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출마 압박에도 마이웨이…당권行 변수 있나
입력 2022.06.30 00:00
수정 2022.06.30 01:04
당권 주자 견제 강화에도 '어대명' 기류 지배적
압박 영향 미지수…사무실 물색 등 채비 나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당내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이 의원은 침묵한 채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의원이 최근 지지층과의 SNS 직접 소통을 재개하고 당내 인사들을 만나면서, 출마 선언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9일 야권에 따르면 이 의원을 향한 불출마 압박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친문재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지 엿새 만에 홍영표 의원도 출마 의지를 접으면서, 당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명·친문 중진 동반 불출마론이 본격적으로 타오르는 모습이다.
다른 당권주자의 견제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이 의원을 향해 "출마 여부를 떠나서 잠시 멈춤과 숙성의 시간은 본인과 전체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설훈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에서 "(야권 원로 중 이 의원에게) 출마하라고 권유한 분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대선 지고, 지방선거의 총괄 책임자로 있으면서도 졌는데, 이 상황에서 더군다나 공천 과정에서 얼마나 문제가 많았느냐.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 또 당 대표를 하겠다고 그러면 이건 누가 봐도 시간을 잘못 잡고 있다 이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설 의원은 최근 의원 워크숍에서 이 의원에게 '동반 불출마'를 제안한 바 있다.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됐던 이인영 의원은 사실상 불출마로 마음을 정하고, '세대 교체론'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인영 의원은 전날 서울 모처에서 '97세대'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과 조찬 모임을 갖고, 전당대회 출마를 서둘러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의원이 '97세대' 주자 중 첫 당권 도전 스타트를 끊었다. 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이 의원이 아닌, '새 얼굴'이 당의 혁신과 통합을 이룰 적임자라는 게 이들의 생각인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런 압박이 이 의원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 의원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출마 채비'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 의원은 전날 밤 트위터에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을 공개 지지했다. 그는 김 당선인이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국민통합·정치교체추진위원회(정치교체위)에 참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정치개혁은 당원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의 제1판단 기준은 '개혁에 도움이 되냐, 아니냐'여야 한다"며 김 당선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과 김 당선인은 지난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며 정치교체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은 정치교체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부터 내려놓음으로써 솔선수범하고 성찰과 반성을 위해서 민주당부터 변하겠다는 변화와 개혁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김 당선인과 관련해 특히 '개혁'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개딸'로 부르는 적극 지지층과 온라인 소통을 하고 당의 원로들과 두루 접촉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측근 일부의 만류에도 의원실을 방문하며 당내 여론 전환에 애쓰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인 안규백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현행 단일지도체제 유지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불출마 압박을 뚫고 결국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의원이 그간 비주류로서 벽에 부딪혀온 만큼, 차기 대권을 위해 지지 기반을 쌓으려면 당을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이 의원의 출마가 100% 확실하다고 본다"며 "(당내 일부 반발에도) 출마 시기를 조금 당겨 아마 7월 초에 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이 의원이) 나온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 이 의원은 여의도 일원에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현재까지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던 주자들이 거취를 잇달아 정리하면서 대진표는 압축되고 있지만, 당내에는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누가 나와도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건 예상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의도 밖 여론도 이 의원이 가장 당 대표로 가장 적합하다는 분위기다.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27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당 대표 적임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 의원이 33.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의원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18.9%),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9.5%) 등에 오차범위(95% 신뢰수준 ±3.1%p) 이상의 격차로 앞섰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 참조)
결국 이번 전당대회의 관건은 이 의원의 출마 여부가 아닌 지도체제 방식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친이재명계는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비명계에서는 당 대표의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한 번에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전준위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최고위원회의 합의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이 실현된다면, 이 의원이 손쉬운 승리를 거두더라도 당 대표의 권한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 당 전준위는 차기 지도부 체제와 관련해 이르면 오는 4일 결론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