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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결정적 장면㉔] ‘중국 한류’ 추자현·장나라 전에 이연수 있었다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2.03.18 17:00 수정 2022.03.18 17:31

중국 드라마 '강산미인'의 주인공, 남장여자 채무쌍 ⓒ배우 이연수 본인 제공


직접 중국에 진출해 한류의 발판을 다졌다고 평가받는 배우들의 첫 작품, 배우 채림의 ‘양문호장’이 2004년, 장나라의 ‘댜오만 공주’가 2006년, 장서희의 ‘경자풍운’이 2007년, 추자현의 ‘대기영웅전’이 2007년 중국에서 방영됐다.


우리 드라마로 중국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 ‘대장금’이 현지에서 방영된 게 2005년이다. 배우 추자현이 중국에 앞서 대만 드라마에 문을 두드려 출연한 ‘연향’이 2003년 말 방송됐다.


이런 대단한 성과들보다 먼저, ‘중국 한류’가 형성되기도 전에, 혈혈단신 중국 드라마 주연에 캐스팅된 이가 있었으니 배우 이연수다. 스타 배우 손요위, 배우 동희와 함께한 ‘강산미인’은 지난 2002년 겨울 촬영해 2003년 방영됐다. 이연수는 동희가 연기한 ‘방호’가 가문과 마을의 치욕을 씻고자 나선 도전과 고난의 길을 동행하며 물심양면 돕는 여장남자 ‘채무쌍’ 역할을 맡아 드라마를 인기작 반열에 올려놨지만 이를 아는 이는 적다.


남장에도 가려지지 않는 미모, 국경을 넘어 중국에서도 빛난 미소 ⓒ출처=네이버 블로그 s117t

너무 일찍 중국에 진출하기도 했고, 매니저도 없이 중국에 갔던 것처럼 현재도 소속사 없이 활동하다 보니 조직적으로 홍보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 MBC 어린이합창단으로 시작, 바로 1년 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어린이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에 5학년 5반 부반장으로 출연하며 실제로도 초등 5학년 이른 나이에 배우의 길을 시작한 이연수. 청순한 미모와 해맑은 미소로 광고계까지 섭렵하며 상큼한 ‘마요네즈 요정’에 등극하며 일명 ‘책받침 스타’로 큰 사랑을 받았던 덕분일까. 놀랍게도 팬 한 명이 드라마 ‘강산미인’을 열혈 홍보하고 있다.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은 기본, 직접 드라마를 짧게 편집하고 여기에 한국어 자막까지 달아 소개하고 있다.


필자도 ‘이연수 팬 블로그’라는 이름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강산미인’ 영상을 접했고, 15회 정도로 예고된 가운데 11회까지 올라 있다. 전업이 아니라 진정 자신의 시간을 쪼개 마음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업데이트가 늦어져 팬심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실과 바늘처럼 함께 다니는 의형제 방호와 채무쌍(왼쪽부터) ⓒ배우 이연수 본인 제공

해당 영상들을 통해 본 배우 이연수의 활약은 대단하다. 상큼한 미모는 여전하고, 개구쟁이 같은 남장여자의 장난기와 시름을 잊게 하는 미소로 시종일관 진지한 남자주인공 방호의 대척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천방지축 발랄한 모습으로 드라마에 웃음과 활력을 부여할뿐더러 방호를 짝사랑하는 여심으로 멜로 감성을 작품에 드리운다. 심지어 후반부에는 꽁꽁 감춰 두었던 검술과 경공술마저 뽐낸다.


배우 이연수도 이 블로그를 알까 궁금했다. 이연수는 지난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감사를 표했다.


“네, 알고 있어요. 너무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실 마음속에 ‘아, 나도 중국에서 드라마 출연했는데, 누구보다 먼저 했는데’ 하는 마음이 왜 없겠어요. 잘 알려지지 않아서 속상한 부분이 있는데, 애써 자막까지 손수 달아 주시니 그 수고와 정성에 너무 감사해요.”


남자주인공 방호 역의 배우 동희와 함께한 촬영현장 ⓒ배우 이연수 본인 제공

이연수는 지난해 종영한 SBS 예능 ‘불타는 청춘’, 현재 방송 중인 MBN ‘속풀이쇼, 동치미’ 등에서 간간이 얘기해온 내용이기도 하다며 중국 진출 과정을 설명했다. 꾸밈도 자랑도 없이 솔직했다.


“지난 2002년 후반에 가서 준비했어요. 친구가 중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어려 보이는 사진 개구쟁이 같아 보이는 사진을 보내 달라고요. 모자 쓰고 나름 귀여운 사진(부끄러운 웃음)을 보냈고, 현지에서 제 연기 경력을 더해 오케이를 하면서 ‘강산미인’ 캐스팅이 이뤄졌어요. 2002년 겨울에 한 달 반 꼬박 촬영했고, 총 34부작인데 제가 26부작 분량에 나와요. 2003년 봄, 상반기에 방영한 걸로 기억해요. 마옥휘 감독님, 죽마고우로 나오는 배우 동희 씨, 손요위 씨 도움을 많이 받았고. 친구가 근무하는 에이전시에서 파견해 메이크업도 옷도 챙겨준 한국인 동생, 통역을 담당해 주셨던 조선족분, 세 여자가 함께 먹고 자며 함께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헝띠엔이라는 우리나라의 민속촌 같은 곳이 있어요. 당시 중국영화 ‘영웅: 천하의 시작’(장예모 감독 연출, 이연걸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 견자단 주연의 2003년 작)도 찍고, 80개 작품이 촬영되고 있었어요. 끝에서 끝이 걸어서 두 시간 걸리는 넓은 곳이고, 그 안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한국에서 간 신인배우지만 스위트룸에 머무는 최고급 대우받으며 촬영했지요. 제작진은 제 분량을 먼저 찍어 주기도 하고 배려를 해주셨어요. 말도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음식도 맞지 않아서 엄마가 음식 보내주신 음식을 호텔에서 먹고 제가 도시락 싸서 촬영장에서 먹었지만 ‘버텨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기했어요.”


“중국은 원래 지역마다 말이 달라서 더빙이 일상화돼 있다 보니 저는 한국어로 연기하고 현지 성우분이 더빙해 주셨어요. 그래도 어려움은 있었던 게 쉬는 날 없이 촬영하는데 그날그날 대본이 오는데 저는 다른 배우보다 늦게 왔어요. 조선족분이 번역한 걸 받아야 하니, 한 단계 걸러서 오니까 기다림이 초조했지요. 또 조선족분이 번역한 한국어다 보니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단어도 많아서 어떤 대사는 내용도 정확히 모르면서 달달 외웠던 것 같아요. ”


그대와 함께라면 건초더미 위도 행복. 등만 바라봐야 하는 무쌍의 짝사랑, 이뤄질까 ⓒ배우 이연수 본인 제공

남보다 앞서 왔던 행운, 왜 이어가지 못했을까.


“촬영 끝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다시 중국에 가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실제로 중국 차기작 얘기도 된 상태에서 귀국했던 거였는데요. 사실 제가 1993년에 이국 시애틀로 유학 가면서 배우로서 공백이 생겼잖아요, 어린 시절부터 한 연예계 생활에 지치기도 했고 제대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떠났던 유학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해 공백이 길어졌고요. 그런데 10년 만의 복귀가 중국에서 이뤄지다 보니 귀국했을 때 이를 한국에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연기하고 우리나라 분들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호랑이 선생님’이셨던 조경환 선배님께서 감사하게도 국내에서 연기할 수 있는 길을 터주시기도 했고요. 고국에 오니 그 품이 좋았나 봐요.”


“사실 그래도 2005년 촬영해 2006년 개봉한 한중합작 영화 ‘엄마의 장국집’에 이순재 선배님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어요. 중국 활동이 ‘강산미인’으로 딱 끝났던 건 아녜요. 나름 중국 작품 두 개나 했는데, 또 장서희 장나라 추자현 후배 님들 열심히 하는 거 보니, 저의 중국 활동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알려지지 않으니까 더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제 길을 내는 배우 이연수 ⓒ배우 이연수 본인 제공

이후 중국의 음식 예능 출연 제의도 있었고, 대본도 몇 차례 받았으나 사스, 한한령 등이 발목을 잡았단다. 안타까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이연수는 어머니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해라.”


이연수는 전화기 너머에서도 밝게 웃고 있었다.


“그래도 보람은 있어요. 혼자 할 수 있었다는 게 커서 중국 다녀와 얼굴이 좀 두꺼워졌달까, 단단해졌어요. 소속사 없이 방송국 문을 두드렸어요, 일 있으면 불러달라고 인사도 드리고요. 가만있으면 되는 게 없잖아요. 덕분에 아침드라마를 하고, 다른 방송사에서 아침드라마 섭외가 오고, 그것이 저녁 드라마로 이어지고. 그렇게 간간이 하고있는 와중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와서 주저하면서도 출연했는데 예상외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너무나 감사했고,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불러주시니 즐거이 하고 있어요. 욕심내지 않고 성실히 가다보면 예능으로 사람 이연수 보여드리고, 드라마나 영화 통해 배우 이연수의 힘을 보여드리며 팬분들과 함께 나이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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