토크 외 설경구의 지난 여정을 집대성한 기념 책자 발간, 전시회 개최, 한정판 MD 발매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