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홍보 차질·광고 및 방송 비공개…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 후폭풍 [이슈]
입력 2026.08.12 11:20
수정 2026.08.12 11:27
사실무근 해명 하루 만에 번복…본인 직접 해명은 아직
소재원 “친일파 조상 자랑” vs 심용환 “친일파 단정 신중해야”
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논란이 방송과 광고, 신작 홍보 일정까지 직격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하영이 지난 7일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자신의 집안 내력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하영은 증조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언니까지 4대째 의사 집안이라며 "증조부께서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고 말했다.
하영ⓒ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방송 이후 하영의 증조부가 근대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재조명됐다.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과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등장한 내용 등이 알려지면서 친일 의혹이 제기됐다.
하영 측의 초기 대응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온라인에서 제기된 친일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루 만인 11일 입장을 정정했다. 소속사는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의 여파는 빠르게 확산됐다. 발단이 된 '옥탑방의 문제아들' 하영 출연 회차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의 홍보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하영과 정해인이 출연한 넷플릭스 웹예능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는 지난 6일 공개된 영상 말미에서 후속편을 10일 공개한다고 예고했으나 예정된 날짜에 공개되지 않았다.
14일 예정됐던 '이런 엿같은 사랑' 주연 배우들의 언론 인터뷰도 취소됐다. 먼저 하영의 인터뷰 취소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상대 배우 정해인의 인터뷰 역시 취소되면서 작품 홍보 일정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논란 이후 하영이 언론과 만나 자신의 입장을 직접 설명할 수 있었던 자리도 당분간 마련되지 않게 됐다.
광고계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났다. 의류 브랜드 아티드는 지난해 하영이 촬영한 광고 영상을 유튜브에서 비공개로 전환했다. 삼성전자 공식 채널에 공개됐던 하영 출연 '삼성 아트 TV' 관련 영상 역시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호를 둘러싼 과거 기록 역시 잇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안양시 공식 블로그에서 안상호를 독립운동가로 소개했던 게시물이 비공개로 전환됐으며, 경기도 디지털 아카이브 플랫폼 '경기도메모리'에 등록된 '안상호 전의 송덕비'도 다시 주목받았다. 해당 송덕비는 '친일 시설'로 분류돼 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상반된 주장도 제기됐다. 소재원은 SNS를 통해 "이제 친일 행적을 가진 조상조차 자랑거리인 세상이 됐다. 살다 살다 친일파 조상 자랑질까지 보게 되다니"라며 "우리 역사가 친일파를 처단하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영의 조부가 근무했던 소록도의 역사까지 거론했다. 2014년 작품 취재를 위해 소록도를 방문했다는 소재원은 "일제강점기이고, 대한민국이고, 결코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역사가 바로 소록도"라며 "평범한 누군가에게는 의술이 사람을 살리는 인술이었지만, 소록도에서는 살술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영을 향해 "그리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조상을 두셨다면 소록도에 가보라"며 과거 소록도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의 역사를 직접 확인하라고 비판했다.
반면 역사학자 심용환 심용환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안상호의 일부 행적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 단계에서 그를 '친일파'로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 소장은 "당시 엘리트였고 대정친목회 등 친일파들이 많이 참여했던 단체에 소속된 것, 일본의 시정 홍보에 집안이 사용된 점 등에서 만년에 존경받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면서도 "명확한 '친일 부역 행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특정 단체에 가입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파'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상호가 고종을 진료했다는 사실과 함께 다시 거론되고 있는 고종 독살설에 대해서도 "풍문에 불과했고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간주된다"며 이를 근거로 안상호를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영의 집안 소개에서 시작된 논란은 증조부의 과거 행적 검증을 넘어 소속사의 대응, 방송 다시보기 중단과 광고 비공개, 신작 홍보 일정 취소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안상호를 둘러싼 과거 기록들이 다시 소환되고 상반된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영이 직접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이 공분을 키우고 있다. 소속사는 입장을 정정하면서 "하영 역시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대신 전했지만, 정작 하영 본인의 직접적인 사과나 해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또한 소속사의 사과가 증조부의 행적 자체보다는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한 초기 대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일각에서는 '반쪽 사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