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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해운담합’에 해운업계 반발 “수십년 관행을 왜 이제와…”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입력 2022.01.18 15:43 수정 2022.01.18 15:43

공정위 “해운산업 특수성 고려했지만 공동행위 아닌 담합”

해운업계 “오랜 관행, 절차상 흠결 빌미로 부당공동행위자 낙인찍어”

역차별·추가제재 논란에 해운법 개정안 조속 추진 움직임

공정거래위원회가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과 관련해 당초 8000억원 대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던 것에서 12개 국적선사와 11개 외국적선사, 총 23개 국내외 선사에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론냈지만 해운업계는 반발이 거세다.


공정위의 제재 규모가 금액 측면에서는 약 87% 대폭 줄었다지만 결국 해운업계의 ‘공동행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공정위가 결국 ‘해운사 담합’으로 규정지은 결과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조사 대상항로 중 수출항로는 과징금 부과대상으로 된 반면, 수입항로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에 대한 형평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위는 담합 영향권이 제한적 인 부분 등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최대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수출 전진기지 부산항 새해 첫 출항하는 HMM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법적 근거로 해운법 제29조에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일정한 절차상·내용상 요건 하에 허용’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제58조는 ‘다른 법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한다는 부분을 들었다.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되려면 선사들이 공동행위를 한 후 30일 이내에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신고 전에 합의된 운송조건에 대해 화주단체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협의해야 하는데, 선사들은 최저운임·부대운임 등 120차례 운임합의에 대해 신고하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그간 선사들은 18차례 운임회복 신고 내에 120차례 운임합의가 포함돼 별도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공정위는 두 사안이 별개의 것이라는 해석이다.


1978년 해운법 개정 이후 45년째 공공연하게 관행으로 이어져 온 ‘선사 공동행위’에 ‘담합’이라는 철퇴가 내려지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법에 따라 허용된 공동행위였다”는 주장으로, 해운법에 따라 공동행위는 허용돼왔고, 이미 해수부에 18차례에 걸쳐 운임인상을 신고까지 완료했으며, 이 같은 공동행위는 수십 년 전부터 이어진 일종의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주장은 한진해운 사태와도 맞물려있다. 해운 침체기에 공동행위 관행은 있어왔고 정부도 암묵적으로 묵인하는 등 제재하지 않다가 최근 정부 지원의 해운재건으로 모처럼 해운업계가 기지개를 켜자 철퇴를 맞은 꼴이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공정위 결론에 해운선사들은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징금 부과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법무대리인 선정 등 협의를 마치는 대로 행정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한-동남아 항로뿐 아니라 한-중, 한-일 항로 관련 담합조사도 남아 있어 추가 제재 여부도 문제로 남아있다.


공동행위냐 담합이냐를 놓고 해석 차가 극명한 이번 사안은 앞으로 국회에 계류된 해운법 개정안 내용과 처리에 향후 추가 제재 등 법적 해석이 달려있어 법 개정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회에 가 있는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업 공동행위 규제를 공정위가 아닌 해수부가 하되 적용을 강화하는 방안과 운임담합 행위도 소급적용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으며,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상임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해수부와 공정위는 양 부처 간 수차례 실무자급 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있으며, 수정안이 도출되는 등 잠정적으로 대안이 마련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정안이 나오면 이를 반영해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사위를 통과해야만 개정 해운법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해운공동행위의 정당성 회복하기 위해 행정소송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해운협회는 “해운기업들은 해수부의 지도감독과 해운법에 근거해 지난 40여 년간 모든 절차를 준수하며 공동행위 펼쳐왔던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음에도 공정위는 절차상 흠결을 빌미로 애꿎은 해운기업들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었다”고 반박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도 “해운법 제29조상 공동행위 허용하고 있는 점 등을 공정위에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업계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현실과 왜곡된 내용으로 일관되게 주장해 해운업계가 부당한 불법 집단으로 매도됐다”며 반발했다.


해수부 관계자와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도 깊은 유감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해운선사에 대한 공정위 제재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공정위가 해운법에서 정한 절차를 일부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해운업의 특수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위원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은 경영여건이 열악한 컨테이너 선사들을 도산 위기에 몰고, 선박과 같은 필수 자산을 매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할 것이며, 한진해운 파산 이후 어렵게 재건해 온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트리게 될 것”이라며 공정위 결정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해운공동행위 적용제외를 규정한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농해수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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