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94)] 손준범 “모든 작품들, 후회 없이 사랑하고 싶어요”
입력 2022.07.08 14:22
수정 2022.07.08 14:22
'모래시계' 8월 14일까지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뮤지컬 배우 손준범은 자신이 참여한 작품들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뜨겁다. ‘매 순간 후회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는 그의 신념은 데뷔 이후 참여해온 작품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데뷔작인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첫 무대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듬해 다시 한 번 같은 작품에 참여했을 정도였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모래시계’에서도 그는 최선의 노력을 보여준다. 원작은 물론, 극중 등장하는 인물·사건과 관련한 영상들을 통해 캐릭터들을 분석하면서 인물들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나요?
어렸을 때 꿈은 모델이었어요. 고등학생 때 모델이 하고 싶어서 찾아갔던 학원이 연극영화과 입시학원이라 자연스럽게 연극영화과 입시를 하게 됐어요. 그러던 중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알게 됐는데 관심이 생겨서 대학교를 뮤지컬과로 진학하게 됐죠. 그렇게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것 같아요.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꿈을 이루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레슨 받고 연습하는 것조차 행복했어요.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밖에 없었고 포기하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한 번 도 없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렀어요.
-데뷔는 ‘브로드웨이 42번가’(2017)였죠.
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모든 앙상블 배우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언제라도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이죠.
-첫 무대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실제로 첫 무대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서 한 번 더 오디션을 보고 참여했고 ‘브로드웨이 42번가’ 남자 앙상블이 할 수 있는 장면은 모두 했던 것 같아요. 만약 또 한 번 출연할 수 있다고 하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고요(웃음).
-올해로 데뷔한지 5년이 됐어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험이 많이 쌓였어요. 덕분에 공연을 함에 있어서 조금 더 능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작품에 대한 열정은 늘 한결같고요.
-뮤지컬 배우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모든 뮤지컬 배우들이 코로나19로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저 역시 그랬고요. 제가 뮤지컬 배우를 꿈꾸면서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팬데믹 시기, 처음으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작품 한 작품 들어가는 게 정말 힘든 일인데,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작품이 취소되면서 생활이 많이 힘들었거든요. 이렇게 예상 할 수 없는 일들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가요?
사실 전염병은 제 의지와 힘만으로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이런 일이 있을수록 좀 더 침착하고 조급해 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다보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올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현재 뮤지컬 ‘모래시계’에 참여하고 있죠.
원작 드라마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나 떨고 있니’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등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대사인지도 몰랐거든요. 하하. 뮤지컬 ‘모래시계’ 오디션 공고가 뜬 이후에 드라마 하이라이트도 찾아보고, 초연됐던 ‘모래시계’ 프레스콜 영상도 찾아봤는데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보고 작품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연습 과정은 어땠나요. 배우들이 구성원들 간에 호흡이 좋다고 입을 모으던데요.
너무 좋았어요! 연습하는 내내 행복하게 연습하고, 쉬는 날에도 다음 연습 날이 기다려지는 그런 팀이었어요. 특히 배우장을 맡은 강동우 형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셨고, 팀원들 성격도 너무 좋아서 연습실에서의 기억은 행복함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참여가 결정된 이후 어떤 준비들을 했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작품 참여가 결정된 이후엔 ‘모래시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를 찾아봤어요. 앙상블 특성상 여러 역할을 해야 되기 때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의 입장에서 그려진 영화, 계엄군의 입장에서 그려진 영화를 각각 찾아보면서 공부를 했어요. 뼈아픈 역사가 가볍게 표현되면 안 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손준범 배우가 맡은 역할들 소개도 부탁드려요.
저는 계엄군, 깡패, 운동권 학생, 종도무리, 카지노 쇼맨, 신문사 부장 등 다양한 역할들로 무대에 섭니다. 그 중에서도 운동권 학생 역할에 가장 애착이 가요. 다른 캐릭터들보다 에너지는 많이 쓰는 캐릭터라 그런 것 같아요. 극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장면이 끝나면 배가 고플 정도로 에너지를 많이 쓰거든요.
-운동권 학생으로 등장하는 씬이 손준범 배우가 소화하기에 가장 어려운 장면인가요?
아뇨. 그보단 1막 마지막 장면이 힘들어요. 체력적인 것보단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이에요. 이 씬에서 전 계엄군으로 등장합니다. 군인들의 의지가 아닌 명령으로 죄 없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누죠. ‘성철’ 역의 김대식 배우가 태수 형들한테 살아서 꼭 이야기 해달라고 하는 부분, 총을 맞기 전 시민들이 살아서 보자고 소리치는 장면에선 잡고 있던 총의 방아쇠에서 손을 떼고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도 궁금해요.
저는 캐릭터를 분석할 때 각각의 캐릭터가 마주한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요. 제가 연기해야 되는 사람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계속 질문하면서 접근하고 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의 마음가짐도 궁금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요.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그분들과 찾아와주시는 관객분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모래시계’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은요?
공연의 마지막 곡인 ‘그 다음이 중요한 거야’에 마음이 가요. 태수와 우석, 혜린, 영진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부르는 넘버인데요. 공연을 끝내는 음악이기도 하지만, ‘모래시계’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라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의 ‘모래시계’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요?
‘종도’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극중에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가는 모습이 멋있다고 느껴진 캐릭터입니다.
-앞으로 손준범 배우의 방향성도 궁금해요. 어떤 활동을 보여줄까요?
지금까지 제가 하는 작품들을 후회 없이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해왔어요. 지금도 역시 ‘매 순간순간 후회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이고요. 앞으로도 이런 마음을 유지하면서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뮤지컬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손준범 배우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오래 오래 무대에서 연기하는 게 목표입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래, 많이, 자주 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