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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기고만장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6.20 07:07 수정 2022.06.21 01:17

“박근혜 탄핵까지 완성한 내가…”

“월북 의사 유무가 왜 중요한가?”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던 정권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탄핵’을 주도하고 완성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그 엄청난 정변의, 그러니까 (문재인 정권 식 용어로) 그 ‘촛불혁명’의 주역을 모르고 지낼 수 있었는지 자신의 아둔함에 스스로 질릴 뿐이다. 괜히 자괴하는 게 아니다. 우 위원장 자신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말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완성한 내가 이 정도 국면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면 오판이다”(데일리안, 6.19).

“박근혜 탄핵까지 완성한 내가…”

동네 건달이 상대를 겁주기 위해 허풍을 떠는 것이라면 야 이런 낭패한 기분이 들 리가 없다. 그러려니 여겨 치지도외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우 위원장은 실없는 말이나 해 댈 신분이 아니다. 4선의원에 거대정당의 비대위원장이 작심하고 한 말이다. 비상한 시국에 비상대책위원장이 헛소리나 하고 있겠는가.


문 전 대통령이 입만 열면 ‘촛불혁명’을 역설하면서 그 아들쯤으로 자처하더니, 그게 전적으로 우 위원장 덕분이었다는 거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최소한 촛불혁명 정권의 요인(要人)들, 유력자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당내 86세대의 상징적 인물로 소개될 만큼 대학시절 운동권 활동도 남달랐던 인물이다. 배포나 기개가 예사로울 리가 없다. 그러니 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일을 자신이 ‘완성’해냈겠지. 그런데 그걸 왜 아무도, 여태 말하지 않고 숨겨왔을까?


뒤늦게 그때의 기백이 되살아나는지 제대로 호통치고 나섰다.


“내가 계속 민생을 얘기하는 것은 현안을 피해가려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은 자칫하면 IMF나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경제위기 징후가 보여 경고하는 것이다. 내가 합리적이고 온건한 것을 잘 알겠지만,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데일리안 위의 기사).

가만있지 않겠다는 건 무슨 뜻일까? ‘박근혜 탄핵을 완성한 나’임을 밝힌 다음에 내놓은 경고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모골이 송연할 법도 하다.


“국민의힘 정권도 둘러 엎을 수 있어. 못할 줄 알아? 내가 누구인데!”

(이게 우 위원장의 목소리 속 목소리다. 그 뜻을 누구인들 못 알아듣겠는가.)


그는 그 이틀 전인 17일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에게 말했다.


“전 정권이 북한 눈치를 보며 설설 기었다는 것으로 몰아가고 싶은가 본데, 당시 문재인 정권은 국민 희생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고 이례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도 받았다. 북한의 눈치를 본 게 아니라 북한을 굴복시킨 일이다. 그 분이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왜 중요한가. 우리 국민이 북한에 의해 희생 당했고 우리가 항의를 해 사과를 받아 마무리된 사안이다”(연합뉴스, 6.17).

“월북 의사 유무가 왜 중요한가?”

‘월북’이라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민주당 측의 주장으로 고인의 일가족은 가장을 잃은데 더해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명’을 쓰고 1년 9개월을 살아내야 했다. 이날 고인의 아들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은 슬픔과 한을, 어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공개했다. 아버지 피살 당시 고등학생이었으니 여전히 어린 청년이다.


고인의 그 어린 아들과 부인 등 유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우 위원장은 예사로 했다. 자신의 자녀들을 생각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정치리더의 가장 중요한 심리적 요건 가운데 하나가 ‘감성지능’이다.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나 우 위원장이나 공감능력이 심각히 결여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감성지능이 바닥권이라는 뜻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 이 사건과 관련, “(정보공개청구 소송 대한 정부의 항소 취하에 이어) 후속 조치가 더 진행되겠죠”라고 언급했다.


“우 위원장은 ‘민생이 급한 지금 왜 그거를 하느냐’ 며 ‘왜’라는 단어를 3번 연속 쓰며 불쾌감을 드러냈다”(중앙일보, 6. 17).

이들, 그러니까 문 전 대통령과 전 정권 측 유력자들은 ‘김정은의 사과’에 ‘감읍’할 지경이 되어 있었던 듯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위원장의 사과를 직접 받아냈으니 이보다 더 감격스런 일이 어디 있느냐. 이처럼 고마운 배려를 해 준 북한에 대해 더 무엇을 따지겠느냐”는 기분에 빠졌을 수도 있겠다.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낯을 세워준 김정은이 그저 고맙기만 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직접 챙기겠습니다”는 헛 약속(피살 공무원의 고등학생 아들에게)을 담은 편지 한 장으로 사건 자체를 덮어버리려고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친서까지 보냈으면 됐지!” 그런 심사였을까?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던 정권이

“이명박 정부 초기 금강산 관광을 갔던 박왕자씨가 피살됐을 때 정권이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느냐,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느냐. 관광만 문 닫고 끝났다. 우리 정부는 강력 항의하고 북한 최고책임자의 사과를 받아냈다. 어느 정부가 국민의 희생에 더 강력한 대처를 했느냐”(연합뉴스, 6.19).

우 위원장이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사과를 받았으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체면 섰다는 점은 알겠는데, 북한이 어떤 페널티를 받았다는 것인가? 우리 관광객을 살해한 대가는 ‘금강산 관광 중단’, 그러니까 북측의 주요 달러 유입구 봉쇄였다. 문 정부는 어떤 벌을 과했는가?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대단히 이례적인’ 사과에 감격하던 모습뿐이다. 그걸 비교 우위적인 대처였다고 하는 것인가? 양심이 있다면 할 수 없는 말을 우 위원장은 예사로 했다.


그러면서 ‘월북’ 주장을 이어가겠다는 심사를 내비쳤다.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까지 “미치겠다. 처벌받으니 공개 못 하겠다”고 거들었다고 한다. 잘 어울리는 ‘편먹기’다. “정부와 감사원 등에서 조사를 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해도 될 텐데 끝까지 ‘월북’을 고집하는 모습이 기이하기까지 하다.


‘자진 월북 후의 사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책임질 일은 없다. 그쪽에서 어떻게 처리했든 그건 그들의 권리다.’


이런 주장으로 일관하면 양측 정권의 책임을 함께 면할 수 있다는 계산일까?


“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치지 않았는가. 인권의 화신인 양 행세하기도 했고…. 단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당사자에겐 온 우주다. 그 목숨을 왜 남들이 가볍게 여기는지 개탄스럽다. 민생이 시급하면 다른 일은 손 놓아야 한다는 식의 인식도 어이없다. 문 정권은 그렇게 국정을 운영한 모양인데 그처럼 중히 다룬(?) 민생이 왜 파탄지경에 이르렀는지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모로 ‘문 정권 식 정치하기’는 독특하다. 상궤를 크게 벗어났다는 뜻에서의 ‘독특’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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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순
  • 단한번 2022.06.20  03:39
    국민의 생명이 우선이지 정치적이익만생각하면 국민은누굴믿고 나라걱정할까
    못된것만 배워서 국민을 우롱하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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