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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77)] 찬란했던 ‘박현우’의 10년, 그리고 미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2.11 13:05 수정 2022.02.11 13:05

'썸씽로튼' 4월1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뮤지컬 배우 박현우는 10년간 무대를 지켜왔다. 뮤지컬 ‘스페셜레터’를 시작으로 ‘브로드웨이42번가’ ‘뉴시즈’ ‘인더하이츠’ ‘세종, 1446’ ‘존도우’ ‘바넘: 위대한 쇼맨’ ‘영웅’ 그리고 현재 공연 중인 ‘썸씽로튼’까지. 다수의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10년을 빼곡히, 그리고 찬란하게 채워왔다.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캣츠’의 매혹적인 무대가 그를 뮤지컬로 이끌었다. 위기도 있었다. 2년간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2년이란 시간은 단순히 ‘공백’이 아닌, 뮤지컬 배우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렇게 ‘썸씽로튼’은 박현우의 앞으로 10년, 20년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 됐다.


ⓒ엠씨어터

-‘썸씽로튼’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썸씽로튼’ 넘버에 푹 빠져 있던 터라 작품의 매력을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디션 접수를 영상으로 해서 스스로 마음에 들 때까지 다시 찍을 수 있었어요. 특히 탭 영상을 너무 오랫동안 찍어서 양쪽 발뒤꿈치에 정말 큰 물집이 잡혔죠. 가족 휴가도 같이 못 가고 며칠 동안 슬리퍼만 신고 다닌 기억이 있는데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너무 좋았어요.


-연습 과정이나, 무대에서 특별했던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넘버 ‘We See The Light’에서 입고 나오는 의상은 상의에 덧댄 겉감을 손으로 뜯으면 옷 색이 바뀌게 되는데요. 프레스콜 하는 날 실수로 안감까지 뜯어버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제 배와 마이크 벨트가 노출되었습니다. 하필 이런 실수가 영상으로 남아 너무 속상했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 박현우 배우만의 루틴이 있다면요?


공연에 따라 웜업 루틴은 조금씩 바뀌는 거 같아요. 다만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준비를 모두 마치고 공연 시작 10분 전 혼자만 있는 장소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해요.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는지,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프닝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시민’ 역할로 르네상스 시대의 다양한 매력과 사건들을 소개해요. 이후엔 바텀 형제를 도와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바텀 형제 극단의 맏형 ‘프란시스’로 등장합니다. 또 셰익스피어를 경호하는 사납지만 빈틈 많은 ‘경호원’으로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 있나요?


연습 전 캐릭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설정해두지만 연습에 바로 적용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대본에 주어진 정보와 연출님의 의도를 반영한 큰 틀만 가지고 연습에 들어가고 반복되는 연습 과정 속에서 서로 마주하는 눈빛과 대사 중에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고 성격이 만들어지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 후에 여러 가지 디테일들이 생기면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고 그중 베스트를 무대로 가져갑니다.


-‘썸씽로튼’은 특히 퀵체인지가 힘들 것 같아요.


맞아요. 2막 시작 후 30여 분 동안 4번의 퀵체인지가 이루어지는데 중간에 쉬는 장면이 없어 이 구간이 특히 힘들어요. 하지만 퀵체인지는 뮤지컬에서 정말 아름다운 합이라고 생각해요. 의상, 소품, 분장, 음향, 무대 팀이 모두 퀵체인지를 함께하거든요.


배우가 퇴장하면 무대 팀에서는 가이드 랜턴으로 배우와 주변을 비춰 안전을 확보해 주고 의상 팀이 환복을 도울 때 분장 수정과 음향 확인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스태프 분들이 진정한 퀵체인지의 주인공입니다.


ⓒ엠씨어터

-앙상블로 무대에 오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보다 원 캐스트로 공연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부상에 대한 걱정이 있습니다. 스윙 배우가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컨디션 난조나 경미한 부상은 대부분 참고 공연을 하거든요. 그리고 여러 장면에 다양한 역할들로 등장하기 때문에 의상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빠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도 힘든 점이에요.


-작품 속에서 가장 애정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나요?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바로 오프닝 곡인 ‘Welcome To The Renaissance’입니다. 대체로 오프닝 넘버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해요. 관객분들께 처음 선보이는 장면인 만큼 오프닝 넘버에 담긴 에너지와 임팩트가 강력하잖아요. 그리고 1막에 나오는 ‘The Black Death’ 넘버도 좋아합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요즘 시대에 아주 딱 맞는 가사라 ‘좋은 말 할 때 꺼져’라는 부분을 부를 땐 정말 감정이입 200%입니다(웃음).


장면 중에는 셰익스피어의 애프터파티 장면을 좋아하는데요. 군무나 합창은 없지만, 앙상블 각각의 깨알연기들을 볼 수 있는 장면이거든요. 그 장면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면 정말 웃음을 참기 힘든 각자만의 드라마들이 있어요. 저는 경호원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맘 놓고 웃을 수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박현우 배우가 생각하는 ‘썸씽로튼’의 매력은?


드라마, 춤, 노래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뮤지컬 종합 선물 세트’라고 생각해요. 보고 있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정말 매력적인 뮤지컬이죠. 제가 참여한 공연 중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인 것 같아요.


-작품에 참여하면서 어떤 것들을 느끼고,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도 궁금합니다.


매 공연에 참여하면서 느끼지만 연습은 배신하지 않고 땀 흘린 만큼 무대에서 보인다는 겁니다. 또 그 결과는 관객들의 박수소리로도 여실히 드러나고요. 이번 ‘썸씽로튼’에선 참여했던 다른 작품보다 바쁜 동선으로 움직이고 있는데요. 무대에서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매회차를 소중히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또 한 가지 제가 ‘썸씽로튼’ 앙상블 중 나이가 제일 많습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첫 연습 날 인사 나누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많은 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동생들을 대하는 방법이나 예의에 대해 많이 배운 거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지 올해로 11년차에요. 지난 10년을 되돌아본다면?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뮤지컬을 해오고 있었단 사실에 새삼 스스로 얼마나 뮤지컬을 사랑하는지 느낍니다.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에서 만난 배우와 스태프들, 감독님들과 응원해 주신 팬분들도 너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매 작품 진심을 다해 공연했기에 되돌아봤을 때 웃음 지을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뮤지컬 인생 20년, 30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엠씨어터

-처음 뮤지컬 배우를 꿈꿨을 당시도 궁금해요.


사실 처음엔 방송연기를 하고 싶어서 방송연예전공을 생각하고 입시학원을 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2007년 고등학교 3학년 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을 보게 됐습니다. 연기 이외에 춤과 노래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뮤지컬을 본 후 연기 공부에 집중을 못 하고 온 정신이 뮤지컬에 쏠려있는 저를 보고 선생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후에 뮤지컬 전공으로 대학을 가게 됐고 뮤지컬 배우의 꿈을 품었습니다.


-첫 무대였던 ‘스페셜레터’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스페셜레터’를 통해 뮤지컬을 하는데 필요한 덕목과 기술들을 많이 배웠고, 무엇보다 저에게 배우의 길을 가는 데 있어 확신을 심어준 아주 소중한 작품입니다. 오래전 일임에도 오디션 최종 합격 소식을 들은 순간과 첫 공연 날 등장하기 직전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마지막 공연 날은 커튼콜 때 제가 너무 울어서 형, 누나들이 안아줬던 기억도 나네요.


-‘뮤지컬 배우가 되길 참 잘했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공연을 보고 나면 그 공연의 대사나 노래 혹은 춤이나 무대 이미지가 기억 속에 남아 일상에 선향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잖아요. 저도 제 공연을 본 누군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거나 작은 도움이 됐다는 걸 느낄 때면 보람을 느껴요.


-배우 생활 전후로 가장 큰 이벤트가 있다면?


‘썸씽로튼’에 참여하기 전 2년 정도의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직업적인 고민에 때문에 뮤지컬을 접어둔 채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나름 의미 있는 배움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하신 어떤 말씀 때문에 다시 무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신중히 고민하고 무대로 돌아온 만큼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각오로 뮤지컬에 임하고 있습니다.


-‘스페셜레터’부터 현재 출연 중인 ‘썸씽로튼’까지 여러 작품들을 해오셨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


한 작품을 꼽기 힘들 정도로 작품마다 좋은 추억과 의미가 있고 애정이 가득하지만 그중 2018년도에 공연했던 ‘존 도우’라는 작품이 유독 기억에 남는데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공연에 온전히 스며들어 매일 행복하게 공연했을 뿐 아니라 내외적으로 성장하고 매우 강해질 수 있었던 일들이 있었기에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뉴시즈’라는 작품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어느 공연보다 배우들 간 사이가 끈끈했고 관객분들께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공연입니다.


-향후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데뷔 때부터 생각해오던 건데 뮤지컬 ‘캣츠’에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캣츠’를 보고 뮤지컬의 꿈을 키워와서인지 아직도 제 마음속에 환상으로 자리 잡혀있어요.


-박현우 배우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뮤지컬 오디션 공고에 항상 쓰이는 말이 있어요.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배우를 찾는다’고요. 이 문구를 볼 때마다 스스로를 비춰보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훈련하고 배워서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배우란 말에 꼭 들어맞고 싶어요.


-배우로서 가진 박현우 배우만의 신념은요?


‘무대에서 거짓 없이 늘 진심으로 연기하자.’ 내가 진짜라고 믿고 연기하지 않으면 관객들도 믿어주지 않으니까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관객에게 받는 박수는 정말 이 직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입니다.


-박현우 배우의 최종 꿈, 목표도 궁금해요.


최종이라는 한계를 정하고 싶진 않아요. 저를 찾아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어떤 형태와 모습으로든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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